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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5일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 앞에서 박지연씨 모습. |
“제 일터였던 삼성과 삼성편만 드는 근로복지공단 그리고 힘 없는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는 이 사회가 너무 원망스러워요.”
2009년5월, 박지연씨가 백혈병 투병중에 기자와 나눈 말이었다. 2010년 3월31일 오전11시, 그녀나이 스물 넷, 박지연씨는 채 피어보지도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났다.(본보 5월23일자 보도)
박지연씨는 강경상고 3학년 재학 중 2004년 12월27일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했다. 그리고 이름도 알 수 없는 각종 화공약품에 노출된 채 일하다 32개월만에 백혈병에 걸렸다. 이후 수차례의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수술 또 재발. 그렇게 고통스럽던 2년6개월의 모질고 긴 투병생활이 힘겨웠는지 삶을 놓아 버렸다.
작년 박지연씨와 기자는 세 차례 인터뷰를 가졌다. 그때마다 그녀는 ‘삼성과 이 사회가 원망스럽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부모님은 제 약값을 벌기 위해 식당이건 어디건 돈 되는 일이면 다 하고 계세요. 그분들 삶을 힘들게 해서 너무도 죄송해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아파서 죄송하고, 아무런 힘이 돼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삼성에서의 근무환경에 대해 그녀는 “작업하는 동안 하얀 연기가 나고, 역한 냄새로 머리가 아팠어요. 특히 실험 중에는 보호 장비도 없이 면장갑을 착용해 약품이 장갑에 스며들어 물로 손을 씻어도 쉽게 지워지지가 않았어요. 이러한 근무환경에서 매일 8~12시간씩 일해 왔어요."라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어느날 갑자기 눈앞이 아찔해 지며 어지럽고, 숨차고, 구역질이 올라 왔어요. 이어 하혈이 시작됐는데 방진복까지 얼룩질 정도로 피가 흘러 나왔어요. 잇몸에서도 피가 나고, 얼굴은 시퍼렇게 멍 자국이 생겼는데 이것이 말로만 듣던 백혈병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라며 몸서리 쳤다.
그녀가 삼성에서 받은 보수는 얼마나 될까. 그녀는 입사 첫 달 70여 만원의 월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조금씩 임금이 인상돼 잔업이 없는 달은 90~100만원, 잔업을 많이 한 달은 130~140만원의 월급을 받았다고 한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가공된 웨이퍼를 절단·조립·검사해 반도체 완제품을 만드는 공장이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과 온양공장은 모두 각종 화학약품과 방사선 기계를 이용해 백혈병과 림프종 등 혈액암 피해노동자들이 다수 발생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최소 22명 이상이 백혈병에 걸렸고, 최소 9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중 박지연씨를 포함한 백혈병 피해자 5명과 림프종 피해자 1명, LCD공정의 뇌종양 피해자 1명이 반올림과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다.
그러나 ‘역학조사 결과 발암물질의 노출 증거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모두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백혈병, 림프종 피해자 7명은 지난 2010년 1월11일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해 놓은 상황이다.
그녀는 결국 ‘삼성과 이 사회’에 대한 원망을 가득안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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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5일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 앞에서 박지연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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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노동자 고 박지연씨 약력 및 치료과정(반올림·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제공)
-1987년생
- 강경상고 3학년 재학중인 2004. 12. 27.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입사.
- 담당업무: 품질검사그룹 검사과 1라인에서 여러 화학약품을 이용한 실험검사, 특히 엑스레이(방사선)기계를 이용한 특성검사업무를 주로 함.
- 입사한지 32개월(근3년)만인 2007년 8월말에 갑자기 호흡곤란, 어지럼증, 구토, 하혈, 잇몸의 부종이 나타남.
- 2007. 9. 12. 대전성모병원에 내원하여 급성골수성백혈병 판정을 받음.
(그녀의 가족 누구도 백혈병이나 암에 걸린 사람이 없으며 박지연씨는 백혈병에 걸리기 전 감기조차 잘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체질 이었음.)
- 2007년 10월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옮겨 4번의 항암치료 끝에 2008년 4월 골수이식수술.
- 2009년 9월 백혈병 재발 후 2차례의 항암치료.
- 2010년 3월 26일 급격히 악화되어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후송 후 백혈병 중환자실(BMT ICU)로 입원.
- 2010년 3월 31일 오전 11시경 사망.
<작업환경> (반올림·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제공)
- 4조 3교대로 8시간씩 근무했으나 자주 12시간씩 맞교대.
- 불량검사로 약품을 다뤄 실험을 통해 하는 검사, 엑스레이 검사(몰드공정).
- 몰드공정에는 방사선 발생장치가 2대가 있음.
- 방사선 설비에 넣어 WIRE 상태를 보는 엑스레이 특성검사. 엑스레이 검사를 할 때는 보통 자재를 넣고 뚜껑을 닫고, 검사버튼을 누르고 다시 버튼을 오프한 후 자재를 꺼내야 하는데, 바쁠 때 실수로 장비를 오프하지 않은 상태에서 뚜껑을 열기도 함.
- Finish 공정에서는 화학약품을 사용해서 도금 접착성 실험을 flux와 141b를 사용 함.
-하얀 연기가 나고 역한냄새로 머리가 아픔. 실험중엔 보호장비 없음. 면장갑을 착용하나 약품이 묻으면 흡수됨. 물로 씻어도 손에 묻어남. 후드는 머리높이에 있어 역한냄새가 바로 코에 와 닿음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