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바라(왼쪽)와 안타스
다가오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과거의 구태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개혁을 이룩해야 하는 변혁기에 와 있다. 이에 본지는 시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시장은 어떤 조건들을 가져야 하는지 12회에 걸쳐 다양한 계층들을 만나 그들의 바람을 전한다.-
파키스탄 쿠중마을에서 온 구세바라(38)씨는 투표권이 없다.
이슬람교인 구세바라씨는 하루 네 번씩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가 뭔지 잘 모르지만 자신이 지내고 있는 아산이 잘 되기를 기도한다.
한국에서 알게 된 또 다른 파키스탄인 안타스(31)씨도 구세바라씨와 매일 붙어 다닌다. 일은 좀 어렵지만 사업주가 먹을 것도 챙겨주고 주말이면 같이 여행을 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쁨을 얻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구세바라씨는 안산공단에서 연수를 했다가 손가락 한 마디가 잘려 나가 외국인지원센터의 보호를 받아오다 최근 아산까지 오게 됐다.
다행히 먼저 온 안타스와 함께 있게 되어 위안이 되고 이제는 한글도 알고 천안도 나가 다른 파키스탄인들을 만나기도 한다.
시장이 누가 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구세바라씨는 “어떤 인간이 나오는지 모른다”며 서툰 한국말로 농담을 건넸다.
그는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착하고 욕 안하는 사람이 시장이 됐으면 한다”며 “신을 믿어야 좋은 사람인데 정치인들은 신을 믿지 않는다”고.
구세바라씨는 신을 믿는다면 나쁜 짓도 안하고 욕도 안 하는데 정치인들은 신을 믿는 사람들이 없는가 보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안타스씨는 한국에 온지 불과 세달 밖에 안돼 시장이 뭐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각 마을의 지도자라고 설명해 주자, 안타스는 “그러면 밥도 사주고 치킨햄버거도 사주냐”고 되묻는다.
그런 것을 사주면 불법이라고 말하자, “외국인 노동자들 대부분이 불법이고 투표권도 없으니까 한번 사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들은 시장이 누가 되든 상관없지만 “우리 사장님이 일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면 좋겠고, 외국인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시장이 도와줬으면 한다”고.
구세바라씨는 한국에 처음 올 때는 부푼 마음으로 왔는데 일이 너무 힘들고 고된 것은 둘째치고 욕하고 왜 때리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이나 프랑스 사람들은 맞지 않고 한국에서 우대받는 것을 보니 파키스탄이 잘 살아야겠구나 생각은 했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대하는 한국사람이 너무 미웠다고.
구세바라씨는 시장은 누구보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시장이 되길 바라며 오랫동안 안타스와 아산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길 빈다며 “아산시를 사랑한다”고 하트모양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