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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마지박 바다 ‘걸매리 갯벌’을 지키는 어민들께

개발경쟁 속에 만신창이 된 갯벌이 되살아나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았습니다

등록일 2010년01월0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소형선박에서 내린 어부와 각종 철새들이 한데 어우러진 걸매리 해안 갯벌의 평화로운 모습.

HAPPY NEW YEAR!
아산시 마지박 바다 ‘걸매리 갯벌’을 지키는 어민들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죠?

지난 한 해 박용규 어촌계장님을 비롯해 31명의 어민분들을 뵙게 돼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산시민들에게도 아산시에 생명력 넘치는 바다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셔서 더 뜻 깊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지난 한 해 걸매리 갯벌을 탐사해 연재하는 동안 많은 시민들께서 높은 관심을 보여 주셨고, 격려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몇몇 사회단체 동호인들은 올해 사업계획에 걸매리 갯벌 환경보호운동을 전개하겠다며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신문연재를 중단한 요즘도 걸매리 동향을 묻는 독자들이 가끔 메일을 보내고 있네요. 그리고 걸매리 소식을 계속 전해 달라는 요청도 있고요. 걸매리 겨울바다의 모습이 어떤지도 궁금하다고 하네요. 지난주 용장환 총무님께서 들려주신 대로 바다에 얼음조각이 떠다닌다고 알려줬죠.(제가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라 총무님의 말을 인용했지만 저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아산호와 삽교호에서 방류를 하면 소금기 없는 민물이 얼어 얼음조각이 바다로 나와 떠다닌다는 요지의 설명인데, 제가 제대로 전달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1월 중에 걸매리 현지의 얼음조각을 직접 촬영해 독자들에게도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올해도 고기잡이 하실거죠?

새벽 동이 터오르는 이른 시간에 건강망 속에 갖힌 물고기를 잡는 어부.

올해도 당연히 고기잡이는 계속 하실거죠?

지난 한 해 시민들께 다 보여드리지 못했던 아산시 마지막 바다의 신비한 모습을 올해는 더욱 풍성하게 담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어민 분들이 그동안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할 말이 있어도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고 진솔하게 그 해법을 고민하는 기회도 찾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일부 시민들의 바다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갯벌이 망가지거나 갯벌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무분별하게 남획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걸매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걸매리를 찾았던 갯벌생태 전문가 여길욱 선생님도 “도시사람들, 특히 가족단위 관광객, 심지어 환경전문가들조차 갯벌체험을 한다며 단체로 갯벌을 짓밟아 오히려 갯벌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했었죠.

이를 막기 위해서는 바다와 갯벌에 대해 바로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그리고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 앞바다는 바다를 망가뜨리지 않고 도시민들의 바다생태 체험장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했던 말들이 기억나네요.

인주면 걸매리 바다를 속속들이 알려 주고, 인주면 바다에 대한 동지의식과 함께 애착심을 알려주자는 요지였습니다.

걸매리의 존재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 해안 갯벌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각종 생명체들.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등 국제적인 멸종위기의 조류까지 걸매리에 그렇게 많은 새들이 서식하는 줄 몰랐습니다.
칠게, 맛조개, 떡조개, 농게, 참게, 망둥어, 개불, 꽃게, 붕장어, 숭어, 우럭 등 그렇게 많은 어종이 살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걸매리 앞바다 생태탐사에서 소형선박을 내주며 직접 키를 잡고 안내해주셨던 박용규 계장님!

검붉게 그을린 얼굴, 티셔츠 밖으로 드러난 굵은 힘줄과 근육질 팔뚝, 굵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당시 박 계장님은 갯벌매립으로 산업단지화를 추진하려던 아산시에 대해 “바다에 삽질하다 큰 재앙 당할거여. 고기잡는 바다가 진짜바다 아녀? 공장 짓고 물건 만드는 것을 꼭 바다에서 해야 하는가? 아산에 쌔고쌘게 산업단진디 한 뼘 남은 바다까지 메워 공단을 세우겠다고 난리인가?”라며 흥분하셨죠? 그때 모습이 생생합니다.

그렇습니다. 시에서도 현재 추진하고 있는 서부산업단지나 분양을 시작한 도고농공단지도 분양이 어찌될지 모르겠다네요. 무작정 산업단지부터 조성하려는 묻지마 개발정책은 정말 문제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인주면은 황해경제구역 등 각종 개발계획으로 대부분 농지가 잠식될 예정이지요? 이 곳에 바다 한 조각 남기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은데 그마저도 위태위태 합니다.

