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도시 2단계 사업이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탕정지구 주민들은 지난 16년간 무너지는 담벼락을 지켜보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살아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는지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탕정지구 원주민들은 국가로부터 재산권 침해를 넘어 인권탄압 수준으로 통제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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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신도시 2단계 탕정지구에 들어서는 입구에 부동산 입간판이 나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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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담벼락, 비만 오면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지붕, 흙으로 지은 창고 한 귀퉁이는 무너진지 오래다. 그저 사는동안 무사히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 농가의 창고는 텅 비워둔 채 농자재를 창고 밖에 수북이 쌓았다. 아슬아슬한 창고가 언제 무너질지 몰라 그 안에 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농가는 장독대가 무너지고 담이 갈라졌지만 보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16년전 신혼이던 이집 부부들은 3남매를 낳았다. 아산신도시개발 이야기가 나올 무렵, 어린 아기였던 큰 딸이 어느새 자라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가 싶더니 지금은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어릴 때는 그럭저럭 3남매가 한 방에서 생활이 가능했지만 지금 한 참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방 한 칸 늘릴 수도 없는 처지다.
농사일도 마찬가지다. 탕정지역은 포도농사가 주 소득원이다. 고령화된 포도나무의 생산능력이 떨어져도 어린나무로 바꿔 심을 수 없다. 또 포도대신 배나 사과작목으로 전환도 불가능하다.
올해로 17년째 아산신도시 2단계 지역인 탕정면 주민들은 자신의 집에, 자신의 땅에 대한 아무런 권리행사도 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기약도 없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개발도 하지 않으면서 주민들은 일거수일투족을 통제와 감시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창고보수라도 하면 바로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한 제재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탕정 주민들이 건물의 신축이나 개보수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택지개발촉진법’ 6조1항에 따른 ‘건축물의 건축행위제한’ ‘공작물의 설치체한’… 등의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동법 32조 벌칙에 의해 1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LH공사 직원들이 수시로 마을을 돌며 주민들이 그 어떤 건축행위를 하는지 늘 감시하다, 건축행위를 발견하면 즉시 카메라에 담아 행정당국에 고발을 해왔기 때문에 처벌에 민감한 주민들은 감히 그 어떤 행위를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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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지은 창고가 무너졌지만 현지 주민들은 보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보수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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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불났던 집이다. 집이 허물어 졌어도 보수를 하지 못한다. 이 곳에 살던 사람은 인근에서 방 한 칸을 얻어 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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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무너져도 다시 지을 수 없는 것이 탕정지구 주민들의 애환이다. 그렇게 16년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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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가 무너졌어도 수용지역 주민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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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지붕과 담이 곧 무너질 것 처럼 위태롭고 불안해 보이지만 보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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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도 사람이 살고 있지만 아무런 개보수조차 할 수 없다. 탕정주민들은 아산신도시개발에 따른 행위제한을 하는 악법이 재산권과 생존권만을 빼앗아간 것이 아니라 인권까지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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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주민들은 노후된 포도나무를 어린나무로 바꾸거나 배나 사과나무 등 다른 작목으로 전환 하는것도 불가능한채 언제될지도 모르는 보상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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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두면 얼마든지 잘 살아갈 소작농민, 영세자영업자들이 상당수 이 지역을 떠났다. 그 자리는 개발이익을 노린 외지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지금도 탕정에 산다고 하면 다들 벼락부자일 것이라고 수군거리지만 정말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몇몇 농민들은 땅값 보상받으면 농사지으려고 대출받아 인근 지역에 미리 땅을 사뒀지만 보상이 한없이 지연되고 있다. 지금은 대출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이상 버틸 여력조차 없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아산신도시개발계획과 함께 행위제한에 묶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참으로 모진세월이다. 그러나 앞으로 또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지 기약이 없다.
“이제 와서 사업성 재검토라니”-LH공사 감사원에 감사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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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못한 주민들이 연대서명을 실시해 경기도 분당의 LH공사 본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유인범 대책위원장이 감사청구서를 접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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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년간 재산권행사는 물론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도록 꽁꽁 묶어 놓더니, 이제 와서 사업성을 다시 검토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아산신도시 1단계는 367만4000㎡(111만평)당초 계획대로라면 2008년 완료됐어야 하지만 2010년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보다 5배 더 큰 2단계는 1686만7000㎡(510만평)에 이른다. LH공사는 이 사업에 대한 사업성 검토를 다시 한다니 주민들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지지부진한 사업진행으로 사유재산권 침해와 생존권 위협을 호소하던 아산시신도시 탕정면 수용주민들이 LH공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요청하고 나섰다.
