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명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여성이 오히려 탄압받는 이 사회가 너무도 서글프다. 이제 현대자동차 사측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수용하고 성희롱 피해자가 원직에 복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12월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협력업체인 금양물류 성희롱 사건에 대해 ‘성희롱’을 인정했다.

이와 함께 가해자인 2명에 대해 정모 조장은 300만원을, 이모 소장은 600만원을 피해자에게 배상하고, 고용상 불이익을 주고 이를 방조한 금양물류 업체 대표는 피해자에게 900만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9월2일 성희롱 피해자가 진정을 제출한 후 3개월만의 결정이다. 그동안 성희롱 피해자인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2차 협력사인 금양물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박모(46)씨의 대리인 역할을 했던 권수정(39)씨를 지난 11일(목) 아산경찰서 집회현장에서 만났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인 권수정씨는 박씨가 당한 성적 모욕과 수치심을 감싸 안으며 지난 3개월간 그녀의 억울함을 각계에 호소해왔다.

특히 1인 시위를 벌이는 동안 현대자동차 직원들에게 두 차례나 물리적 힘에 떠밀려 심한 모멸감과 함께 신체부상까지 당한 박씨를 대신해 현대자동차 정문에서 촛불시위와 1인시위를 벌이며, 현대자동차를 규탄해 왔다. 

이날 아산경찰서 앞에서 만난 권수정씨는 쌀쌀한 날씨 탓인지, 현대자동차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로 부상당한 동료들에 대한 걱정과 오랜 기간 인권투쟁 등으로 지치고 힘들었는지 고단해 보였다.

권수정씨는 우선 국가인권위가 성희롱 피해자인 박씨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안도감을 표했다.

“그동안 성희롱 피해자인 박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 당했다. 또 성희롱 피해자를 징계하고 해고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피해자가 근무했던 금양물류는 폐업을 단행했다. 금양물류 폐업 이후 하청관계를 이어받은 신규기업은 성희롱 피해자인 박씨만을 고용승계에서 제외시켰다.”

권수정씨는 박씨가 지금까지 진행된 힘든 삶 못지않게 앞으로의 문제가 더 중요한 전환점을 갖게 될 것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한 사건을 두고도 피해자가 오히려 탄압을 받는 이 서글픈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현대자동차 사측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 결정을 적극 수용해 박씨의 원직복직을 책임지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