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왕 아산시장이 9월2일(목) 시장실에서 아산인주갯벌매립반대시민대책위원회와 첫 만남을 가졌다.
아산시장이 갯벌매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공식석상에서 자리를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복기왕 시장과 대책위 대표들은 걸매리 갯벌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
대책위측은 “평택항만과 황해경제자유구역 등으로 숨구멍 하나 제대로 쉴 수 없는 인주면 걸매리 앞바다를 매립한다는 것은 손바닥 만한 서해의 숨구멍마저 막겠다는 구시대적 개발론자들의 망령”이라며 “아산시는 갯벌을 매립해 일반산업단지화 하려는 사업계획에 대해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고, 갯벌 보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복 시장은 “걸매리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로 개발할 것인지 갯벌을 보존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싶다”며 “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과 개발을 반대하는 측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복 시장과 대책위는 아산시 마지막 바다인 걸매리 갯벌의 미래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두고 신중한 고민과 충분한 검토를 거쳐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날 복 시장과 갯벌매립반대 시민대책위가 나눈 대담 내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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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왕 아산시장이 9월2일 시장실에서 아산인주갯벌매립반대시민대책위원회와 첫 만남을 가졌다. 복기왕 시장과 대책위 대표들은 걸매리 갯벌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 |
투자자에게 연구용역비를 부담시킨다?
▶복기왕 아산시장: 아산시가 지금까지는 걸매리 갯벌을 개발 하는 것으로 입장정리를 한 것 같다. 개발여부에 대한 기준은 갯벌이 살아있는가. 또 당진군과 평택시 연안이 매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이에 있는 걸매리 갯벌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연구용역이 필요하다. 갯벌이 살아있고 보존될 수 있다면 (갯벌매립을) 안하고, 그렇지 않으면 매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림측에 용역비를 부담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다. 현재 아산시 예산으로 용역을 발주해 타당성을 검토할 형편이 못된다. 용역을 맡게 될 기관이 지나치게 보존론자 여도 곤란하다. 중립적 가치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
▶차수철(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단순하게 갯벌이 죽었으면 개발하고, 살았으면 지키겠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다. 걸매리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어민들조차 죽었다고 생각하던 갯벌이 다시 살아나 왕성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다. 생태계는 움직이는 것이다. 일정공간 안에서 어느 정도의 생명체가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심리적·경관적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향후 갯벌이 갖게 될 지속 가능한 가치에 대해서는 정확한 관점을 가지고 상황판단을 해야 한다.
▶박용규(어촌계장): 가장 답답한 것이 갯벌에 한 번 와보지도 않고 갯벌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무원과 주민들이다. 요즘 갯벌에 와보면 갯벌위에 새까맣게 생명체들이 우글거린다. 얼마 전에는 멸종된 것으로 알았던 백합까지 되살아났다. 실뱀장어, 망둥어, 맛조개, 삐쭉이, 소라, 숭어, 칠게, 청게, 농게, 우럭 등 시간이 갈수록 사계절 어족자원이 풍성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이미 죽은 갯벌이다’ ‘평택과 당진 때문에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라고 미리 예단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김지훈(아산시민모임 사무국장): 갯벌매립을 추진하고 있는 대림측에 타당성 연구 용역비를 부담시키려는 발상 자체는 누가 보더라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차수철: 맞다. 대림이 아무리 중립적인 입장에서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용역비를 부담했다고 한다면 그 결과에 대한 신뢰가 생기겠는가. 현재도 대림측은 걸매리 갯벌매립을 위한 움직임을 계속 보이고 있지 않는가. 연구용역비가 그렇게 부담이 된다면, 무보수로 일해 줄 전문가를 찾아볼 수도 있다.
▶시장: 대림측에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혀 만나지 않고 있다. 또 용역에 필요한 돈을 누가 주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시에서 전액 부담해서 용역을 발주한다고 하더라도 개발의지가 강한 대림측에서 개입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기영(아산농민회 인주지회장): 투자자의 돈으로 용역발주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고, 잘못된 선례를 남길 우려가 크기 때문에 반대한다.
또 걸매리 갯벌이 죽었다고 주장하거나 단정 짓는 시의원이나 공무원, 주민들이 있다. 그것은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무책임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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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왕 시장은 “당진군과 평택시 연안이 매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걸매리 갯벌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연구용역이 필요하다. 갯벌이 살아있고 보존될 수 있다면 (갯벌매립을) 안하고, 그렇지 않으면 매립해야 한다고"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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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차수철 국장은 “생태계는 움직이는 것”이라며 “단순하게 ‘갯벌이 죽었으면 개발하고, 살았으면 지키겠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
“정치적 부담 크지만, 다수결 결정은 않겠다”
▶차수철: 걸매리 갯벌매립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여론과 흐름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
▶시장: 현지 주민들에게 걸매리 갯벌은 매립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지 않은 목소리는 여기 있는 사람들 정도다. 그러나 갯벌매립 여부에 대해서 다수결만으로 판단하지는 않겠다.
시장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달라. 정확한 판단근거 없이 막연하게 소신대로 하라는 것은 시장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것이다.
특히 여러분의 갯벌매립 백지화 요구는 전 시장(강희복)이 역점으로 추진하던 사업을 뒤엎는 것이다. 시장의 입장에서 얼마나 부담이 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판단근거가 필요한 것이다.
▶김지훈: 아산시는 지금까지 걸매리 갯벌매립과 개발을 전제로 타당성 조사를 해왔고, 개발을 위한 객관적 근거를 찾아왔다. 그러나 개발에만 치우친 성급한 판단은 안된다.
