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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여교수의 죽음, 그리고 의문들

새벽6시 의문의 추락사…학교당국·학생회 무관심에 비판의 목소리도

등록일 2010년11월0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순천향대학교 노모 교수의 연구실문이 굳게 닫혀 있다. 국화 한 송이 없는 연구실에는 노 교수의 죽음을 애도하는 4장의 메모지가 붙어 있다.

순천향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강의하던 미혼의 여교수가 자신이 살던 대학인근 아산시 신창면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10월28일 오전 6시경 노모(39) 교수가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발견당시 노 교수는 자신의 스웨터로 머리가 묶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아파트 9층에 살던 노 교수의 현관문은 열려 있었고, 9층 복도의 난간에는 먼지에 휩쓸린 추락 흔적이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노 교수의 사망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노 교수가 평소 미행과 도청, 협박전화를 받는 등 신변의 위협을 호소했다고 경찰에 진술하며, 타살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순천향대 동료교수들에게서 ‘학교를 그만두라’는 협박을 받았다”는 유족의 주장과 “노 교수가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도움을 주려 했다”는 동료 교수의 상반된 입장을 전했다.

또 “지난해 9월 연세대 재단에 새로운 본부장이 오면서 1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그만두거나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 중 한 명인 노 교수는 지난 15년간 연세대 재단 이사장 비서로 근무하는 동안 재단관련 자료를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노 교수는 연세대 재단에서도 압박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며 연세대 동료의 말도 전했다.

노 교수의 유족들은 본 사건을 수사중인 아산경찰서에서도 같은 요지의 진술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유서도 없었고, 주검이 발견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노교수 모친과의 전화통화에서 주말에 집에 가겠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는 점도 유족들이 타살의혹을 제기한 이유중 하나다.

유족들은 노교수의 부검을 요구했다. 경찰은 부검결과 추락 이외에 타살을 의심할만한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타살가능성도 열어두고 이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주인 잃은 연구실에 국화 한 송이 없어

그의 연구실이 있던 인문대3층 복도에는 계절의 전령사인 노란 국화화분이 몇 개 놓여 있었다. 그러나 정작 유명을 달리한 노 교수의 연구실에는 분향소도 국화 한 송이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사망한 노 교수는 지난 15년간 연세대 재단이사장 비서로 근무하다 지난 3월 아산시 순천향대학교 부교수로 부임하며, ‘판매촉진론’ ‘마케팅조사론’ ‘소비자행동론’ 등 3개 전공과목을 강의하고 있었다.

노교수가 세상과 이별한지 일주일이 지난 4일 그녀가 근무하던 순천향대를 찾았다.

그의 연구실이 있던 인문대3층 복도에는 계절의 전령사인 노란 국화화분이 몇 개 놓여 있었다. 그러나 정작 유명을 달리한 노 교수의 연구실에는 분향소도 국화 한 송이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굳게 닫힌 노 교수 연구실 문 앞에는 “교수님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교수님의 가르침 잊지 않을게요. 최고의 교수님 이셨어요.” “교수님 정말 보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노 교수는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좋은 친구였다(영문)”는 내용이 담긴 4장의 초라한 메모지만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었다.

연구실 복도에서 기자와 마주친 동료 교수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할 말이 없다”며 피했다.

몇몇 학생과 대화를 시도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노 교수의 죽음이 화제가 되거나 크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심지어 노 교수의 죽음 자체를 모르는 학생도 많았다.

신문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는 한 학생은 “미혼의 여교수라는 직함이 참 멋져보였다. 그 자리에 가기까지 많이 힘들었을 텐데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인생까지 포기했을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학교 앞 차도에서 교통사고로 학생이 죽었을 때는 추모현수막도 걸고 분향소까지 차리며 학교당국이 앞장서 안타까운 죽음을 알렸다. 그러나 의문투성이인 교수의 죽음에 대해서는 오히려 숨기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학생회의 지나친 무관심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날 순천향대 캠퍼스는 총학생회 선거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학생들이 이동하는 길목마다 후보자를 알리기 위한 경쟁은 정치권 못지않게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지성의 전당에서 젊은 피가 들끓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가르치던 교수의 의문의 죽음이 어떤 의미로 다가 설까 궁금했다.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무관심에 ‘씁쓸’

사망한 노 교수는 지난 15년간 연세대 재단이사장 비서로 근무하다 지난 3월 아산시 순천향대학교 부교수로 부임하며, ‘판매촉진론’ ‘마케팅조사론’ ‘소비자행동론’ 등 3개 전공과목을 강의하고 있었다.

“30대 젊은 여교수의 자살소식에 놀랐고, 그 분이 우리학교 교수님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 분이 어떤 분인지는 전혀 모른다. 그러나 그분의 죽음은 정말 안타깝다. 당연히 그분의 죽음을 애도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그분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을 중심으로 분향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나 학교 어디에도 분향소는 커녕 그분의 연구실에 조차 국화 한 송이 없었다. 이러한 무관심이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느껴진다.”

순천향대학교에서 기자와 기꺼이 대화에 응해 준 어느 학생의 말이다.

“뭐 좋은 일이라고…”

그렇다. 학교 입장에서는 결코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일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죽은 여교수 유족들은 동료교수들로부터 연구논문 등에서 불이익을 당해 왔다고 주장했다지 않는가.

그러나 백번 양보해서 생각하더라도 노교수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의 무관심은 이해하기 힘들다. 노 교수가 학생들에게 어떤 존재였고, 어떤 평가를 받아왔는지 모르지만 그의 죽음에 대해 국화 한 송이 올려 줄 여유조차 없단 말인가.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노 교수의 죽음은 그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는 것 같다.
가장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여교수. 그녀에 대한 무관심이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느껴진다던 어느 학생의 말이 귓전에 맴돌며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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