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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볼모로 한 개발독재 망령인가

아산갯벌매립반대대책위, “시민합의 없는 일방적 행정추진 안될 말”

등록일 2010년04월0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아산시가 4월2일 오후2시 ‘아산 ECO-테크노파크조성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설립 출자심의위원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동안 어민과 시민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민 합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공세지구 갯벌 매립 사업 출자심의위원회의를 즉각 취소하라!” “아산시와 강희복시장은 일방적인 걸매리 갯벌 매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 하라!”

아산시 인주면 갯벌매립 추진에 대해 시민단체가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아산시민모임, 평등교육을위한아산학부모연대, 아산YMCA,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인주어촌계 등 시민단체들은 가칭 아산인주갯벌매립반대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아산시의 걸매리 갯벌매립에 대한 공동대응에 나섰다.

아산시는 4월2일(금) 오후2시 ‘아산 ECO-테크노파크조성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설립 출자심의위원회(심의위)’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날 ‘아산인주갯벌매립반대시민대책위원회’는 심의위 위원장인 정남균 아산시장과 면담을 통해 갯벌 매립이 부당하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대책위의 입장을 전달했다.

또 각 언론사에 성명서를 통해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 갯벌매립은 서해안의 마지막 숨구멍을 틀어막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아산시가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로 만드는 것은 환경을 볼모로 한 개발독재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날 비공개로 심의위원회가 진행되는 아산시청 상황실 앞에서 “마지막 남은 천혜의 자원 걸매리 갯벌을 죽일 수 없다.”“넘쳐나는 산업단지, 환경오염 앞장서는 아산시장 각성하라.”“갯벌매립 절대반대, 시민합의 없는 출자심의 원천무효.” 등 걸매리 갯벌매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환경파괴로 공장사막 만드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정남균 부시장을 항의 방문해 걸매리 갯벌매립 사업을 백지화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차수철 사무국장은 부시장과 면담 자리에서 “아산시는 우리 지역 마지막 갯벌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인주면 걸매리, 공세리 일원 갯벌 매립을 반대하는 많은 시민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갯벌매립 사업출자를 구체화하기 위해 ‘아산시출자심의위원회의’를 개최하려 한다”며 “이번 심의위원회의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대의기관인 시의회 의결을 앞두고 개최되는 것으로, 끝내 아산시가 주민의 동의와 시민적 합의과정 없이 100억원이라는 엄청난 시민 혈세를 개발 이익에 눈 먼 민간기업과 손잡고 대규모 환경파괴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상식 이하의 행정행위다”라고 비판했다.

또 “아산시 출자심의위원회의 구성원은 부시장이 위원장, 행정 실국장과 해당 시의원 2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일방적인 행정의 주장만이 논의되고 강행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엄청난 시민 혈세가 들어갈 사업 출자 심의에 객관성과 공정성,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구성 위원부터 달리해야 심의 결과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YMCA 박진용 사무총장은 “6개월 전만해도 아산시는 황해경제자유구역의 진척 등을 지켜보면서 갯벌매립을 유보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나 지금은 갑자기 빡빡한 일정을 잡아 사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그것도 한 번 진도를 나가면 되돌리기 어려운 계획들이다.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요즘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진도를 나가도 늦지 않다. 여론이 수렴되는 동안 사업은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출자를 규정한 ‘지방공기업법’은 주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이번 출자심위원회의 안건은 절대 성립될 수 없다. 멀쩡한 어민의 생계 터전을 빼앗고, 서해를 향해 트인 우리 지역 마지막 갯벌이자 세계적 생태자원을 회색의 공장 사막으로 내모는 것은 21C 주민 복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차수철 사무국장은 “현 시장 임기가 3개월도 안남은 시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을 졸속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8조에 가까운 재원이 투자되는 황해경제자유구역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옥토를 메워 또다시 공장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은 환경을 볼모로 한 개발독재의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남균 부시장은 “여러분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본 사업은 국토해양부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업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 오늘 회의도 내부절차를 거치는 과정 중 하나다. 평택과 당진이 앞 다퉈 개발해 나가는 상황에서 아산시만 뒤쳐진다면 우리 지역에는 썩은 갯벌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시 ㈜아산ECO테크노파크 동승, 100억원 출자 협의

아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걸매리 갯벌매립 사업. 빨간색 부분이 매립예정지역이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아산 ECO 테크노파크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설립 출자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위한 총 출자액 500억원 중 아산시가 100억원을 출자해 20%의 지분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은 250억원의 현금을 출자해 50%의 지분을 확보하도, 재무출자자 케이리츠가 150억원의 현금을 출자해 30%의 지분을 갖는다.

아산시는 (주)아산ECO테크노파크에 동승하며 재원조달을 위해 음봉면 산정리에 위치한 시소유 토지 59만2165㎡를 현물로 출자한다는 계획이다.

본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아산시는 행정지원기능과 인프라구축사업을 시행하고, 대림산업은 경영주체로 입주기업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재무출자자인 케이리츠는 개발자금지원과 입주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만을 맡게 된다.

‘아산 ECO-테크노파크조성사업’은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 430만8500㎡(130만평)를 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7361억원으로 2009년~2018년까지 사업기간을 잡고 있다.

이들은 걸매리 갯벌을 매립한 후 첨단산업, 대기업, 물류단지, 주거단지, 아파트형 공장, 국제컨벤션센터, 수변테마공원, 항만시설, 주상복합, 신재생에너지 등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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