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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신도시 2단계 탕정지구 주민대표들이 정부의 사업구역 축소움직임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거수로 상정안건에 대한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
그동안 설마설마 하면서도 우려했던 아산신도시 2단계 사업차질이 현실화 될 것인가.
지난 9월10일 국토해양부는 “아산탕정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로부터 재무여건 악화로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곤란하고, 지역주민의 불편해소를 위해 사업지역을 축소한다는 내용의 제안이 제출됐다”며 “‘사업구역 축소를 위해 아산탕정 택지개발사업 예정지구 변경에 대한 아산시의 의견’을 듣겠다”는 공문서를 아산시에 보내왔다.
공문서에는 “1998년 지구지정 이후 오랜 기간 행위제한으로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어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신속한 업무처리가 필요하다. 원활한 업무처리를 위해 의견은 9월20일까지 회신할 것. 그렇지 않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못 박았다.
국토해양부와 LH공사에서 아산신도시 사업축소를 위해 2단계 2차 지구 전체를 취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아산신도시 2단계 1764만2000㎡(534만평) 중 1차 517만㎡(156만평)는 추진하되, 나머지 2단계 사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1247만3000㎡(377만평)는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탕정신도시주민대책위원회 이규섭 총무는 “지난 16년간 추진해오던 사업을 하루아침에 축소한다며, 불과 열흘 만에 의견을 달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또 마치 사업축소가 주민들을 위해서 하는 것처럼 언급한 것도 가증스럽다. 이미 주민들은 지난 16년간 인권탄압 수준의 피해를 입어왔는데 정부가 언제부터 주민을 끔찍하게 생각해 왔는가”라며 분개했다.
아산시 이광로 도시개발국장은 “아산시는 10월11일까지 공문서 회신을 연기한 상황이다. 주민의견을 수렴해 국토해양부에 보낼 답변을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아산신도시 2단계 사업축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상추진과 조기보상을 위해 충청남도와 협력해 국토해양부와 LH공사를 설득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반면 사업축소나 지연 등 최악의 상황으로 간다면 해당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당초 사업에 대한 추진·보류·축소·백지화 등에 대한 최종 발표를 8월-9월-10월로 미뤄오다 10월 정기국회 이후인 11월까지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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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설마설마 하면서도 우려했던 아산신도시 2단계 사업차질이 현실화 될 것인가 지역의 이목이 집중된다.(아산신도시 2단계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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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신도시 2단계 탕정지구 당초계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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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신도시 2단계 탕정지구 변경 후.(당초 계획에서 70% 이상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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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이 떠밀려온 16년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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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이 붕괴 직전에 놓여 아슬아슬한 모습이 주민들의 잃어버린 지난 16년을 대변하고 있다. 또 흙으로 지은 벽이 비스듬히 기울어 사람이 드나들기에 위태로워 보인다. 담장대신 둘러친 천막도 빛바래고 낡았다. |
‘제삿날 잘 먹자고 석 달 열흘 굶으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조정래 장편소설 「한강」에서 홍석주라는 인물이 한 말이다. 1차, 2차, 3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무자비하게 밀어 붙이며 서민의 삶을 짓밟는 정부를 비판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기업과 자본가, 부패관료들의 축재는 눈감아 주면서, 힘없는 민중의 삶을 황폐화 시키는 세태를 꼬집었다.
시대적 배경이 반세기가 지나서 이뤄지는 아산신도시는 과연 무엇이 다를까. 아산신도시개발사업도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진행돼 왔다.
‘아산만권 배후 신시가지 개발계획’이 처음으로 확정 발표된 것은 1994년이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5년 충청남도, 건교부, 토지공사, 고속철도공단 등 4개 기관이 공동개발 한다며 각종 협약을 체결하는 등 지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후 2~3년간 지지부진 끌다 1998년 개발예정지에 대한 지구가 확정되고, 건축행위제한이 전면 실시됐다.
엄밀하게 따지면 주민들이 법적인 행위제한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8년 5월부터 13년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개발계획이 처음 발표되던 1994년부터 주민들은 곧 개발과 함께 이주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아무런 행위도 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아산신도시 2단계 탕정주민들의 애환은 시작됐다.
