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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처럼 가늘고 긴 실뱀장어는 한 마리에 3000원 안팎의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귀하신 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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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깊은 곳에서 부화된 실뱀장어가 유생기를 거쳐 현재 모습으로 탈바꿈해 이곳까지 헤엄쳐 왔다. |
“걸매리 갯벌이 죽었다고? 언놈이 그래?”
최근 아산시와 개발업자들이 갯벌로써의 가치와 기능이 상실했다고 주장하며 매립을 추진하고 있는 인주면 걸매리에서는 그런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실뱀장어 잡이가 한창이다.
회색빛을 띠는 뱀장어 치어인 실뱀장어는 징그러울 정도로 실처럼 가늘고 긴 몸을 꼬물꼬물 움직이며 무리지어 다닌다. 어부들에게 잡힌 실뱀장어는 한 마리라도 다칠세라 잡히는 순간부터 최고의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곳에서 수집된 실뱀장어는 양식장으로 팔려가 채 1년도 안 돼 손님상에 오를 정도로 큼직하게 자란다. 요즘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 앞바다에는 제철만난 실뱀장어를 잡기위해 어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콘크리트에 강 하구가 막혔어도 꾸준히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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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뱀장어 잡이가 한창인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 앞바다. 강 하구가 콘크리트구조물에 막혔어도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어민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준다. |
이곳 어민들이 시라시라고 부르는 이쑤시개 보다 작고 가는 실뱀장어는 바다와 민물을 회유하는 물고기로 남태평양에서 부화한 뒤 난류를 타고 2~3월 남해안을 거쳐 3~6월 서해안까지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놀라운 생명력을 자랑하는 뱀장어 수컷은 3~4년, 암컷은 4~5년 지나면 짝짓기가 가능하다. 이들은 8~10월에 짝짓기를 위해 바다로 내려가 필리핀 인근 남태평양 깊은 바다에서 짝짓기를 마치고 700만~1200만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
부화한 알은 다시 렙토세팔루스라 불리는 버들잎 모양의 유생기를 거쳐 실 모양의 어린 실뱀장어로 탈바꿈해 2~5월 무리를 지어 강을 거슬러 올라가 민물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이곳 어민들이 시라시라고도 부르는 실뱀장어는 2~3월 남해앞바다를 시작으로 3~6월 서해안까지 올라와 어민들의 주 소득원이 되고 있다.
올해는 매서운 강풍과 저수온, 해류 흐름의 변동 등 환경의 영향으로 치어들이 제대로 회귀하지 못해 예년에 비해 실뱀장어 잡이가 많이 늦어졌다.
이곳에서 잡힌 이쑤시개보다도 작은 실뱀장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어획량에 따라 한 마리당 2500원~4000원까지 거래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 어민 한 사람당 2~3개월 수입으로 적게는 3000만원부터 보다 부지런한 어민은 1억원까지 고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인주어촌계 박종술 어민은 “이곳이 죽고, 썩어서 더 이상 (갯벌로써의)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아산호와 삽교호 사이에서 놀라운 자연의 힘으로 왕성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 완전히 백지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주어촌계 박용규 계장은 “아산호와 삽교호에 댐을 건설하며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둑을 콘크리트 구조물로 가로막았는데도 불구하고 매년 실뱀장어가 이처럼 많이 찾아오는 것이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이곳 걸매리는 3~4월 실뱀장어 잡이를 시작으로 칠게, 농게, 참게, 맛조개, 삐쭉이, 숭어, 망둥어, 우럭, 붕장어 등 사계절 각종 어패류가 풍성하게 잡히며, 개체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