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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마지막 갯벌 결국 사라지나

‘아산 ECO-테크노파크조성사업’…인주면 걸매리 430만8500㎡ 매립 강행할 듯

등록일 2010년03월2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걸매리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하는 어부와 물고기와 칠게 등 각종 먹이를 사냥하는 새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아산시는 이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아산시가 인주면 걸매리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화 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충남시사 2009년 7월20일~12월30일 12회 기획보도)

아산시는 한때 현지 어민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강한 저항을 받으며 사업을 중단하는 듯 했다. 그러나 현 강희복 시장의 6·2지방선거 불출마 선언과 함께 정치적 부담감에서 벗어나 임기 내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급선회 한 듯 보여진다.

강 시장은 지난 1월20일 ‘인주면 시민과의 대화’와 3월8일 인주농협 조승형 조합장 취임식장에서 걸매리 갯벌매립은 본인이 아산군수 재직시절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며, 아산시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아산시는 최근 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3월16일(화) 아산시의회(의장 김준배) 의원회의에서는 ‘아산 ECO-테크노파크 조성사업’을 김종우 도시계획과장이 직접 설명했다. 빠르면 이달 안에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6월까지 인·허가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받아서 내년에 공사를 시작해 2016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아산시, “아산만권 개발경쟁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아산시가 시민단체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유보결정을 내렸던 인주면 걸매리 갯벌매립 사업을 다시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인주면 걸매리 갯벌을 매립한 후 아산시에서 유치하겠다는 각종시설물.

걸매리 갯벌매립을 위한 아산시의 밑그림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려졌다. 공식 사업명칭은 ‘아산 ECO-테크노파크조성사업’으로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 430만8500㎡(130만평)을 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아산시와 대림산업, 금융권이 함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추진하게 되는데 아산시는 20%의 지분을 출자해 참여할 계획이다. 총 투자비는 7361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며 특수목적법인 자기자본 500억원 중 20%에 해당하는 100억원을 아산시가 출자한다.

아산시는 재원조달을 위해 음봉면 산정리에 위치한 시소유 토지 59만2165㎡를 현물로 출자해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본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아산시는 작년 9월 <충남시사>와 인터뷰에서 사업을 전면 유보한다고 밝혔다. 당시 아산시 관계자는 “아산시 인주면을 포함한 당진, 평택 일원에 건설될 예정인 황해경제자유구역의 토지이용계획을 비롯한 사업추진과정을 지켜보면서 결정해도 늦지 않겠다는 판단에 유보결정을 내렸다”며 “상황에 따라 사업을 백지화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산시는 대림산업이 충남도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와 특수목적법인 설립에 관한 타당성 검토를 완료하며 사업을 계속 추진해 왔다.
아산시 도시계획과 김종우 과장은 “아산만은 경기도 평택시와 충남 당진군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데 반해 아산시는 경쟁구도에서 밀려나 있다”며 “임해형산업과 내륙형 산업의 연계 거점인 걸매리의 개발은 양보하거나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아산시는 걸매리 갯벌을 매립한 후 첨단산업, 대기업, 물류단지, 주거단지, 아파트형 공장, 국제컨벤션센터, 수변테마공원, 항만시설, 주상복합, 신재생에너지 등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우 과장은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연간 880억원의 소득유발효과와 2000명의 고용창출, 연간 3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연간 1115억원의 부가가치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역주민 찬·반 의견 분분

인주면 걸매리 갯벌매립과 관련된 지역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인주면 걸매리 조성규 이장은 지난 1월20일 시민과 대화에서 강희복 시장에게 “인주면 공세·걸매지구 복합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갯벌 매립을 인주면 발전과 아산시 백년대계를 위해 조속히 추진하라. 일부 환경단체와 어민들이 공유수면 매립을 반대하지만, 인주면민 전체의 뜻이 아니고 일부의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또 다른 주민 김택근씨는 “걸매·공세지역의 공유수면 매립사업은 인주면 전체의 숙원사업으로 황해자유구역보다 공유수면매립을 우선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주어촌계 박용규 계장은 “이곳은 아산만방조제와 삽교호방조제 사이에서 끈질기게 바다생명을 이어온 기적 같은 땅이다. 갯벌에서는 대합, 참맛, 삐쭉이, 소라, 바지락, 칠게, 농게, 청게 등이 사계절 풍성하게 생산된다. 또 국제적으로도 희귀종인 각종 철새들이 쉬었다 가는 곳이다. 이 모든 것을 생매장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공세리 한기영 이장은 “개발업자와 일부 이권을 노리는 부동산업자의 검증되지 않은 논리가 가미돼 지역 주민들에게 허황되고 막연한 개발환상을 전파하고 있다. 갯벌매립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로 쉽게 결정돼서는 안된다”며 “실체도 없는 막연한 개발이익만 따지지 말고, 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얼마나 클지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을 둘러싼 인주지역 현직 두 시의원도 의견이 팽팽히 엇갈린다. 6·2지방 선거에서도 선거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정경자 의원은 “인주면과 아산시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갯벌을 매립해 첨단산업과 휴양시설을 유치해야 한다. 이는 인주면 주민 대부분의 의견이다. 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어민들과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동당 임광웅 의원은 “아산시에 산업단지는 많지만 갯벌은 단 하나 뿐이다. 인주면 주민뿐만 아니라 아산시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를 줘야 한다. 많은 원주민들이 삶터를 잃고 지역공동체가 무너질 것도 우려된다. 주민들도 개발이 아닌 갯벌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차기 집행부로 넘겨라”

걸매리 갯벌에서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각종 생명체들도 갯벌매립과 함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산시의 갯벌매립이 강행될 경우 시민사회단체와의 마찰도 예상된다. 또 몇몇 시민단체에서는 오는 6·2지방선거 의제로 채택해 선거쟁점화 할 움직임도 보인다.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아산시는 미래가치에 대한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걸매리 갯벌 매립으로 아산시는 그동안 수백 수 천년을 이어온 어촌의 역사와 문화를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며 “아산시가 미래가치를 높이는 길은 복원되고 있는 갯벌의 생명을 소중하게 지키는 일”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차기 집행부에서 현지 주민은 물론 아산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신중하게 고민해 처리할 수 있도록 업무를 넘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천안·아산환경련은 “걸매리 갯벌매립 예정지에는 칡사리(칠게), 맛조개, 떡조개가 갯벌을 뒤덮고 있으며,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등 도요새 무리 수천 마리가 어울려 먹이 다툼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곳에서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과 국제조류보호회의(ICBP)가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한 노랑부리백로와 알락꼬리마도요도 수백 마리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세계 최고의 갯벌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갯벌은 이제 인천, 서천, 강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아산만도 지난 30여 년간 지형이 사라지고, 생물종이 거의 전멸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며 “만약 아산만을 매립할 경우 좁아진 물길로 인한 재해도 예상된다. 아산호에서 내려오는 민물과 만조 때 밀물이 만날 경우 주변 연안이 침수되고, 바닥 지형은 빠른 유속으로 심각하게 세굴 될 수도 있다”며 개발로 인한 자연재앙도 경고했다.

산업단지 조성사업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의문은 마찬가지다. 현재 전체 55㎢ 부지에 7조4658억원을 투입하는 황해경제자유구역의 대규모 입지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이 사업의 성공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연안 갯벌을 대규모 매립하려는 발상 자체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밖에도 아산시에서 추진되는 아산신도시, 서부산업단지조성, 도고산업단지, 온양중심상권개발 등 각종 개발사업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또 다른 거대한 토목공사를 벌이는 것 자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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