5월12일(수) 경기도 분당 LH공사 본사를 찾아가 탕정신도시주민대책위원회 유인범 위원장을 비롯한 508명의 이름으로 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 2월에도 ‘연내(2010년) 보상하든지 신도시를 백지화하라’는 내용으로 1042명 탕정주민들의 연대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청와대, 국무총리실, 국민권익위원회, 국토해양부, LH공사 본사 등을 방문해 접수한바 있다. 당시 주민들이 받은 회신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자금사정 등으로 사업성 검토가 끝나는 연말까지 기다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주민대책위원회 유인범 위원장은 “LH공사의 사업성 검토라는 것이 택지개발예정지구 고시 및 지구지정 당시 인구유입 방안, 자족기능 대책, 예산수급일정 등에 대한 검토를 이미 끝내고 국토해양부에서 이를 승인한 것인데, 이제 와서 다시 사업성을 검토한다는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분노하고 있다.
사업장기화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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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정 주민들이 LH공사 관계자에게 “올해 안에 보상을 해주던지 사업계획을 백지화해 주민들을 자유롭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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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단지 탕정에 살았다는 이유하나 만으로 이렇게 생존권까지 위협을 받아야 하는가? 개발계획 수립도 재산권제한도 사업성의 악화도 정부와 사업시행자가 만들어 놓고 그 피해는 왜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가?”
아산시 탕정면 주민들은 고통에 절규하고 있다. 아산신도시사업 지연으로 인한 모든 피해가 주민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산신도시 개발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했던 주민들은 인근 농지를 대토하거나 수용이후 생계를 위한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대출까지 받은 주민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보상이 늦어지자 일부 주민들은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져 자신의 땅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 파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
또 어떤 주민은 화재로 주택이 무너져가도 보수조차 할 수 없어 포장으로 지붕을 덮어씌우는 등 사유 재산권 침해가 도를 넘어 생존까지 위협한다.
현재 아산신도시 탕정지구의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지역 중 사업성 있는 일부 지역에 대해 서만 보상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지역은 언제 보상절차가 이뤄질지 막연하다. 결국 사업장기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안에 보상 하던지, 차라리 백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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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정지구 주민들은 올해 안에 보상을 해 주던지 사업을 전면 백지화 하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탕정지구에서 바라본 삼성 트라팰리스) |
아산신도시 탕정지구는 1994년 12월 아산만권 배후 신시가지 개발계획 발표와 1998년 12월 개발촉진지구 지정이후 지금까지 16년간 수차례 사업계획이 변경돼 왔다.
또 충남도, 토지공사, 고속철도공단, 건교부→민자유치사업(충청남도)→건교부 이관→주택공사로 수차례 사업시행자도 변경돼 사업의 졸속추진과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현재 LH공사는 자금문제 등으로 전국 수백여 개발지를 보금자리 아파트와 행복도시 등 정부정책 우선순위와 사업성을 고려해 서열화 한 후 개발추진계속지역 등을 선정하고 자금조달계획을 수립해 보상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정책 기조가 변하면서 아산신도시의 위축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수도권규제 완화와 보금자리 아파트, 세종시 수정안에 따른 기업 등의 유치로 인한 삼성의 세종시 내 투자방침 등은 아산시에 직격탄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아산신도시의 자립성과 인구유입 방안의 주요 요인인 삼성은 탕정 제2산업단지 부지확보 이후 이렇다 할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삼성의 차세대 사업이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발표해 아산신도시에 심각한 사업성 악화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익개발 명분으로 사유재산권을 16년간 제한하다 이제 와서 사업성을 거론하는 것이 정당한가? 언제 개발되고 언제 보상될지 아무도 답변을 주지 않는다.
유인범 아산신도시 탕정주민대책위원장은 지난 16년간 억눌렸던 울분을 토하며 “주민들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 올해 안에 보상을 해주던지 아니면 아산신도시개발계획을 전면 백지화 하라”고 LH공사에 요구했다. 또 “벼랑 끝까지 내몰린 탕정주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탕정주민은 죽음을 불사하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LH공사 신도시개발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이 처한 고통이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매우 답답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 당장 주민들에게 속 시원한 답변을 들려줄 수 없어 안타깝다. 다만 주민들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해 정책결정 과정에서 검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