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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CD 탕정공장에서 일하다 생식세포종으로 사망한 고 연제욱씨(28) 어머니 최술연씨가 '삼성LCD 산재은폐 규탄'을 위해 마이크를 잡았지만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채 오열해, 지켜보던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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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연제욱씨 기일을 3일 앞둔 이날 동생 미정씨가 고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삼성LCD 노동자들에게 동료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증언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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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온양공장에 근무하다 재생불량성빈혈에 걸려 투병중인 유명화씨의 부친 유영종씨. 그는 고통속에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자신의 딸을 건강한 모습으로 돌려달라며 절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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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 소장(산업의학 전문의)은 '삼성은 더 이상 이 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며 삼성을 향해 절규했다. |
고 연제욱씨.
1982년1월 속초에서 태어난 그는 2004년6월 충남 아산시 삼성전자 LCD 탕정공장에 설비엔지니어로 입사했다.
그는 포토(사진)공정과 에치(식각)공정의 제조설비 유지보수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또 2004년 입사 후 근속 4년 내내 연장 야간근무를 가장 많이 한 사원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2008년 2월 종격동(양측 폐를 분리하고 있는 조직과 기관) 부위 악성신생물 ‘생식세포종’ 진단을 받고 이듬해인 7월23일 스물일곱의 나이로 사망했다.
삼성근무 당시 그는 야간근무 등 가장 오래 열심히 일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만큼 몸도 일찍 병들어 갔다. 삼성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는 조금씩 병이 쌓여 전에 없던 피부염, 축농증, 목·허리·어깨 질환을 얻어, 끝내는 3일에 한 번 꼴로 병원에 다니면서 병마와 싸워야 했다고 한다.
2009년7월 고 연제욱씨 유족들은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했지만 2010년3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결과 업무관련성이 낮다며 불승인처리 됐다. 이후 삼성측에서 몇 차례 유족들을 찾아 위로금을 줄 테니 ‘산재를 포기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현재 연제욱씨 유가족들은 우울증 치료 중이다.
“삼성 노동자의 잇단 죽음, 진상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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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등에서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2010년 공동행동을 7월19일 천안역 광장에서 촛불집회와 함께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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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죽거나 투병중인 가족들과 노동계, 시민단체 회원들이 삼성LCD 탕정공장 앞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라며 시위하고 있다. |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한 젊은 20~30대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백혈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또 림프종, 뇌종양, 골육종, 폐암, 피부암, 난소암 등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힘든 다양한 암과 희귀질환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젊은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의 진상을 밝혀라.”
7월23일은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일하다 서른 살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고 황민웅씨와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가 스물일곱에 암으로 목숨을 잃은 고 연제욱씨의 기일이다.
이 날을 앞두고 반올림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등에서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2010년 공동행동 ‘반(도체 노동권을 향해) 달(리다)” 공동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반도체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조금이라도 더 큰 목소리로 외치자”고 말한다. 그것이 고인들의 삶과 죽음을 온전하게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원회와 반올림 등 시민단체는 지난 7월19일 천안역 광장 촛불문화제에 이어 20일(화) 삼성LCD 탕정공장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규탄대회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반도체, LCD 등 첨단 전자산업이 시작된 역사는 매우 짧지만 실로 무서운 속도로 변화·성장해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급속한 질주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첨단 전자산업을 일군 진짜 주인공인 노동자들의 생존과 건강문제는, 정부에서 마저도 무시하고 숨기기에 급급한, 기막힌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반도체 생산 공정에는 수천 수백가지의 화학물질과 유독가스, 방사선 등 인체에 해를 미치는 유해요인이 존재한다. 반도체와 LCD는 생산 원리와 제조공정이 매우 흡사하다”며 “이러한 공정에서 설비를 세척하고 고장 수리 업무를 담당했던 노동자가 고 연제욱씨다. 그의 가족 누구에게도 없는 희귀한 암이 평소 건강했던 그에게 발병됐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업무관련성을 인정해 산업재해 승인을 내려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전세버스로 성벽 쌓아…“삼성 땅은 밟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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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CD 탕정공장 정문앞은 전세버스를 동원해 2중3중의 방어벽을 쌓은채 수십명의 사설경호인력을 동원해 유족들의 진입을 막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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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연제욱씨 유가족들이 이날 35℃의 찜통더위 속에서 오열하는 가운데 전세버스로 둘러싼 바리케이트 뒤에서는 걸그룹의 최신 댄스곡들이 확성기를 타고 울려 퍼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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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연제욱씨 어머니 최술연씨가 오열하다 뜨거운 아스팔트에 주저 앉았다. 같은 시각 버스방어벽 너머 삼성의 확성기에서는 댄스곡 볼륨이 더욱 크게 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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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CD 탕정공장의 버스방어벽 앞에서 노동자 죽음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반올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회원과 유족들. 이들의 목소리는 삼성의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묻히고 있다. |
7월20일(화) 충남 아산시 탕정면 세계최대 LCD공장 정문 앞에서 기일을 사흘 앞둔 ‘고 연제욱씨’의 어머니가 목 놓아 오열했다.
