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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농민회는 지난해 11월6일부터 95일간의 천막농성을 마치고 자신 해산했다. |
“쌀은 생명이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기본인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식’을 담보한다. 정부의 잘못된 농업정책과 지자체의 ‘나몰라’라 식의 대응, 그리고 농협중앙회의 금융지주회사 계획에 의한 농민 홀대 정책. 이 삼박자가 만들어낸 재앙은 결국 우리민족의 생명산업을 송두리째 앗아가게 될 것이다.”
지난해 11월6일부터 시작된 아산시농민회(회장 장석현)의 시청광장 야적시위와 무기한 천막농성이 지난 3월17일(수) 95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먹거리를 지키는 농민들이 농업환경의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야적시위를 벌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으로부터 무뎌져 갔다. 일각에서는 수확철마다 벌이는 연례행사 정도로 치부하고, 심지어 ‘농민들의 생떼쓰기’로 폄훼하기도 했다.
아산시농민회 장석현 회장은 “또 다시 영농철이 돌아왔다. 올해는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걱정이다. 요즘은 가을걷이가 끝나도, 풍년농사를 지어도, 반갑지가 않다. 오히려 농민들은 각종 공과금 수납과 대출금 상환, 자녀학자금 등으로 수확철이 더 괴롭다. 앞으로도 농업환경은 조금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작년 늦은 가을 추수를 마친 농민들이 일 년 내내 땀흘려 수확한 벼가마를 들고 시청 광장으로 나왔다가 영농철을 앞두고 다시 돌아갔다. 누구 말대로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이 막막한 현실에 대한 해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어느 순간부터 정부도, 자치단체도, 농협도, 언론도 무뎌지고 있다.
아산농민회 김재길 사무국장은 “지난 겨우내 야적시위를 벌인 아산농민회는 농업과 농촌의 현실을 바로 알리고, 많은 시민들이 응원해 줄 것을 기대했다”며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일, 농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모든 국민을 든든하게 지키는 생명보험이라는 것을 모를리 없건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들은 야적시위에 앞서 ▶정부는 인도적인 대북 쌀지원을 재개해, 재고미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농업을 실현하라. ▶쌀 목표가격 21만원을 보장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라. ▶아산시는 작금의 쌀 폭락 사태에 책임성 있게 임해 농가 소득보장을 위한 긴급구제책을 마련해 벼농가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라. ▶농협은 돈장사에 눈멀지 말고, 쌀값폭락으로 시름하는 농가를 위한 농협중앙회 긴급자금을 즉각 투입하라. 고 주장했다.
아산농민회는 성명을 통해 “쌀값대란은 이미 예견됐다”며, 대책마련을 요구 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고 분노했다.
또 “지자체인 아산시청은 작금의 쌀값폭락을 책임성 있게 임해 농민들의 소득보존과 농가안정을 보장할 특단의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지역민을 책임지는 지방정부답게 중앙정부에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아산농민들의 현실을 감안해 쌀값문제를 해결하도록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올 가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철거한 볏가마는 총 80여 톤에 이르며, 전량 영인농협에서 구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현시가에 준한 4만3000원/40㎏ 정도로 협의됐다. 이는 2008년에 비하면 40㎏ 당 무려 1만원이 하락된 가격이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