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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방읍 회룡리 이한철씨가 냉해피해로 노랗게 말라죽은 오이를 캐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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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방읍 오이재배단지 곳곳에서는 냉해피해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
4월 중순 날씨가 4일 연속 영하를 기록하며, 전국 최대규모의 노지오이 생산지인 충남 아산시 배방읍 일원에서는 50년 만에 최악의 냉해피해를 입었다.
배방농협과 현지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 14일~17일 4일 연속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서리까지 내려 배방읍에서 노지오이를 재배하는 100여 농가에 심각한 냉해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현재 배방읍에서 오이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총 150여 농가에 이르며, 이중 100여 농가가 4월 초순에 오이를 심은 것으로 파악됐다. 냉해피해를 입은 어린 오이 모종은 모두 단풍현상을 보이며 노랗게 말라 비틀어 졌다.
현지 농민들에 따르면 작년 이맘때면 모든 농가에서 오이모종 정식(본 밭에 옮겨심기) 작업이 끝났을 시점이다.
그러나 올해는 계속되는 저온현상에 정식 시기를 저울질하는 농가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본 밭에 옮겨 심을 때를 기다리던 농가에서는 일기예보를 지켜보다 17일부터 기온이 상승한다는 말을 듣고 집중적으로 심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상청 예보와 달리 이날도 아산시에서 유례없는 된서리가 내렸다. 결국 기상청의 잘못된 예보로 피해농가가 오히려 더 확산된 상황이다.
30년째 오이농사를 짓고 있다는 배방읍 회룡리 이한철(54)씨는 “5년 전에도 냉해 피해가 있었지만 올해처럼 심각한 적은 없었다. 3300㎡(1000평 규모)의 밭에 8000주의 오이 모종을 심었는데 단 한포기도 살아남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방읍 오이재배 농가에서는 현재 충북, 강원, 영남, 호남 등 전국에 오이모종을 수배한 상황이다. 이한철씨는 어렵게 강원도 춘천에서 오이모종을 구할 수 있었지만 아직도 많은 농가에서 모종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냉해피해는 분명 자연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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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규모의 노지오이 생산지인 충남 아산시 배방읍 일원에서는 50년 만에 최악의 냉해피해를 입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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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해피해 농민들이 강원도 춘천에서 긴급 공수한 오이 모종을 밭으로 옮기고 있다. |
육질이 단단하고, 식감이 좋아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 50%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전국 최대의 노지오이 재배단지인 아산시 배방읍의 오이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난방시설하우스에서 노지로 옮겨 심은 모종들이 단 한포기도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현지 농민들은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입었다며 자연재해에 대한 지원을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오이는 계절작목 특성상 심어야 할 적정한 시기를 놓치면 바로 수확량 감소로 이어진다. 현재 100여 농가에서는 인건비는 둘째치고라도 당장 새로 심을 모종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큰 일이다.
배방면 회룡리 최성식 이장은 “1~3월에 냉해피해를 입은 작목에는 정부의 보상방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오히려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4월 중순에 입은 피해가 더 큰 자연재해에 가까운데 아직 명확한 피해보상 규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방농협(조합장 이한욱)에서는 조합차원의 긴급 지원방침을 밝혔다. 이한욱 조합장은 “당장 시급한 것은 오이 모종을 구입해 농가에 보급하는 일이다. 전국적으로 모든 정보망을 총동원해 오이모종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편성된 각종 사업예산을 조금씩 절감해 오이피해 농가를 지원할 방침”이라며 “오이재배 농가에 피해가 최소화 될 수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촛불까지 동원된 필사적인 방한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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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농가에서는 오이를 정식한 후 급격히 온도가 떨어지자 오이밭에 촛불까지 동원하는 등 필사적인 방한작업을 실시했다. |
일부 농가에서는 오이를 정식한 후 급격히 온도가 떨어지자 오이 밭에 촛불까지 동원하는 등 필사적인 방한작업을 실시했다.
농민들은 비닐터널로 조성된 오이밭에 일정한 간격으로 촛불을 켜는 등 쌀쌀한 날씨에 저항했지만 절반가량은 저온을 이기지 못해 고사당하고 말았다.
최성식 이장은 “아산시는 급격한 도시화에 갈수록 농민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데, 날씨마저 농민들 편이 아니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최 이장은 또 “아산신도시조성 등 개발바람이 불며 배방지역의 농지 대부분이 외지인들의 손에 넘어간지 오래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농민의 90% 이상이 자경농민이 아닌 영세한 소작농민들이다. 이들은 농사한 번 망치면 걷잡을 수 없는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특단의 지원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