아산시에 유일하게 마지막 남은 갯벌에 대한 보존적 가치가 분명히 있다. 시민들이 산업단지를 선택할 것인가 갯벌을 선택할 것인가 의사를 묻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다. 이제부터는 아산시와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공동조사·공동토론회 등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차수철: 아산시가 세수증대, 해당주민요구를 이유로 들어 갯벌을 개발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도 없고, 근거조차도 미약하다. 지금까지 세수증대가 목적이 아닌 사업이 있었는가. 또 아산시가 언제부터 주민이 요구하는 사업을 뭐든지 다 들어 줄 수 있는가.
일본 3대 항만도시인 나고야는 손바닥만한 갯벌을 애지중지하며 지키려고 난리다. 걸매리 갯벌은 아산시의 마지막 바다며, 연안으로 더 좋은 가치를 얼마든지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아산시에게 그 판단을 해달라는 것이다.
▶시장: 갯벌매립에 대해 찬성·반대·중립적인 성향의 세 학자가 있다고 하자. 세 학자 모두 각각의 의견이 팽팽하다면 시장으로써 갯벌 보존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중립적 성향의 학자가 갯벌매립이 옳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시장으로써 반대주장을 하기 힘들다.
대림이나 시민단체에서 추천하는 어느 한쪽의 전문가 이야기만 듣는다면 형평성을 잃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성과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맞다.
“바다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어민”
▶한기영: 학자들 의견도 중요하지만 걸매리 갯벌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바다에서 생활하는 어민들이다. 바다에 한 번 나가보지도 않은 사람이 ‘갯벌이 죽었다. 가치가 없다’라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다.
▶용장환(어촌계 총무): 평택항만 건설을 위해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와 영인면 경계의 산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 항만 주변의 펄을 끌어들여 바다에 둑을 쌓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 과정에서 바닷속 갯벌의 높낮이 등 지형마저 심각한 변형을 가져오고 있다.
▶박종술(어민): 평택항만을 유지하는 제방 안에는 아산시 땅도 30여 만평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안다. 아산시의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 또 신속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건설국장: 경기도에서 평택항만에 들어간 아산시 땅을 경기도 땅으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당진군의 경우 더 심각한 것으로 안다. 충남도·당진군·아산시가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박진용(아산YMCA 사무총장): 생태자원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걸매리 갯벌매립이 시급하게 서둘러 추진해야 할 사업은 아닌 것으로 안다. 지금까지 개발과정을 지켜보면 정책결정권자의 개발의지 이외에는 판단 근거가 전혀 없었다. 갯벌은 언제든지 매립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매립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되돌릴 방법이 전혀 없다.
걸매리 갯벌매립여부의 판단에 대한 중요한 변수는 해당지역 여론일 것이다. 그러나 걸매리 갯벌이 그곳 주민만의 자산인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근주민과 아산시민의 의견은 다를 수도 있다.
사업추진이 한 발 늦더라도 반대의견도 충분히 듣고, 세심하게 검토한 후에 최종단계에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시장: 이제 정리하겠다. 여러분들의 요구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다. 늦게 가더라도 반대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 또 3가지 의견(매립·반대·중립)이 공존하면 매립하지 않겠다. 양심적인 학자들이 연구용역에 참여하면 갯벌에 대한 가치가 정확하게 평가될 것으로 생각된다. 시에서 일방적으로 개발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겠다.
아산시 마지막바다, 걸매리 갯벌매립 어디까지 추진됐나?
매립계획수립(1992)-매립면허소멸(2002)-재추진(2007)-유보(2009)-강행(2010)-답보(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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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마지막 바다인 인주면 걸매리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화 하려는 아산시의 계획에 아산인주갯벌매립반대시민대책위원회가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 공유수면 매립계획이 처음 세워진 것은 1992년 삽교천과 아산만을 연계하는 광역관광지 조성에 대한 대통령 공약이 발표되면서 본격화 됐다.
이듬해인 1993년 건교부는 공유수면 6.83㎢(206만평) 매립기본계획을 확정 고시했다. 이어 1995년 아산항 재정비계획에 따라 5.82㎢(176만평)를 반영해 해양수산부에서 확정고시했다.
그리고 1996년 아산시가 인천해양수산청에 매립면허를 신청해 1997년 14개 중앙기관 중 13개 부처와 협의를 완료했다. 그러나 이때 환경부에서 매립목적 중 관광기능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을 통보했지만 아산시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특별한 진전 없이 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산시가 매립면허를 받지 않자 2002년 매립기본계획은 자동적으로 소멸되며 자취를 감췄다.
2006년 아산시는 다시 공유수면 매립기본계획을 세워 반영할 것을 요청했지만 실수요자가 없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그러자 아산시는 2007년 실수요자로 ㈜대림산업을 선택해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추진에 나섰다.
아산시는 현재 430만8500㎡(130만평) 규모의 갯벌을 매립해 ‘아산 ECO-테크노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본 사업계획은 현재 아산시와 대림산업, 금융권이 함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아산시가 20%의 지분을 출자해 참여할 계획이다. 총 투자비는 7361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며 특수목적법인 자기자본 500억원 중 20%에 해당하는 100억원을 아산시가 출자한다는 내용이다.
아산시는 재원조달을 위해 음봉면 산정리에 위치한 시소유 토지 59만2165㎡를 현물로 출자해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의회 의견청취까지 마쳤다.
본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아산시는 작년 9월 충남시사 인터뷰에서 사업을 전면 유보한다고 밝힌바 있지만, 물밑에서는 지난 6월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후 민선5기 복기왕 시장 취임 이후 답보상태며, 시민단체 등에서는 원점에서 부터 재검토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현지 주민들은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갯벌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