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인 성문(남·20)이가 난생 처음 무대에 섰다.
장애인수용수설인 등대의 집(원장 이연순)에서 만능 탤런트로 잘 웃기기도 하고 율동도 잘한 성문이지만 수백명이 모여드는 무대에 서기는 처음이다.
장애인의 날이자, ‘장애우와 함께 밝은 미소’ 공연이 열린 지난 20일(토) 천안역 광장에서 성문이를 비롯한 등대의 집 장애우들은 특별한 나들이를 했다.
이날 공연은 시설장애인들의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아주고 이웃의 정을 잃어버린 현대인에게는 이웃을 도와주는 환한 미소를 되찾아 주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들의 특별한 나들이 뒤에는 숨은 사연이 있다.
비인가 시설인 등대의 집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장애우들을 일반인과 같이 지내고 장애우끼리 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집을 원했지만 꿈만 클뿐, 별달리 예산이 없었다. 생각다 못해 이연순 원장은 ‘엄마’라는 등대의 집 소개와 원장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책을 출판해 판매했다. 그러나 정부의 인가를 얻기도, 가정처럼 지낼 수 있는 집을 짓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돈 사정에 발만 동동 굴렀다.
이에 등대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던 민간봉사단체인 10곳이 공연모금을 하자고 제의했다. 직장생활과 바쁜 일상을 쪼개 봉사활동하는 데다, 공연을 기획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어서 봉사자 모두는 어려움에 처했다. 또 큰 공연을 할만한 여유와 시간도 부족한데 좋은 장소라고 처음 꼽았던 곳에서 “장소를 빌려줄 수 없다”고 해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구러 공연은 시작됐고 등대의 집 안에서만 끼를 펼치던 성문이도 무대에 나와 한껏 재능을 뽐냈다. 성문이의 격파시범, 한복 패션쇼, 뇌성마비로 온몸이 꼬인 소라의 출연까지 등대의 집 가족들 장기가 무대 위에 펼쳐지자 천안역은 환호의 도가니로 변했다.
특별출연 한 엄일석씨는 손과 발조차 사용하지 못하자, 코로 키보드를 치며 찬송가 ‘나같은 죄인 살리신’을 연주해 관중 모두가 눈물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이날 공연과 함께 등대의 집 건축마련을 위해 모금과 밝은 미소가 그려진 티셔츠, 책이 판매됐다. 역이라지만 인적이 드문 이곳에 성금이 이어졌다. 이날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여흥이 남은 관중들은 임시로 놓인 의자가 다 실려갈 동안 박수를 치는 관객도 보였다.
이영로씨(45·서울 서대문구)는 “천안에 처음 놀러왔는데 이런 문화공연을 무료로 여는 것도 뜻밖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연순 원장은 “이렇게 많은 호응을 해준 천안시민께 감사 드린다. 문화적으로 척박한 천안땅에서 비장애인에게 이런 공연을 보여주게 돼 기쁘고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없이 다 같이 밝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모여진 성금 1천1백만원은 24일 등대의 집 건축기공식에 쓰여졌고, 앞으로도 계속적인 시민의 참여로 건축 될 예정이다. 후원계좌 예금주 이연순 농협467-01-114365, 우체국310508-0169260-12 문의 582-4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