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첫 기착지 조감도
6월13일 지방선거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자들의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본지는 이번 선거를 정책선거로 유도하기 위해 ‘선거의제보도’를 기획했다.
3주에 걸쳐 게재되는 ‘선거의제보도’에서는 특히 시장 출마 후보자들이 관심 쏟아야 될 지역 현안을 해결점 모색과 함께 싣는다.
‘선거의제보도’가 끝난 뒤에는 보도에서 도출된 의제를 중심으로 후보자에게 질의서를 발송한다. 후보자 답변서는 분석과 함께 5월중에 게재, 독자들의 후보자 선택 판단을 돕는다.
<편집자주>
“현재 정부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내보이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을 볼 때 아산 신도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허재완 중앙대 산업경영대학원장은 아산신도시에 대한 우려를 이같이 나타냈다.
실패한 신도시는 있어도 성공한 신도시는 없다. 누구든 실패의 길을 걷기는 싫겠지만 현재 아산신도시는 전형적인 실패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가 이번만큼은 심혈을 기울였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법령 근거부터 마구잡이식 개발을 유도하고 있어 분당, 일산 신도시 등의 전형을 밟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성공한 신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노력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에 입을 모은다.
주민 항의는 빗발치고
수년간 토지거래허가제와 건축규제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던 주민들은 지난 16일(화) 건설교통부 및 삼성전자에 건의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재산권에 대한 피해와 개발에 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주민 2천7백여명이 서명했다. 판교신도시 건의서 1천명에 비하면 이례적인 숫자이고 주민 개개인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배방면과 탕정면 주민이 갖는 고통의 무게는 다르다. 신도시 개발계획은 3단계로 진행되는데 배방면은 1단계, 탕정면 2?3단계다. 1단계에 해당되는 주민들은 빠르면 2004년에는 토지보상을 받아 토지매각 및 재산증식을 할 수 있지만 2·3단계 주민들은 빨라야 2007년에 개발계획이 나올 뿐 토지보상은 꿈도 꿀 수 없다.
탕정면 주민들은 7년간 개발계획을 기다려 왔으나 앞으로 5년은 더 기다려야 토지거래 등으로 인한 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정작 개발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탕정주민들이다.
현재 삼성전자, 선문대 등의 건설과 발전, 개발의 붐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정작 원주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특히 삼성전자의 61만평이 넘는 대규모 전자단지 공사는 주민들에게 소음과 분진, 건설균열 등으로 한시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
지난 16일(화) 탕정면 개발위원회가 삼성전자 단지로 보낸 서한에서는 삼성전자가 종합복지타운을 건설하고 주민들의 피해현황에 대해 민원실을 개설하라는 의견이 담겨져 있다.
주민을 생각하는 기업
주민들은 여러 피해사항을 보상할 수 있는 보상을 종합복지타운 건설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은 기업메세나 협회에 가입, 기업의 이윤 1%를 지역에 환원한다는 것에 찬성하며 이 이윤을 문화, 예술 활동에 지원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거제도에서도 거제조선소 사업을 해 10억원을 들여 파랑포 마을이라는 의료와 종합복지시설을 주민들에게 제공했다.
거제도 파랑포 마을처럼 기업 이윤이 주민에게 돌아오길 갈망한다.
주민들이 바라는 종합복지타운 건설 비용은 6백억원이다. 부지매입비, 종합스포츠 타운, 공연, 노인복지, 청소년 복지 시설을 포함하는 금액이다. 이를 다 기업이 부담하라는 것은 아니다.
아산에서 창출될 수 있는 이윤에 걸맞은 사업비를 내고 아산시와 충남도, 정부가 공동으로 지원해 주어 주민들에 대한 개발에 대한 피해를 어느 정도 보상해 달라는 의미다.
또한 삼성뿐 아니라 탕정과 배방면 등 신도시에 들어설 기업과 관공서에 대해 이같은 의무를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메세나 정신은 유럽 각국에서 기업의 이윤을 주민에게 돌려주고 개발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것을 주민들에게 문화복지 혜택의 길을 열어주고 기업의 실추된 명예를 되찾으려는 기업 정신이다.
시장후보가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메세나처럼 구체적인 대안을 지녀야 앞으로 신도시 개발에 따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떠난 사람 붙잡는 심순애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때문에 떠난 심순애의 운명은 감옥살이였다.
신도시를 보고 떠날 아산시내 중심권의 주민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것이 현재 신도시가 건설된 뒤의 문제점이다. 구도심 인구가 신도시로 유입돼 구도시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성남시 분당구의 경우에도 수도권 인구 분산정책의 일환으로 신도시 정책을 폈으나 성남 구도심 인구는 줄고 분당구로 인구가 유입됐다. 분당구를 새로운 시로 승격하지 않으면 성남시가 발전할 수 없다는 위기감마저 최근까지 감돌았다.
아산시도 이같은 공식에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온양온천1·2동을 중심한 상권은 이미 낙후돼 경제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목받고 있다. 읍면동 지역도 신도시의 개발바람에 앞서 상대적인 소외감과 발전이 어떻게 될까하는 고심의 흔적들이 역력해 지는 실정이다.
권용우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대표는 이같은 현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구도심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산시 온양온천역 5km 반경을 중심으로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정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산시를 보면 60·70년대 건축양식이 그대로 살아있고 영화를 찍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근대적인 양식이 있다. 그러나 전선과 무분별한 간판, 악취 등은 도시미관을 해치는 요인이므로 이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우선 지상화된 전선을 지하에 매설하고, 시내 권역만을 한 섹터로 정하고 신호등, 버스, 도시미관 등 대대적인 건설과 꿈을 담은 도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산시청사 주변은 주민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임에도 순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도심 공원화와 편의시설 마련으로 구도심의 인구가 신도시로 이전되지 않도록 면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아산시내지역 중심가를 문화공간과 복지의 공간으로 섹터개발하고 신도시와의 접근성을 갖도록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주고 있다.
