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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 어린이집 앞 주유소 설치반대 학부모 대책위원회’ 엄마와 어린이들이 11월11일 아산시청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산시의 졸속행정을 비판했다. |
11월11일(목) 아산시청 현관.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 얼굴이 파랗게 상기된 어린 자녀들을 앞세운 엄마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아산시 행정을 질타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이제 4살 안팎의 어린이들 목에는 “시장님 주유소가 무서워요” “저는 건강한 청년이 될거예요”라고 적힌 피켓이 걸려 있었다.
아산시의 행정착오로 어린이집 앞에 주유소가 생겼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앞에 생긴 주유소가 왜 문제일까.
2005년1월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는 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과 주유소나 석유판매업 등 위험물저장 처리시설은 50m거리 이내에 있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아산시의 행정착오로 아산시 용화동에 위치한 ‘토끼와 거북이 어린이집’ 근접거리에 주유소가 들어서 1년째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암물질 섞인 유증기 때문에 환기도 못시켜”
토끼와 거북이 어린이집 조양순 원장은 “어린이집과 주유소의 이격거리를 명시한 법을 무시한 탁상행정과 불법행정으로 우리 아이들이 안전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발암물질이 함유된 주유소의 유증기 때문에 어린이집 창문을 마음대로 열지도 못하고, 환기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끼와 거북이 어린이집 앞 주유소 설치반대 학부모 대책위원회(대표 이수미)’는 이날 시청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부모대책위 이수미 대표는 “법에서도 보호하는 우리 아이들을 아산시는 거꾸로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며 “충분히 관련법규를 검토하지 않고 주유소 허가를 내 준 아산시의 행정이 답답하고 한심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산시는 주유소에 허가를 내주기 이전에 보육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라는 질문에 학부모 대표는 “그럴수가 없다”고 답한다.
‘보육시설과 위험물저장 처리시설(주유소 및 석유판매업) 이격거리 50M’ 거리들 두도록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된 것은 2005년 1월부터다. 또 ‘토끼와거북이어린이집’ 앞에 스쿨존이 설치된 것은 2006년 부터다. 100명 이상의 영유아들이 생활하고 있는 어린이집을 일부 학부모들이 학교로 착각할 정도로 눈에 띄기 때문이다.
“아산시가 책임지고 사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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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엄마의 손에 이끌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어린이가 지친 표정으로 길게 하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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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주유소 사태가 1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처음엔 그저 ‘어떤 상가를 짓는 공사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모든 문제의 발단은 1년 전 아산시가 보육시설인 토끼와거북이어린이집 앞에 주유소를 허가를 내주면서 비롯됐다. 주유소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동안 일반건축물로 알았던 어린이집에서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탄원서를 제출해 허가를 보류 시켰다. 그러나 시설을 완공하고도 영업을 못 하게 된 주유소 측이 아산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주유소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날 주민의 편에서 아산시의 탁상행정을 비판하던 아산시의회 안장헌 의원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아산시가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잘잘못이 명백히 들어난 마당에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경남 사천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유치원 앞에 주유소를 설치했지만 학부모 등의 반대에 부딪히자 시에서 예산을 세워 주유소를 이전시키는 등 적극적인 행정을 펼친 것으로 안다. 민원에 대처하는 행정기관의 자세가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고 말했다.
아산시의 신중하지 못한 행정처리 결과로 주유소와 어린이집 모두 피해자가 됐다. 아산시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