천안시생활자전거연합회 윤삼병 사무국장
“현재 천안시에서 자신의 자녀가 학교에 간다며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면 아마 누구나 말릴 것이다. 가정주부들도 저녁거리를 준비하러 시장에 갈 때 집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와서 시장까지 아무런 장애물을 만나지 않고 무사히 다녀오기는 정말 힘들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로 출퇴근을 위해 자전거를 이용하고 싶어도 그런 환경이 전혀 조성돼 있지 않다. 자동차를 위한 길은 갈수록 넓고 광범위하게 만들면서, 정작 녹색도시를 위한 사람이나 자전거가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은 없거나,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윤삼병(51·목천읍 신계리) 천안시자전거연합회 사무국장은 자전거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그가 꿈꾸는 자전거세상과는 달리 천안시의 자전거도로는 열악하다 못해 좌절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그가 파악한 바로는 현재 천안시 인구 중 자전거를 생활 속에서 이용하는 인구는 2%도 채 안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당장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전거 도로가 계획성 없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자전거 이용률이 떨어지다 보니 대부분 자전거 도로는 승용차의 주차공간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의 손길은 전혀 닿지 않고 있으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그가 본 천안시 자전거도로는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모든 도로가 자동차 위주로 설계되다 보니 자전거 도로는 차도에 밀려 단절된 구간이 더 많고, 그나마 자전거 도로 곳곳에는 각종 장애물들이 자리잡고 있어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공휴일에 자전거를 이용한 가족나들이를 하고 싶어도 자전거를 차에 싣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까지 이동해 자전거를 탄 후, 다시 차에 싣고 돌아와야 하는 번거로움만이 존재해 결국 포기하게 만든다고.
“자전거는 복잡한 도시에서 안전성만 보장된다면 가장 빠르고 편리한 이동수단이 될 수 있다. 또 에너지 절약은 기본이고, 매우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도시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 도시는 자전거를 생활 속에서 이용할 수 있는 그 어떤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아 자전거의 저변확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안타깝게도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서 자전거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그는 최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천안시의 자전거도로 현황을 면밀히 파악해 ‘자전거 지도’를 만들고, 단절된 부분과 위험한 부분, 쉽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부분 등을 세밀하게 분류해 천안시에 개선을 요구한다는 1차 목표를 세웠다.
윤삼병 사무국장은 한 때 필수품이던 자전거가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해 생활 속에서 이용하는 인구가 2%도 채 안된다며, 안타까워 했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자전거를 배웠다. 자전거를 배우고 난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전거를 배우고 나서는 매일 지칠 줄 모르고 자전거를 탔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자전거는 필수품이 됐고, 생활 속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학창시절에는 자전거와 얽힌 추억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윤 국장은 자신의 학창시절과 요즘 학교의 풍경을 비교하며 자전거 예찬을 이어갔다.
“언제부터인가 생활 속에서 자전거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가정마다 한 대씩 장만해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던 자전거는 자동차로 대체 되면서 도시의 혼잡을 부추겼다. 아침저녁마다 학교 앞에는 자녀의 등하굣길을 함께한 학부모의 자동차 행렬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있다. 우리 학창시절에는 교문을 드나들던 학생들에게서 에너지와 활기가 넘쳤지만, 요즘 학생들에게는 맥없이 지친 얼굴에 피로감만 잔뜩 쌓여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제 다시 자전거를 생활 속으로 되돌려 놓는 작업을 하고 싶다. 그리고 도시의 청소년들에게 자전거 통학로를 안전하게 만들어줘 활력과 에너지 넘치는 등하굣길을 되돌려 주고 싶다.”
그는 3년 전 자신의 건강을 위해 학창시절 이후 멀리했던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도 힘들더니, 요즘은 80~90㎞는 거뜬하게 달린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몸이 가벼워지며, 활력과 에너지가 넘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요즘은 전국 곳곳을 누비며 각종 아마추어 경기에도 출전하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자전거와 함께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선수나 특수한 마니아층만을 위한 자전거가 아니라 천안시내 곳곳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민 누구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마다 도로정체는 물론 자동차매연과 소음이 사라지고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시민들마다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꿈을 함께 실현시켜 나갈 건강한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