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간(1998년 지구지정, 행위제한) 주민들은 정부와 공기업으로부터 재산이나 생존권 제한을 넘어 인권탄압 수준의 횡포에 시달려 왔다.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개발인가 되묻고 싶다.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버틸 여력조차 남지 않았다. 이 상태라면 머지않아 연쇄적인 주민파산과 생활비관으로 인한 자살사건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아산신도시 2단계 탕정주민대책위원회 유인범 위원장은 정부와 LH공사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터뜨렸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막가파식 개발과 무책임한 사업지연, 게다가 이젠 아예 사업의 계속진행 여부를 놓고 새롭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해당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추진됐던 사업이 어느날 갑자기 역시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재검토 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은 아산신도시개발 지구지정이 확정된 1998년 이후 겪은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했다고 한다.
“어떤 집은 화재가 발생해 전소됐는데도 불구하고 수리도 못한채 인근 단칸방에 일가족이 세들어 살고 있다. 어떤 집은 장독대와 담장이 무너지고, 어떤 집은 비만 오면 물이 줄줄 새들어도, 양동이로 받치고 올 여름 장마철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힘겹게 버티고 있다.”
유 위원장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더 기막히고 놀라운 사실에 대한 푸념을 이어갔다.
“주민들은 아산신도시가 당초 발표한 계획대로 진행돼 올해 안에 보상이 이뤄질 줄 알았다. 주변 땅값이 더 오르기 전에 금융권에서 대출받아 인근 농지를 대토한 농민들, 주택구입이나 새로운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받은 주민들은 대부분 파산 직전에 놓여 있다. 이자부담을 못 버텨 담보물건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한계에 다다른 주민들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탕정지역은 달고 맛좋은 포도가 지역 특산품으로 생산돼 오랫동안 아산시를 대표하는 농작물이었지만 현재는 수령이 오래돼 생산성이 떨어져 어린나무로 바꾸거나 대체작목으로 전환하고 싶어도 행위제한에 묶여 불가능하다.
현재 LH공사는 아산신도시 2단계에 대해 원안대로 추진, 축소·변경, 유보, 백지화 등을 놓고 검토 중이며, 오는 10월에 검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위원장은 “지난 12년간 고통의 세월과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아산신도시 개발사업에 더 이상 주민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된다. 주민들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