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순신축제는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축제를 위해 세운 총 12억원의 예산 중 7억4602만원이 집행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방어적인 예산집행에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에서 이순신축제를 위해 1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안다. 이순신축제 전체 예산의 10%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 돈은 어디로 갔는가. 축제가 취소됐기 때문에 돌려줘야 맞는 것 아닌가.”

여운영 의원은 이순신축제가 취소된 이후 축제를 위해 기부 받은 예산의 처리문제에 대한 투명성을 언급했다.

아산시 최대행사인 이순신축제는 당초 4월28일로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3월26일 천안함 침몰사태가 발생해 사망자 추모기간과 이순신축제 기간이 겹쳐져 국민적 슬픔을 함께한다는 차원에서 행사를 대폭 축소한 것은 물론 개최시기를 5월14일로 연기했다. 이후 5월1일 청양군 충남축산연구소에 구제역이 발생해 이순신축제 자체를 취소했다.

이순신행사 취소에 시예산 7억462만원 소진

문제는 아산성웅이순신축제를 개최하지도 못하면서 사장된 예산이다.

아산시 강춘구 사회복지국장이 여운영 의원의 시정 질문에서 답변한 자료에 따르면 시예산 12억원 중 7억461만8000원이 집행됐고, 4억9538만2000원이 잔액으로 남아 8월20일 반납했다고 밝혔다.

올해 아산성웅이순신축제 시비 예산 12억원 중 ▶사전행사인 학술대회, 문화콘텐츠공모전, 주제전시관 등으로 진행된 행사비 1억4000만원 ▶개·폐막식, 유등, 전통저잣거리 등 사전준비비로 소요된 행사비 2억9547만원 ▶포스터, 초청장, 리프렛 등 홍보비 4506만원 ▶주차장 임대료, 전시설치비, 시스템임차비 등 운영비 1억1275만원 ▶기타 축제 준비 인건비 및 공연팀 섭외 보상금 1억1134만원 등 총 7억461만8000원이 집행됐다.

이에 대해 여운영 의원은 “이순신축제를 취소시키자는 의견은 일찍부터 있었다. 그러나 행사준비는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이미 상당수 예산이 무의미하게 집행됐다. 심지어 열리지도 않은 행사에 지출된 금액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 의원은 이어 “행사가 취소되면 그에 따른 계약상 취소사유에 따른 위약금 조항 등을 좀 더 명확하고 세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아산시가 일방적으로 각종 기획사 등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방어적인 계약조항을 만들어 아산시의 예산부담을 최소화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강춘구 국장은 “이번 취소사태로 많은 교훈을 얻었다. 돌발 상황을 충분히 감안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장님! 기탁금 1억원 정말 모릅니까?”

여운영 의원이 이순신축제가 취소된 이후 농협중앙회 아산시지부 기탁금 1억원 등 축제를 위해 기부 받은 예산에 대한 행방을 따져 물었다.	강춘구 국장은 문화재단에서 자체적으로 기탁금처리와 집행을 하기 때문에 농협의 기탁금 1억원의 행방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현금이건 현물이건 이순신축제 행사를 위해 기업이나 단체에서 후원을 하게 되면, 예산 총액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강춘구 사회복지국장은 여운영 의원의 농협기탁금 처리문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 “농협에서 1억원을 기탁한 사실을 몰랐다”고 언급한바 있다.

여 의원은 강 국장의 답변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여 의원은 “1억원이면 이순신축제 총 예산의 10%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 또 이순신축제 행사를 위해 외부에서 기탁한 금액 중 가장 큰 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시장이나 국장이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장이 그런 큰 금액이 기탁 됐는지, 또 기탁됐다면 어떻게 처리됐는지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따져 물었다.

여 의원은 또 “문화재단의 각종 지출내역과 결산서 등에 대한 감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각종 기부금 수입지출 내역을 별도로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