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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성 2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이명수 국회의원. |
“아산시는 그동안 주변의 도시보다 정치·경제적으로 더딘 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이는 아산시민의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민의 의지와 희망을 집약할 구심점이 없었기에 보다 체계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한 것입니다. 이번(2008년) 4.9총선은 이러한 시기에 아산시민이 도약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으로 생각합니다.”
2008년 4월9일 국회의원 당선이 확정되자 이명수 의원이 아산 시민들께 보낸 당선소감과 첫 인사였다. 이명수 의원은 본인 스스로를 시민의 의지와 희망을 집약할 구심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2년 후 본인에게 닥칠 시련을 예감이나 했을까.
이후 이명수 의원의 왕성한 의정활동과 자신감은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특정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 의원에게 입법 활동 1위, 주목받는 정치신인 등의 타이틀을 안겨주기도 했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그의 주변에는 아산지역 정가에서 활동하는 정치인들은 물론 정치입문을 꿈꾸는 새내기 정치인들까지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 중 일부는 그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 의원이 나와 절친한 선배(후배, 친구)인데…, 명수가(명수 형이) 말이야…’라는 말이 급속도로 번져 나갔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번 지방선거 공천을 자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자신이 모셨던 국회의원이 몸담았던 조직에서 몸을 빼 이명수 의원이 몸담고 있는 자유선진당을 정치적 발판으로 삼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을 당선시켰던 당을 버리고 자유선진당에 기대는 정치인도 생겼다. 자유선진당의 기세는 점점 커지고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 보니 자유선진당 공천은 당선이라는 보증수표로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자유선진당 앞에 줄지어 서기 시작했다.
6.2지방선거 자유선진당 공천경쟁은 유례없이 치열했다. 초반 흥행에는 대 성공이었다. 현역 국회의원을 배출했다는 프리미엄과 지역정서까지 더해져 거칠 줄을 몰랐다.
이명수 의원 본인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혹시 이 같은 분위기를 즐긴 것은 아니었을까? 이번 공천에서 탈락한 H씨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서 공통된 분위기가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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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9일, 아산시 최고의 정치권력을 차지했던 이명수 의원이 불과 2년만에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
등 돌리는 사람들, 배신자는 누구?
2010년 4~5월 사이 지난 2년간 이명수 국회의원 주변으로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불과 2개월 만에 이 의원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했어도 자신의 편이었을 사람들이다. 떠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명수는 배신자, 신의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남겼다. 정치인으로써 가장 치명적인 말이다. 진정으로 이명수 의원은 그들을 파트너로 생각했던 것일까. 그 답은 이명수 의원 본인만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H씨는 “이명수 의원이 멀쩡하게 직장생활 잘 하는 사람에게 공천을 줄 것 같은 언질을 주며 바람을 넣었다. 그래서 다니던 직장까지 때려 치고 내려 왔는데, 이제 와서 내치다니 어쩌란 말인가. 배신감과 억울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미치겠다. 이번 선거만 끝나면 시내 곳곳을 돌며 이명수 국회의원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공천에 탈락한 K씨는 “생각할수록 무책임하고 괘씸한 사람이다. 나뿐만 아니라 H씨도, 또 다른 K씨도 비슷한 말에 현혹됐다. 그렇게 불러들인 사람들이 많으니, 거기서 탈락한 사람들은 또 얼마나 억울한 생각을 갖겠는가”라고 말했다.
공천에 탈락한 장광식씨도 유사한 상황을 설명하며 “아산에 더 이상 이명수는 필요 없다. 사퇴하고 물러나라”고 외치며 삭발시위까지 단행했다.
여성 후보 ‘비하·들러리’ 논란에 대한 해명도 “헷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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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유일의 선출직 도전자였던 김귀영 후보가 이명수 의원의 비상식적인 공천방식을 문제삼으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히 '대포공천' 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현재 자유선진당은 선출직에 단 한명의 여성후보자도 없다. 결과적으로 자유선진당은 법망을 벗어나기 위해 여성후보를 잠시 들러리세웠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여성으로써 자유선진당에 유일하게 공천을 신청한 김귀영 후보는 “이명수 의원이 노골적으로 여성의 정계진출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다.
이명수 의원은 남녀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후보자를 선출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이는 결국 여성의 정계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제정한 법의 근본취지를 역행했다는 지적이다.
이명수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성도 남성과 동일하게 경선에 참여시키고, 각 선거구에 1위와 2위 격차가 가장 큰 지역에 2위를 배제하고 여성후보자를 전략공천 한다는 방안을 확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여성의무공천제라는 법은 지키되, 당선가능성이 가장 희박한 곳에 여성후보자를 들러리 세우겠다는 의도로 해석한 김귀영 후보의 말과 일치한다.
