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텔연구소가 아무리 세계적으로 위상이 크다고는 하지만 막연한 사업계획에 무리한 지원요구까지 들어줘야 할 만큼 가치가 있는가. 이미 그들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신뢰와 파트너십을 스스로 깨버렸다.”
아산시가 순천향대학교와 함께 추진해온 바텔해양연구소 유치에 대한 성사 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아산시의회 총무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조철기 의원은 순천향대와 바텔사측의 진행상황을 보고받은 후 신뢰에 많은 의문이 생긴다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사업계획은 없고, 일방적인 지원 요구만
바텔연구소는 자신들이 아산시에서 어떤 사업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원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아산시와 마지막으로 연락을 취한 시기는 지난 3월9일이다. 당시 바텔 코리아 사장 명의로 보낸 문서에는 ‘사업모델 개발비와 초기시범운영자금 5억원이 필요하다. 또 향후 3~5년간 매년 20억원씩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 전달됐다.
장석동 정책실장은 “처음에는 바텔측에서 아산시에 행정적 지원과 해당사무실의 세금감면 등을 요구했다. 그러더니 자꾸 요구가 커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3000평의 부지에 34억원 상당의 연구동 건립비까지 요구했다”며 “아산시는 부지에 대한 임대까지는 가능하지만 건축물 건립비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것으로 판단해 전면 재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이어 “당초 이들은 아산시에 올해 10월까지 자신들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지금까지 이들의 태도로 보아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산시·순천향대·바텔사 MOU체결 무슨내용?
아산시와 순천향대학교는 미국최대 비영리연구기관인 바텔연구소와 2008년 12월11일 아산시청 상황실에서 강희복 시장, 서교일 순천향대 총장, 바텔코리아 사장 조안 아담스 박사 일행이 참석한 가운데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산시와 바텔연구소 그리고 순천향대학교는 환 중국시대를 맞아 국제항으로 발전하고 있는 평택(아산)항을 중심으로 해양환경평가와 복원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을 우선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또 새로운 해양영향평가와 해양환경복원기술을 공유하고 개발해 아시아 전반으로 기술을 확산하는 등 아산시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교두보 역할도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바텔연구소는 아산시 전반에 걸쳐 순천향대학교 고부가치 생물소재 산업화지원 지역혁신센터와 협력해 지역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고 연구개발방향 제시와 지적재산권의 관리방안 마련을 통해 지역발전에도 기여 할 것으로 분석했다.
아산시도 미국 바텔연구소와 MOU체결을 계기로 세계 1위의 디스플레이 산업과 더블어 R&D 중심의 국제도시로 육성해 나간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2008년12월11일, 덕담 주고받는 3자 대표들
아산시는 2008년12월11일, 미국 바텔연구소와 MOU체결을 계기로 세계 1위의 디스플레이 산업과 더불어 R&D 중심의 국제도시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강희복 아산시장은 “아산시는 세계적 글로벌 연구기업인 미국의 바텔연구소와 해양바이오 연구부문을 포함한 포괄적인 투자협정을 체결하게 됨으로써 지역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며 “대기업 중심의 단순 조립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비합리적인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R&D허브를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순천향대학교 서교일 총장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바텔 연구소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아산시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대학 내에 보다 선진적인 연구, 교육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대학 연구 인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바텔코리아 조안 아담스 대표는 “아산시에서 추진하는 각종 연구개발 사업에 바텔연구소의 연구 기술력을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아산시, 순천향대와 함께 손잡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3자 대표간 덕담을 주고받은 이날은 서로의 기대감을 높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때부터 서로의 동상이몽이 시작된 것은 아니었을까.<본보 2008년 12월12일 보도>
2009년 6월24일, 해양생태환경연구 본격착수 발표
미국 바텔연구소와 순천향대학교 연구원들이 아산시청을 방문해 강희복 전 시장과 환담을 갖고, 해양환경 연구가 본격화 됐다고 밝혔다.
아산시는 2009년6월24일, 바텔연구소(대표 존 아담스)와 순천향대학교(총장 손풍삼)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해양생태환경 연구가 본격 착수됐다고 밝혔다.<본보 2009년6월29일 보도>
아산시에 따르면 이번 타당성조사 연구는 6월에 시작해 10월말 완료할 예정이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합작법인형태의 해양연구소 설립도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아산시는 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강희복 시장은 이날 연구원들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바다와 인접해 있는 아산시의 지리적 여건과 우수한 인프라, 순천향대학교가 ‘해역이용영향평가 대행기관’으로 등록된 이점과 함께 바텔연구소의 우수한 연구기능을 합쳐 환 황해권의 세계적인 연구소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바텔 본사의 책임연구원 칼튼 헌트는 “지난 30여 년간 연안하구 오염원의 이동과 결과, 생물학적 축적은 물론 수질이 해안생태계의 양분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며 “이번 타당성조사연구는 아산시뿐만 아니라 서해안의 해양환경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며, 아산시의 전폭적인 연구지원과 협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신현웅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인력을 보유한 바텔이 아산시와 손을 잡고 순천향대와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한다면, 국가적인 R&D기능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시는 당시 해양환경연구를 위한 첫걸음으로 판단하고 아산만과 평택항을 중심으로 해양환경평가 및 복원에 관한 연구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생명공학, 신소재개발,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로 R&D기능이 확산되기를 기대했다.
바텔연구소는 어떤 곳?
바텔연구소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본부를 두고 우주항공, 생명공학, 에너지와 환경, 첨단 소재, 의료기기, 국방, 연구소 운영 및 교육 등 첨단 기술력을 갖춘 연구소로 2만 여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연구소다.
제록스 복사기, 컴팩트 디스크(CD), 바코드 등을 개발해 새로운 사무기기혁명을 이룩한 산실이기도 하며, 미연방 정부연구소 중 6개소를 위탁관리 운영하는 등 연간 40억 불이 넘는 규모의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상이몽’, 시간·예산·행정력 낭비 더 이상 없어야
아산시는 바텔연구소 관련 2년 여 추진되는 동안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과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텔연구소가 국제적인 위상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아산시와 책임있고 성실한 약속이행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 10월까지 그들 스스로 약속한 사업계획 제출을 하지 않았다.
또 지금까지 보여준 행위는 아산시가 자신들의 연구시설을 비롯한 각종 운영자금까지 요구하며, 자신들의 투자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조철기 의원은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바텔연구소를 유치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비용과 노력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행정력과 시간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