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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성 영인농협조합장 당선인은 판공비와 법인카드 사용내역 공개 등 파격적인 농협개혁을 약속하며, 세 번째 도전 만에 조합장에 당선됐다. |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여기저기 중심 없이 휩쓸려 다니며 밥값이나 축내고, 술타령에 선심성 예산이나 써대는 무능한 조합장이 되지는 않겠다. 때로는 지역의 각종 단체들에게 인색하게 비쳐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합의 더 큰 발전과 미래를 위한 행보로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
지난 10월8일, 2전3기 끝에 영인농협 조합장에 당선된 박종성(59) 후보의 조합경영의지다.
총 선거인수 1670명 중 1373명(82%)이 투표한 결과 박 후보는 전·현직 조합장 출신인 이필제(588표) 후보와 이문희(81표) 후보를 물리치고 695표를 획득하며 당당히 영인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영인농협은 11월12일 이·취임식 행사를 갖고, 13일부터 박종성 조합장 체제로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최근 업무구상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종성 당선인을 21일(목) 이른 아침에 그의 농장에서 만났다.
한우를 기르고 있는 박 당선인은 이날 축사에서 분뇨를 걷어내느라 땀 맺힌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그의 하루는 새벽 5시를 전후해 시작된다고 한다. 소를 먹이고, 배설물을 걷어낸 그의 몸에서는 진한 농촌의 향기가 배어 나왔다.
“농협을 농민에게, 농협의 운영을 조합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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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슬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만난 박종성 영인농협조합장 당선인은 새벽 5시를 전후해 축사의 한우를 돌보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
“조합장 업무개시는 농협을 농민에게, 농협의 운영을 조합원에게 돌려드리는 일부터 시작하려 한다. 농협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합원 스스로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조합원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충직한 심부름꾼이 되겠다.”
그는 상대 후보들과 달리 농협에서 근무한 경험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 농업인 단체에 몸담은 적도 없다. 때문에 새내기의 입장에서 참여하고, 경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당선인은 “경험이 없다는 것은 단점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반대로 가장 큰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영인면에는 농업인을 비롯해 38개의 각종 시민·사회 단체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협에서 지원을 하더라도 가장 중립적인 입장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민심이 무엇인지,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조합운영에 접목해 추진해야 한다. 선거로 인한 후유증을 조속한 시일 내에 치유하고, 조합원들 간의 화합을 이끌어 내는 상생의 조합운영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이 약속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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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최대의 쌀 주산지인 영인면 농민들이 소속된 조합을 이끌어야 하는 그는 수확을 마친 텅 빈 들판을 바라보며, 농협과 자신 맡을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
박 당선인은 “분기별로 조합장 판공비와 법인카드 사용내역서를 문서화해서 조합원 개개인들에게 우편발송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5대 공약실천을 다짐했다.
첫째, 조합원의 예금이자는 높이고, 대출이자는 낮춰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대출심의를 거쳐 형편이 어려운 조합원들에게 금융회생의 길을 열어 주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둘째, 산지유통센터 활성화와 친환경농산물 재배면적 확대, 도·농교류의 기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의 농가소득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농자재 공동구매로 단가를 낮추고, 고령조합원들에게는 일일이 집까지 영농자재를 배달하는 등 영농부담을 줄여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초빙해 농가소득증대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넷째, 여성조합원의 지위향상과 조합원의 복지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조합원의 의료비 지원, 주민세 대납, 장학금 지원 등의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다섯째, 건조장을 확장하고, 벼 건조율을 15%에서 16%로 상향조정해 해 조합원의 편익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