또 “여성의무공천 확대는 찬성하지만 아산에서는 여성후보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역으로 말하면 “아산에서는 정치할만한 자질을 갖춘 여성을 찾기 힘들지만, 여성의무공천 확대는 찬성한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단식농성에 들어간 김귀영 후보는 자신이 정말로 자신의 선거구인 다선거구(도고, 신창, 온양4동)에서 경쟁력이 없었는지 여부와, 자신과 연고가 전혀 없는 나선거구(온양 1, 2, 3동)에 공천을 주겠다는 의도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결국 김귀영 후보는 자유선진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본인의 연고지인 다선거구에 출마했다.
이명수 의원이 김귀영 후보에게 공천을 주겠다던 나선거구에는 다른 여성후보에게 공천을 주었지만 그 여성후보가 출마를 포기해 이번 선거에서 자유선진당에는 선출직 여성후보가 단 한 명도 없다.
반면 경쟁구도에 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법의 취지를 살린 여성후보의 명단을 당당하게 올렸다. 특히 한나라당 가선거구에서 여성인 정경자 후보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1번 배정을 준 것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자유선진당은 본인들 의도야 어쨌든 여성의원을 비하하고, 들러리세운 셈이 됐다. 김귀영 후보와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여성의무공천제는 악법이다’ 라는 말이 자유선진당에 딱 맞게 적용됐다.
자유선진당은 처음부터 선출직 여성후보를 전진 배치시킬 의도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이명수 정치소신 중앙당에서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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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의원 공천 탈락자들이 여론조사의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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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에 탈락한 자유선진당 아산시장 예비후보들이 무소속 연대를 구성하거나 타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자유선진당 공천에 항의하던 강태봉 후보가 공천이 번복되며 낙점을 받았다. |
공천받은자를 제외하면 모두가 이명수 의원의 적이었다.
시·도의원 공천자가 확정 됐을 때, 탈락자들이 반발하며 ‘경선무효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경선이 불공정했다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또 일부는 탈당해 당을 바꾸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자유선진당 공천에 문제를 제기했다.
시장후보 공천에서도 가장 먼저 이교식 후보가 공천장을 받았을때 나머지 5명의 예비후보가 법적대응에 이어 무소속 연대 또는 타당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까지 열며 정면으로 대응했다. 실제로 순수하게 결과에 승복한 낙천자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중앙당에서도 이명수 의원의 입지를 의심케 하는 일련의 상황들이 발생했다.
이명수 의원은 5월13일 강태봉 아산시장 후보의 공천이 확정되는 날 “경선과정이 불미스러웠다”고 고백하며 시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날 이 의원은 “시장, 도의원, 시의원, 비례대표 시의원 선정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순조롭게 치러내지 못했다. 사법기관의 처리까지 겪게 돼 무어라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야말로 납작 엎드렸다.
또 “시장후보 경선과정에서는 더더욱 큰 물의가 있었고, 최종 후보자(강태봉) 선정절차에서 당 지도부와 저(이명수)의 의견이 엇갈려 갈등을 빚었던 것이 사실”이라는 말까지 털어놨다.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 이었는지 그는 자유선진당 대변인직도 내놨다. 또 곧 탈당하지 않겠냐는 소문도 무성했지만 그는 선진당 문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회진출 2년만에 최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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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의원이 6명의 아산시장후보자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이명수 의원이 의도한 6.2지방선거의 밑그림과 청사진은 무엇이었을까. 초반 흥행에 대한 지나친 자만심은 아니었을까. |
6·2지방선거 공천과정을 거치며, 여의도입성 2년만에 이명수 의원은 ‘동네북’ 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까지 얻으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낙천자들 대부분은 이명수를 인정하거나 신뢰하지 않았다. 심지어 공천 받은 후보들조차 이명수의 지도력 상실을 수군거린다. 게다가 회계책임자 오 모씨는 금품수수에 연루돼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 뒤에는 또 뭐가 더 숨어 있을까 세인들의 상상력을 부추기기도 한다.
외부의 도덕적 비난은 더욱 거세다. 아산시민모임의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출보다 못한 공천”이라는 한마디가 모든 정황을 대변한다. 여타 각 정당에서도 자유선진당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더욱 치명적인 부분은 자유선진당에 목숨 걸겠다던 후보들이 적으로 돌아서며 곳곳에서 일명 양심선언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자유선진당 그리고 이명수 의원의 처지로는 그저 유구무언(有口無言)일 뿐이다.
그동안 실추된 이미지를 어떻게 만회할 것인지도 그의 정치생명을 가늠하는 커다란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던 5월20일(목) 이명수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한명 한명의 이름을 모두 기록한 호소문에 ‘석고대죄’라는 말까지 써가며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다.
그는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기회를 요구하는 것인가. 어쩌면 이명수 의원은 6·2지방선거에서 자유선진당이 대승을 거두든, 대패를 하든 관계없이 정치적 타격과, 이미지 손상은 피하지 못할 듯하다.
이명수 의원은 2년전 국회의원 당선인사에서 본인 스스로 시민의 의지와 희망을 집약할 구심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금의 자유선진당, 그리고 그 곳에 몸담은 자신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