흙으로 쌓은 담벼락이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다 결국 무너지고, 처음에는 바늘구멍 정도 뚫렸던 지붕이 점점 커져 비만 오면 방안으로 물이 새들어 온다. 낡은 창고는 지붕이 조금씩 내려앉기 시작해 굄목을 하나씩 늘려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집도 있다.
어떤 집은 장독대가 무너지고 담이 갈라졌지만 보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부부는 사춘기를 지나는 자녀들을 위해 방 한칸 마음대로 늘려주지도 못하고 살았다. 아산신도시 2단계 탕정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농사일도 마찬가지다. 탕정지구 원주민들은 포도농사가 주 소득원이다. 고령화된 포도나무의 생산능력이 떨어져도 어린나무로 바꿔 심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포도대신 배나 사과작목으로 전환도 불가능하다. 수용토지 보상가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16년째 아산신도시 2단계 탕정지구 주민들은 자신의 집에, 자신의 땅에 대한 아무런 권리행사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인내하며 모진 생활을 견뎌왔다.
신도시개발계획 발표 이후 16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몇몇 주민들은 각종 규제 속에서 살다 세상을 등진 이들도 있다.
탕정 원주민 금융권 빚만 12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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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정신도시주민대책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탕정지구 원주민들이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빚만 1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했다. 탕정농협에서만 800억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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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계획대로라면 탕정지구 보상이 올해 안에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LH와 국토해양부는 2단계사업의 70% 이상을 축소할 계획을 검토 중이다.
일부 원주민들은 계획대로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알고 금융권 등에 대출받아 인근 농지를 대토했다. 또 자녀들의 교육비, 사업자금, 주택구입 등 지출 규모도 커졌다.
탕정신도시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유인범)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탕정지구 원주민들이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빚만 1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했다.
대출을 위해 원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곳은 ▶탕정농협 800억원 ▶농협중앙회 300억원 ▶탕정새마을금고 100억원 순이었다. 대출이자는 평균 10%로 한해 120억원씩 부채가 늘게 된다.
주민대책위 이규섭 총무는 “지역 금융권에서 확인된 빚만 1200억원이다. 그러나 다른 은행이나 친·인척간, 이웃끼리 만들어진 부채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용토지와 대토를 담보로 대출금을 끌어다 썼기 때문에 올해 보상을 받지 못하면 많은 주민들이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정부와 LH공사를 믿었던 상당수 주민들이 앉은 자리에서 삶의 터전인 땅을 빼앗길 딱한 처지에 놓였다. 올 연말이면 농약을 먹거나 목매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며 흉흉한 지역정서를 전했다.
올해 안에 보상이 이뤄질 것을 전제로 한 개인간 연대보증이나 채무거래도 적지 않아 연쇄도산이나 민민 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질 전망이다.
“수용주민을 위한 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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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정신도시주민대책위원회는 수용주민을 위한 법은 어디에도 없었다며, 무엇을 위해 나라와 법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하고 있다. 또 주민들은 LH공사를 수차례 항의방문 했으나 아무런 해답도 얻지 못한 채 돌아왔다. |
주민대책위 김환일 정책국장은 “수용지역 주민들은 지난 16년간 끔찍한 국가기관의 폭력성만을 목격했다. 모든 법이 주민을 통제하며 가장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을 앗아갔다. 수용주민을 위한 법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일단 개발계획이 세워지면 계획지구 안의 주민들은 일거수일투족을 통제와 감시 속에 살아야 한다. 창고보수라도 하면 바로 ‘택지개발촉진법’ 등에 의한 제재가 가해진다.
탕정 주민들이 건물의 신축이나 개보수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택지개발촉진법’ 제6조1항에 따른 ‘건축물의 건축행위제한’ ‘공작물의 설치체한’… 등의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동법 32조 벌칙에 의해 1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 동안 LH공사 직원들이 수시로 마을을 돌며 주민들이 그 어떤 건축행위를 하는지 늘 감시했다고 한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건축행위를 발견하면 즉시 카메라에 담아 행정당국에 고발을 해왔기 때문에 처벌에 민감한 주민들은 그 어떤 행위를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16년간 주민의 삶을 지배하던 아산신도시 개발계획이 하루아침에 백지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민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개발계획수립도 정부 마음대로, 개발계획 철회도 정부 마음대로다. LH공사의 잘못된 사업계획 수립이나 지난 16년간 고통받아온 주민들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지난 5월 인내의 한계를 느낀 주민들은 아산신도시를 계획한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안 사업차질을 야기한 기관과 책임자에 대한 감사를 해 줄 것을 감사원에 청구했지만 반려되고 말았다.
