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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원예농협 강태언 전 조합장이 1월25일 이임인사를 하고 있다. |
“이제 와 생각하면 업무를 수행하면서 보람을 느낀 때도 많았고 제 자신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던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허무했던 일도, 기억에 남을 만큼 어려웠던 일들도 많았습니다. 이 어찌 일일이 열거할 수 있겠습니까?”
아산원예농협 강태언(79) 전 조합장의 말이다. 이에 조합원과 직원들은 “당신은 원예농협의 산증인이시며, 누구도 당신만큼 우리조직을 사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1월25일 강태언 아산원예농협 조합장이 30여 년간 몸담았던 원예농협을 떠났다.
강 전 조합장은 아산원예농협 제 5·6·7·8·9·10·12·13·14대 9선 조합장을 역임한 원예농협의 ‘산증인’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현역 최고령 최장기 조합장을 지낸 강 전 조합장은 배를 통해 국내 품목농협을 태동시킨 산파이자 30여 년을 지켜온 역사 그 자체로 평가받고 있다.
강 전 조합장은 1976년 5대 조합장을 시작으로 10대까지 6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11대에 들어서는 온양시의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7선 조합장직을 포기하고 농협을 잠시 떠났다. 당시 직원과 조합원이 결탁한 대출비리 사건이 발생해 원예농협이 와해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때 조합원들의 부름을 받고 강 조합장은 원예농협으로 되돌아갔다. 그때부터 그는 다시 농협인이 돼서 퇴임하는 순간까지 배 전국협의회장을 겸했다.
강 전 조합장은 지난 1993년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 김성훈 현 상지대 총장 등과 함께 농협중앙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신농정 핵심사업 품목별 육성계획’에 따라 배 전국협의회를 시작으로 품목별 전국협의회를 결성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운영위원, 농수산부농축산물수입조정위원, 농·축산·인삼중앙회설립기획단위원, 농협구조개혁위원회위원, 충남수출농협협의회장, 전국품목농협협의회장, 새농민사·농민신문사 이사, 농협문화복지재단감사 등 그의 이력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그는 1976년 당시 직원 6명에 총자산 5000만원, 사업량 1억2000만원에 불과한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 과물조합에서 돼지납품사업까지 하던 일화도 밝혔다.
그러면서도 강 전 조합장은 “항상 마음 속에 자리한 것은 우리나라 농업, 농촌, 농업인에게 어려움의 골이 깊어지면 ‘그 아픔을 농협이 함께 해야지, 누가 있어 함께할 것인가?’하는 생각으로, 농자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책임감이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었고 ‘이것이 나의 운명이구나’라는 생각으로 매사에 임했다”고 회고했다.
이날 농협조직을 떠나는 강 전 조합장의 앞날을 축복해주기 위해 지역 500여 원예농업인과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원예농협 관계자들이 온양관광호텔의 대연회석을 가득 메워 떠나는 이를 배웅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