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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편에서 삼성을 규탄하고 있는 공유정옥 산업의학 전문의. |
“삼성은 더 이상 노동자를 죽이지 마라, 더 이상 죽지 않겠다,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삼성LCD 탕정공장 앞에서 얼굴에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된 채 분노에 찬 떨리는 목소리로 절규하는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노보연)에서 활동하는 산업의학전문의 공유정옥(36)씨다.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누구나 알만한 상당히 알려진 인물이다.
서울 중에서도 8학군으로 알려진 대치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고려대 의대에서 전문의 면허를 취득한 그녀는 남부럽지 않은 안락한 생활이 보장돼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정 반대의 길을 선택해 현재는 한노보연에서 12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게다가 그 월급마저 쪼개서 더 열악한 단체를 지원하기도 한다. 한노보연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각종 질병에 걸린 노동자를 지원하고 있다.
그녀의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고려대 94학번 새내기 시절부터 시작됐다. 서울 상계동의 한 철거민촌에 의료봉사를 나갔다가 자본과 공권력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던 주민들을 본 후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 충분히 가진 자들이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빈민들의 삶터와 생존권까지 박탈하는 모습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당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용역깡패에게 쫓기고, 공권력(경찰)에 탄압받는 가난한 민중들이었다.
당시 학생신분으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린이와 노약자를 대피 시키고, 화염병을 만들고, 보도블럭을 깨뜨려 던지며 저항하는 일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 그녀는 학생운동의 중심에 서서 활동 하면서도 어려운 의학공부를 마쳤다. 함께 공부한 선·후배 동기들이 최근 만나는 자리에서 ‘차’ ‘골프’ ‘아파트 평수’를 이야기 하는 동안 그녀는 ‘삼성근로자의 백혈병’과 ‘용산철거민의 비극’이 떠오른다고 한다.
삼성도시인 아산시와 천안시에 백혈병을 알리러 2008년9월 처음 나타난 그녀는 반도체노동자 피해자가 늘면서 천안·아산 방문 횟수가 부쩍 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자주 오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