이날은 35℃의 폭염과 한 여름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열기가 더해져 잠시 서 있기조차 힘겨울 정도로 숨막힌 날씨였다.
이날 반도체, LCD, SDI 등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난치병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노동자의 가족과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원회 등 20여 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의 진상을 밝히라며 ‘삼성전자 산업재해 은폐 규탄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규탄대회에 앞서 삼성LCD 정문 앞에는 통근버스를 이용한 몇 겹의 바리케이트가 둘러 쳐졌다. 또 집회인원의 몇 배에 달하는 자체 경호 인력이 철통같은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삼성은 산재은폐 시도 중단하고, 고 연제욱씨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라.”
“삼성은 반도체, LCD 노동자들의 죽음에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
노동자, 시민단체의 구호와 절규는 삼성의 버스성벽과 삼성에서 송출하는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걸그룹의 댄스곡 퍼레이드에 공허하게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에 앞서 반올림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에서는 삼성 온양공장, 탕정공장, 천안공장 3곳에서 ‘삼성의 산재은폐를 규탄한다’며 오전 7시부터 1인시위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몸싸움에 떠밀려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응급 후송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몸싸움이 벌어진 것은 삼성의 사유지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이날 1인시위를 벌이던 유족들에게 화장실 이용조차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 선춘자 위원장은 “초일류기업 삼성은 그들이 버린 노동자와 유족들에게 짐승만도 못한 만행을 저질렀다. 다른 노동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그랬는지 모르지만 발상 자체가 치졸하고 기막히다. 세계 제일의 두뇌집단에서 겨우 이정도 밖에 대응하지 못하는지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삼성측 관계자는 “집회와 시위는 그들의 자유다. 그러나 법과 질서를 벗어난 행동으로 사업장에 피해가 있어서는 안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우리의 사업장을 스스로 지키려는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 주장하는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대한 업무연관성은 아무것도 입증되지 않았다. 삼성의 이미지 훼손을 통해 뭔가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LCD 탕정공장 앞에서는 연제욱씨 유가족과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22세)씨 부친 황상기씨, 재생불량성빈혈로 투병중인 유명화씨의 부친 유영종씨,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 공유정옥 소장, 노동계, 시민단체 회원들이 함께 절규했다.
“노동자의 건강은 생존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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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CD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규탄대회 구호와 삼성에서 내건 현수막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 국가경제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한국 반도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막대하다.
더욱이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은 아산시와 천안시에서 삼성의 위상은 누구도 부정하거나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삼성의 몸짓 하나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아산시와 천안시에서도 수십명의 노동자들이 병들거나 죽어갔다. 그러나 그들의 질병은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반도체산업 현장의 노동자들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같은 일터에서 병들거나 사망한 동료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고, 지금도 그 일터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백혈병에 걸린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투쟁을 계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반올림측은 암이 아니더라도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 생리불순, 불임, 시력저하와, 근골격계 질환, 수면장애, 위장장애, 탈모, 피부병 등 반도체 노동자들이 겪는 건강 문제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반도체 산업이 융성했던 다른 나라에서도 노동자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훼손돼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반도체와 전자장비를 만들던 미국의 IBM, 영국의 내셔널반도체, 대만의 RCA공장에서도 이미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리거나 유산, 불임, 기형출산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2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박지연씨 사건이 알려지면서 아산과 천안공장의 유사사례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삼성사업장에서 발생된 60여 건 중 절반이 넘는 30여 건이 온양·탕정·천안공장에서 발생됐다. 그러나 삼성과 정부에서는 노동자들의 질병과 업무의 연관성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노동자에게는 건강 자체가 생존이다.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몸이 아프면서도 숨기기까지 한다. 그러다 뒤늦게 자신의 병이 심각해졌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의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고 되찾는 일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위해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노동권을 짓밟아온 반도체, 전자 산업의 질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배부른 자본가의 이윤을 위해 노동재해와 환경오염에 눈감는 정부의 잘못도 바로잡고 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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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삼성노동자 유족들은 삼성LCD 탕정공장 앞에 이곳 노동자들이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도블럭에 글씨를 남겼다. |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