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인사청탁, 공직자는 뇌물수수, 도박
아산시의 공직자 비리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9월부터다.
건축과 신모씨가 건축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 아산경찰서에 구속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농기계 관련 국고보조금 수천만원을 횡령하기 위해 공문서위조까지 했다.
또 같은 달에는 8명의 하위직 공무원들이 수억대의 도박판을 벌여 구속되는 등 공직자 비리는 그치지 않았다.
충남도 15개 시?군 중 아산시가 지난해 징계 공무원 수가 가장 많은 데다 올 들어서도 뇌물을 받은 한 면장이 구속돼 비리지자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 98년 이례적으로 아산시에 「기관경고」를 하는 등 아산시는 총체적인 공직자 비리문제를 안고 있었다.
충남도에 따르면 아산시는 지난해 22명이 징계를 받아 15개 시·군 중 최다를 기록, 2위 예산군 13명과도 차이를 보였다. 인구가 아산의 2.5배인 천안시 8명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많다. 이 가운데 사업과 관련,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6명은 파면·해임됐다. 아산시는 98년 직원 15명이 징계를 당해 도내 최고였고, 99년에는 22명으로 공주시 29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6일 S면의 박모(55)면장이 쓰레기 적치장 복토공사와 마을안길 도로포장 공사를 수의계약하면서 2개 업체로부터 9차례에 걸쳐 8백70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아산시는 2000년에 공직사회 부패방지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부정부패의식과 고발정신이 필요하다고 판단, 부정부패 고발센터를 운영했지만 민원인의 행정불편에 대한 제보를 제외하고는 공직자 비리와 관련한 신고건수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단지 간판만 걸어두고 실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행정쇄신 및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결의대회는 자정적인 노력을 꾀하고 있으나 행정실무의 시스템 변화와 인재양성이 되지 않는 한 결의대회는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인사불만 얘기 있을 때부터
인사이동이 있는 때마다 인사청탁과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H모 아산시청 관계자는 “적정하고 공평한 인사는 어느 때고 이뤄지지 않았다”며 “실제로 공평한 인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길영 시장이 인사관련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기 이전인 지난해 가을부터 인사청탁과 관련한 이 시장 금품 수수설이 나돌았고 이에 대한 불만도 한껏 고조됐다.
작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이기원 의원은 “공직사회에 떠돌고 있는 각종 유언비어로 공무원들이 좌불안석이며 어수선한 공직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대책과 답변을 요구했다.
이길영 시장은 “인사민간 기본계획과 인사방침, 승진, 정기인사계획 등을 미리 정하고 직원들에게 먼저 공개해 투명한 인사행정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때 활시위가 이미 당겨진 상태였을지 모를 일이다.
◆시민 화났다
이길영 시장의 인사청탁 금품수수 구속과 관련 아산시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화났다”였다.
이충재(42·온천동)씨는 “시청 민원실에 가면 친절하지만 허가 등의 업무를 갖고 가면 계속 행정이 적체되는 상황을 많이 목격해왔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비리에 연루돼 구속될 줄 몰랐다”며 개탄했다.
이와 함께 민주노동당·아산농민회·아산시민모임·아산인권선교위원회·아산YMCA는 공동성명을 통해 아산시의 개탄목소리를 담았다.
“총체적 부패 자치단체, 아산을 개탄한다”로 시작되는 이 성명에서는 “시민의 손으로 뽑은 시장이 인사청탁과 관련해 구속된 이번 사건은 충격이다”며 “검찰은 한점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또 현재 이길영 시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 사태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무엇보다 부패와 비리가 없는 아산시를 만들기 위해 시민이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자정적 결의와 쇄신 있어야
아산시 공직사회의 총체적인 사태를 맞아 무엇보다 대두되고 있는 것은 부정부패 척결과 청렴한 공직사회 건설이다.
또한 선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출된 뒤에 주민의 감시활동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내버려지듯 던져지는 한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정책이 실현가능하냐, 현실적인 예산반영이 될 것이냐 면밀한 분석 후에 시장을 뽑고, 선출 이후 공약사항 이행과 투명한 공개 행정이 되는지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한편 주민감사청구제, 발빠른 정보공개, 민원처리단계의 투명성, 공직자의 업무개선 등은 두말할 나위 없이 지켜져야 할 의무이자, 시민의 몫을 돌려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또한 최근 주민계도지 구독예산 폐지 등 공무원의 자정적인 노력을 보이려는 공무원직장협의회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