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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가 아산지역 어민들의 어업활동을 불법이라며 인정하지 않는 동안 아산시 어장의 절반 이상을 평택이나 당진 등 외지 어민들에게 잠식당했다.(걸매리 선착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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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 앞바다에서 어업행위를 하는 것은 모두 불법입니까?”
“그렇습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인주면에서 어민들이 어업활동을 통해 채취하는 수산자원에 대해 아산시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곳 어민들의 어로활동을 모두 불법이라고 규정해 아산시가 어업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안장헌 의원은 농정과 윤재성 과장에게 인주 앞바다 수산자원 현황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윤 과장은 “1991~1992년 사이 공유수면 매립을 추진하면서 당시 어민들에게 보상을 완료했다. 이후 일부 어민들이 생계유지차원에서 어업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지만 수산자원에 대해서는 파악한바 없다”고 답했다.
아산시가 아산지역 어민들의 어업활동을 불법이라며 인정하지 않는 동안 아산시의 어업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아산시 어장의 절반 이상을 평택이나 당진 등 외지 어민들에게 잠식당했다.
인주어촌계(어촌계장 박용규)에 따르면 인주 앞바다의 건강망(갯벌위에 설치한 그물) 절반 이상이 평택어민들이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현지 어민들에 따르면 아산호 제방을 막기 전에는 강 하구의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인주 앞바다는 ‘물반고기반’일 정도로 황금어장이었다. 그러나 1973년 아산방조제가 세워지고, 또 다시 1979년 삽교호방조제가 바다와 민물을 가로막으며 풍요로웠던 바다가 황폐화 됐다.
그러나 어민들의 어로활동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아산시가 공유수면매립을 추진하며 어민에 대한 보상을 실시했다. 그러면서 아산시에서 더 이상 바다에서의 어업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어민들, 왜 불법어업 할 수밖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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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어촌계 어민들이 보유한 소형선박은 30여 척이다. 이들은 아산시에서 허가아 등록을 해주지 않아 인근 당진군이나 평택시에 등록해야 했다고 한다. |
인주어촌계 어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소형선박은 30여 척에 이른다.
이들 배 중 정식으로 등록해 허가를 얻은 배는 7척에 불과하다. 이 7척의 배도 아산시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인근 당진군이나 평택시에 등록을 해야 했다.
나머지 어민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진실이지만 선박들은 대부분 무허가 상태다.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 재난보험도 들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선박들을 정식으로 등록하고 싶어도 이제는 그 어디서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아산시는 어업행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인근 시·군에서는 더 이상 등록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지금까지 어업활동을 해왔고, 앞으로도 생계형 어업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1970년대 아산호와 삽교호 방조제가 건설되며, 인주 앞바다는 급격히 황폐화돼 어민들도 죽은 바다로 알았다. 아산시가 바다를 매립해 개발계획을 세우는 동안에도 인주 앞바다는 놀라운 생명력으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사라졌던 어종들이 되돌아오고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어장이 살아나자 어민들은 하나 둘 바다에 되돌아와 모이기 시작하며 인주어촌계가 조직됐다.
이들 중에는 1990년대 당시 보상을 받은 어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어민도 있다. 이들이 어업활동을 하며 공유수면 매립에 반대 입장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한 번 더 보상을 받기위한 변칙적 수단으로 생각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아산시가 파악하지 못한 수산자원, 무엇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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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어촌계 어민들은 칠게, 농게, 꽃게, 청게, 맛조개, 삐쭉이, 백합, 망둥어, 붕장어, 우럭, 숭어, 실뱀장어 등을 계절에 따라 포획하고 있다. |
충남시사는 지난 1년 여 동안 걸매리 탐사를 통해 아산시가 파악하지 못했다는 수산자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족자원으로 칠게, 농게, 꽃게, 청게, 맛조개, 삐쭉이, 백합, 망둥어, 붕장어, 우럭, 숭어, 실뱀장어 등이 계절에 따라 잡히는 것을 확인됐다. 특히 이쑤시개보다도 작고 가느다란 실뱀장어는 3~6월 남해에서 거슬러 올라오는데 1마리에 4000원 안팎의 높은 가격을 받는다.
또 갯벌생태전문가와 현지 어민이 함께한 갯벌탐사를 통해 갯벌생태의 최고 안정화 단계로 해석되는 칠면초 군락도 발견했다. 칠면초군락은 농게, 청게, 참게 등이 채식을 하거나 산란을 앞두고 몸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 철새들이 잠시 날개를 접었다 가는 쉼터 역할을 해준다.
걸매리 갯벌에서는 칠면초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의 희귀식물인 모새달, 염분을 섭취하며 살아가는 퉁퉁마디, 갯길경 등의 염생식물들도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고 치열한 세력싸움을 벌이고 있다.
또 걸매리 앞바다에서는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등 도요새 무리 수천 마리가 어울려 먹이 다툼을 벌이는 장면도 보인다. 특히 국제자연보존연맹(IUCN)과 국제조류보호회의(ICBP)가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한 노랑부리백로와 알락꼬리마도요도 수백 마리가 관찰됐다.
박용규 인주어촌계장은 “어민들에게 고기잡이를 하지 말라는 것은 수확을 앞둔 농민들에게 농사짓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아산시가 갯벌매립을 추진하며 어민들에게 족쇄를 채운 사이에 인주면 어장은 외지인들에게 절반 이상 잠식당했다”고 말했다.
안장원 의원은 “어민들의 어업활동이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아산시가 어떤 수산자원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 차후 아산시가 공유수면 매립을 추진하더라도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