이에 앞서 2월에는 청와대, 국무총리실, 국민권익위원회, 국토해양부, LH공사 등에 주민들이 그동안 입은 고충과 피해를 하소연했지만, 그 누구도 해결해 주지 않고 있다.
누군가의 판단착오로 인한 잘못은 분명 있을텐데, 그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모든 피해는 원주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탕정신도시주민대책위원회 무엇을 요구하나?
조속한 연대보상 촉구…불이행시 16년 피해보상 등 집단소송 불사
한 주민이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주민의견서에 서명하고 있다.
주민들은 탕정지구 각 마을 대표로 구성된 회의를 거쳐 주민들의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주민들은 포도수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농협 회의실에 모였다.
주민의견서에는 정부와 공기업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전하고 있다. 특히 사업축소의 책임을 주민들에게 전가시키는 처사에 대해서는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당초 계획대로 올해 안에 보상하든지 아니면 사업을 전면 백지화 한 후 지난 16년간의 주민피해에 대해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아산시의회(의장 조기행)는 아산신도시 2단계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라며 결의문을 채택했다. 복기왕 아산시장(민주당)과 이명수 국회의원(자유선진당)은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정치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어떤 결과를 얻어낼지 미지수다.
<아산탕정 주민의견서 전문>
LH공사의 사업 보류·축소 운운하는 작금의 사태는 국가와 공기업을 믿고 16년간을 인내한 탕정주민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끼게 한다.
아산신도시 사업성 악화를 만든 원인은 수도권규제 완화와 보금자리아파트 공급, 4대강 등 기존정책의 추진보다 새로운 정권의 정책우선 일변도로 추진하는 선심성 개발정책과 LH공사의 방만한 경영으로 118조에 이르는 부채로 인한 자금난 등이 총체적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정책으로 시작한 사업 약속이 사업성 및 자금의 문제로 축소 운운하는 사태는 국가와 공기업으로서의 신뢰성과 정체성을 포기한 사태이다.
또한 주민의 가슴에 비수를 두 번 꽂은 LH공사의 책임회피성 발언인 주민이 원해서 지구해제를 하는 것으로 운운하는 것은 주민 요구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16년간의 장기화로 인한 사유재산 침해를 넘어 인간의 기본권마저 박탈하는 규제에 대한 고통임으로 조속한 연내 보상 원칙이며 그럼에도 사업성 및 자금문제로 사업의 장기화 될 경우 기다림에 지친 주민들이 더 이상 기다릴 여력이 없다.
LH공사는 사업축소와 백지화를 주민이 원해서 하는 양 왜곡하여 책임을 전가하지 마라.
더군다나 지구지정 당시 이미 사업성 검토, 수요창출, 자금수급방안 등 검토가 이루어졌음에도 이제 와서 사업성 및 자금의 문제로 사업축소 하겠다는 것은 주민을 우롱하고 협박하는 것인가?
이에 탕정주민들은 연내보상을 원칙으로 하며, LH공사 사정인 사업성 및 자금사정으로 인하여 사업이 장기화 될 경우 사업취소만이 주민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LH공사의 사정으로 본 지구를 포기할 경우 16년간 탕정주민들의 정신적 재산적 피해를 구체적이고 충분한 주민 피해보상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피해보상 요구-
-본 지구내의 기반시설(주요 도로망 포함) 진행
-국토해양부 정종환장관의 피해보상인 대출금 이자 보전 실행
-16년 장기화로 인한 주민 피해에 따른 손실보상
이 같은 최소한의 피해주민에 대한 대책 수립이 되지 않을 경우 국가로서 국민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여 대정부 투쟁과 집단 피해보상 소송 및 같은 입장인 지구들과 연대하여 강력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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