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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보도자료. 그러나 대학 연구팀은 기자의 취재접근조차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또 실제 각 언론사에 배포한 시점은 9월6일인데 보도자료에는 6월7일이라고 선명하게 찍혀있는 점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
“아산지역이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준의 독성 중금속이 다량 검출돼 대기중 오염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주 아산시를 떠들썩하게 했던 순천향대학교 손부순·이미영 교수 연구팀의 발표 내용이다. 단연 아산지역의 최대 화두였고, ‘핫 이슈’였다. 지역의 상당수 언론사들이 순천향대에서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고, 기사를 접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순천향대 연구팀은 환경부 지원으로 수행하고 있는 ‘차세대 핵심 환경기술개발사업 프로젝트’ 연구에서 나타난 측정치라고 밝혔다.
대학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아산과 서울시 대기 중 ㎥당 중금속 측정치를 보면 납은 아산지역이 10.25ng으로 서울 5.22ng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았다. 비소도 아산이 8.90ng으로 서울 5.85ng보다 매우 높았다.
2009년 측정치에서는 납은 아산이 0.14ng으로 광양 0.07ng보다 두 배나 높았다. 니켈과 구리도 아산이 0.49ng, 0.27ng으로 광양 0.18ng, 0.12ng보다 각각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향대 연구팀은 “아산 지역 대기 중 나노입자에서 납·아연·크롬·비소·망간·니켈 등 중금속이 다량 검출됐다”며 “중금속 농도를 분석한 결과 산업단지인 광양지역이나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서울보다 더 높아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기환경 심각성과 질병노출도 경고
순천향대 보도자료와 각 언론사 보도내용을 종합하면 아산시민은 매우 심각한 대기환경과 질병에 노출된 상황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대학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가 숨 쉬는 대기에는 많은 미세입자가 떠다니고 있다. 특히 흡입된 나노입자는 신체 안에서 상피세포와 혈관 또는 림프조직에 침투해 뼈골, 간, 신장, 비장, 심장 등과 같은 민감한 기관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코와 후각을 통해 들어온 나노입자가 뇌로 전이된다는 보고서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나노입자에는 납, 카드뮴, 수은 등 환경부에서 지정한 특정 대기유해 물질인 중금속도 함유돼 있다”며 “이들 중금속은 인체에 흡수돼 호흡기와 순환기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질환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고 그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대학측은 아산시가 농촌과 소도시의 특성을 갖고 있어 특별한 대기오염 물질 배출원이 존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대기오염정도가 낮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점도 주목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도시인 서울이나 공단 지역인 광양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환경보건학적인 관점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 오염 물질에 노출되면 건강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냈다.
순천향대 연구팀, “공개된 자료만으로 기사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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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데이터는 2008년과 2009년 연도표기가 전부다. 특히 이해하기 힘든 것은 2008년과 2009년 1년 사이에 납 함유량이 ㎥당 10.25ng에서 0.14ng으로 73분의1로 줄어든 점이다. 그러나 대학 연구팀은 아무런 설명이나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순천향대 보도자료 캡쳐) |
도농복합도시로 청정지역을 자랑하던 인구 27만명의 아산시가 인구 1000만명의 서울시 보다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될까?
순천향대의 발표자료 만으로는 상당부분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감지되고 있다. 순천향대에서 제공한 자료에서는 대기 중 공기오염도 측정 시점을 2008년과 2009년으로 연도만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짜라도 시간대 별로 대기 중 공기성분이 다르고, 측정 위치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순천향대 연구자료에서는 측정 날짜와 시간, 위치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또 순천향대 연구팀 발표 자료에서 2008년 납 농도는 ㎥당 10.25ng으로 이듬해인 2009년 0.14ng보다 73배나 높게 나타났다. 상식적으로 1년만에 73배의 수치가 늘거나 줄어드는 일도 가능한 것일까.
이러한 의문점을 순천향대 손부순·이미영 연구팀에게 설명을 요구하자 이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해당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아직 연구결과가 완성되지 않았다” “일일이 답변해 줄 이유가 없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언론사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보도자료에 대해 보완취재를 하는 기자에게 이처럼 강하게 거부감을 내비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먼저 신분을 밝힌 기자가 연구소 관계자의 신분을 묻자 “그것도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기자는 “귀 연구소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 때문에 아산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시민들은 알권리가 있고, 대학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책임이 있다”며 보충설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연구팀 관계자는 “당신이 뭔데 그런 것까지 따지냐. 더 이상 응대하지 않겠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대학의 발표자료는 누가 설명해 줄까?
기자는 대학의 보도자료를 발표한 홍보팀 관계자에게 “귀 대학에서 발표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아산시는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면 막연하게 문제점만 던져놓을 것이 아니라 그 원인과 해결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대학에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이기도 하다”며 궁금한 내용의 설명과 보충자료를 요청했다.
그러자 대학 관계자는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이메일로 보내라. 연구팀에게 답변을 받아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아산-서울, 아산-광양) 대기 중 공기샘플을 채취한 위치와 시간, 그리고 총 몇 곳에서 채취했는지 ▶ 위치와 시간대별 오염농도 분석자료 ▶대기오염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산업형태와 종류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대안 등을 설명해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곧 연구팀 교수에게 의뢰해 알아보겠다던 대학 관계자는 더 이상 연락이 없었다.
아산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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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는 아산지역이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준의 독성 중금속이 다량 검출돼 대기중 오염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제공한 대기 중 중금속 오염도 측정장면) |
아산시 강춘구 사회복지국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과이기 때문에 매우 당혹스럽다. 아산시에는 공해배출우려가 있는 공장 밀집지역이 없다. 대학측에 협조를 요청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만일 순천향대 조사결과가 사실이라면 아산시는 이에 대한 신속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측에서 무엇인가 착오가 있었다면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지역을 혼란스럽게 만든 책임은 분명히 대학에서 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산시 환경보호과 김성일 과장은 “대기오염 측정은 순천향대 캠퍼스 내부에서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이나 차량통행이 빈번한 도심 한복판도 아닌 대학 캠퍼스 안에서 이러한 측정결과가 나온 점이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는 수질이나 소음·진동 등과 다르게 유동성이 매우 강하다. 이번에 대학에서 발표한 오염도 측정에 대한 시간, 장소 등 보다 상세한 데이터를 요청했지만 더 이상 협조를 얻을 수 없었다.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교수도 만났지만 이번 조사결과 발표자료에 대한 명쾌한 해명은 들을 수 없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학측의 책임성 있는 해명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대학에서 정확하게 대기측정을 한 것이라면 언론의 취재를 거부한다든지 자료공개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말로 대기오염문제가 심각하다면 대학측이 먼저 아산시에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것이 학자적 양심을 지키는 일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차수철 사무국장은 "아산시가 서울시보다 대기오염이 더 심각하게 나타날만한 조건은 없어 보인다. 다만 편서풍 지역인 당진 제철공단 등의 영향으로 인접지역인 평택이나 아산이 영향권에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개연성은 희박해 보인다. 보다 세밀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각종 변수와 조건이 첨부되지 않은 점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손부순·이미영 교수 연구팀은 2008년~2011년까지 환경부 지원으로 ‘차세대 핵심 환경기술개발사업 프로젝트’를 수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