정부 관계 부처여 ‘와라’
이번 건교부의 발표 중 가장 큰 관심사는 건설교통부 등 11개 관공서 이전부분이다.
건교부 등 산하기관이 들어선다면 신도시는 수도권의 인구분산 및 산업,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도시로서 발전이 가능하다.
건교부와 함께 이전할 것으로 알려진 산하기관은 대한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공사, 교통안전관리공단, 국토연구원, 교통개발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 11개 관련기관이다.
2010년부터 입주가 이뤄지면 건교부 공무원 8백명과 관련기관 직원 1만5천명이 일자리를 옮기게 된다. 가족과 관련 기업 등까지 포함해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천청사와 대전청사 등 행정기관의 현재 이전상황으로 볼 때 건교부의 이전도 쉽지만은 않다는 예측이다.
대전청사는 아직까지도 먼저 오기로 돼 있던 산하기관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대전청사 안으로 오지 않고 있으며 이에 이곳 상가들도 울상을 짓고 있는 형편이다.
과천청사 등도 이전 당시 많은 잡음이 있었음을 재차 확인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더구나 건교부의 발표는 계획에 지나지 않을 뿐더러 정병윤 건설교통부 아산신도시팀장마저도 “사실상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적극적인 노력중이다”면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양윤재 서울 환경대학원 교수도 이에 대해 “군사정권 시절에도 안된 정부 관계부처 이전이 쉽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천안시와 아산시가 지자체간에 협의를 통하고 해당 시 출신 국회의원들의 정책적 로비를 통해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 양윤재 교수의 또 다른 제안이다.
양윤재 교수는 “정부 관계 부처를 끌어 올 수 있는 여건은 많다. 지자체장의 신도시에 대한 마인드가 없다면 관계부처의 이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정의했다.
교육이 제대로 서면 인구가 잡힌다
과천신도시가 정부 관계부처를 유치해 놓고도 인구유입이 첫단계부터 진통을 겪었던 원인 중 하나는 교육이었다. 대학들이 유치되고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현대식 시설과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배려되자,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아산시로 유입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곳은 서울대, 이화여대 등 14개 들이다.
이 대학은 서울과의 거리가 고속철도 개설로 34분 밖에 안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서울에는 집, 천안에는 학교. 이런 식이다 보니 천안에서 배우고 서울 가서 꿈을 펼치는 격이 된다. 또한 천안은 단순히 배움의 터전, 소비지역은 서울이 되기 때문에 14개 대학의 수만이 되는 학생들이 온다고 해도 소비와 지역인재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다.
지금의 천안, 아산시에 10개가 넘는 대학이 있어도 인재들이 천안에서 살지 않고 서울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발전으로 흡수되지 못한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또한 아산시가 발전되지 않는 걸림돌이 교육이란 것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아산시의 교육이 제대로 서지 않아 천안시로 이전되고 있다.
아산신도시로 이전되는 인구는 1단계에서 1만1천가구지만 이 인구를 잡기 위해서는 교육환경이 좋지 않다면 대도시권 인구 유입은 요원할 것이다.
역사명칭 해결돼야
선거나 지역정가가 심심하면 내놓는 것이 역사명칭 문제다.
특히 작년에는 고속철도관리공단이 장재역으로 잠정결정해 놓고도 설문조사를 벌여 천안, 아산지역에 파란이 일어났다.
아산시는 95년 온양시와 아산군이 합쳐져 현재에 아산시로 개명하면서 명칭 문제에 대한 신경이 곤두서 있다.
전 온양시가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해 아산시로 알려진 것은 7년여 기간밖에 안됐다. 온양시가 갖고 있던 관광도시로서의 명성도 적어진데다 명칭으로서 잃은 손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산시는 재건의 뜻을 가진 의미인 아산시를 부각하면서도 온천휴양도시의 옛명성 온양시를 그대로 공존시키려 애쓰고 있다.
특히 아산시로의 부각이 되려면 국가 정책 사업 중 큰 이름 하나 걸어놔야 아산시 발전 도약이 가능하다.
고속철도관리공단은 “장재역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하면서도 건설교통부와 고속철도관리공단의 주요 발표에는 천안역을 운운하고 있다.
지난 11일 아산포럼이 주최하는 신도시 관련 토론회에서도 건교부와 주택공사, 고속철도관리공단측의 대변자들이 역사명칭이나 신도시 이름을 천안시를 운운, 아산시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종합적인 개발이 이뤄져야 할때
신도시가 개발되는 땅의 90%는 아산시다. 그러나 개발권자가 충남도임을 들어 아산시는 민선3기 동안 제대로 발언 한번을 하지 못했다.
아산시는 개발권자가 따로 있는데 뭐라고 얘기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김대진 판교신도시개발위원장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20년 동안 개발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시의원이 되자, 3년만에 판교신도시 개발발표가 나왔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듯 자꾸 달려드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또 그는 “특히 도시기반시설과 주민의 재산권을 위한 자치단체의 노력은 도를 지나쳐서라도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상하수도, 전기, 도로, 교통편리시설 등을 도시가 개발되기 이전에 주민이 불편함이 없도록 자치단체가 계속 촉구해야 한다고 힘을 주었다.
정부가 개발한다고 해도 지방자치단체가 의지를 갖지않는 한, 또 도시에 대한 꿈을 갖고 계속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발전은 없다.
앞으로 천안과 아산시는 백만이 넘는 인구가 살게 될 것이다. 이들이 꿈꾸는 신도시가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닌 최상의 신도시가 되길 염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