직접 걸매리 갯벌의 경이로운 생태를 생생하게 보여주셨던 용장환 형님!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 황바리(농게)를 잡아 보여 주셨죠? 또 일년에 일곱 번 모습이 변한다는 칠면초 군락을 보여주며, 갯벌생태가 얼마나 경이롭게 펼쳐져 있는지도 알려주셨습니다.

칠면초 뿐만 아니라 염분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멸종위기의 모새달과 갯길경, 퉁퉁마디를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주셨죠. 정말 감사했습니다.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장환 형님이 “갯벌을 있는 그대로 놔두자는데 이유가 있어야 하는가. 아산신도시 한복판에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거대한 가짜(인공)호수를 만들면서, 왜 아산시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진짜 바다는 매립해 없애려 하는가. 세상 참 우습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제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돼 남아 있습니다.

갯벌에서 어머니의 젖살 냄새가 난다고 했나요?

갯벌에서 일을 마친 어머니의 땀냄새, 젖냄새, 살냄새가 갯벌냄새와 한데 어우러져 표현할 수 없는 달콤한 향기가 났다고 회상하는 어부 박재룡씨.

“갯벌의 비릿한 냄새가 마냥 좋은 이유는 어릴적 맡았던 어머니 젖살냄새와 같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던 어부 박재룡님.

어릴적 기억에 갯벌에서 일을 마친 어머니의 땀냄새, 젖냄새, 살냄새가 갯벌냄새와 한데 어우러져 표현할 수 없는 달콤한 향기가 났다고 하셨죠? 내일 모레 환갑인 나이에도 어머니의 그 포근하고 따뜻한 살 냄새는 잊을 수 없다던 님의 말씀이 새삼 떠오릅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갯벌은 어린 시절에 느끼던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지만 한 편으로는 애틋하고, 아련하고, 가슴 시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970년대 아산호와 삽교호가 건설되며 망가질 대로 망가졌던 갯벌이 30여 년이 지난 요즘 간신히 생명력을 되찾고 있는데 또다시 산업단지 건설계획을 발표해 마지막 남은 갯벌을 송두리째 생매장시키려 호시탐탐 노리는 개발업자들에게 분노를 느낀다는 박재룡님도 어린시절 소중한 추억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재두님은 탐사팀과 동승해 갓 잡아 올려 선상에서 파닥거리는 숭어와 붕장어를 익숙한 솜씨로 손질해 초장과 함께 내놓으셨죠? 바다에 떠있는 흔들리는 소형선박에서 먹었던 숭어와 붕장어는 시내 일식집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게다가 갯벌에서 막 건져낸 조개를 삶아 주시고, 그 조갯국물에 다시 라면까지 삶아 주면서 들려주신 어부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도 감동이었습니다.
갯벌에서 건져 올린 각종 어패류의 맛이 바로 넘치는 바다생명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제 아산시 마지막바다를 함께 고민하자구요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대책이 없어 각종 환경오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걸매리 해안.

이제 아산시 마지막바다의 보존관리에 대해 함께 고민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자연스럽게 소통하던 민물과 바닷물의 만남이 아산호와 삽교호 담수를 막으며 차단됐습니다. 그리고 인근생태계가 끔찍하게 파괴되기 시작했다죠?
요즘도 담수호를 관리하는 기관에서는 물이 차오르면 시도 때도 없이 민물을 바다에 방류해 버린다죠? 그렇게 걸매리 앞바다는 하루는 바다, 하루는 강물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담수호 관리하는 분께 물어봤더니 일년에 100번도 넘게 방류한다고 하더군요. 온전한 바다는 아닌 셈이죠. 담수호를 방류할 때 바다로 떠밀려온 잉어, 장어, 붕어, 메기 등 민물고기가 바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단 폐사해 바다에 떠다니는 모습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이런 일이 1년에 100회 이상 일어나고 있다니 기막힌 일입니다.
장마철이면 삽교호와 아산호에서 떠밀려온 온갖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걸매리 앞바다.

한 때 고기잡이 나갔던 어부가 아산호의 사전예고 없는 방류로 배가 뒤집혀 실종하는 사고도 있었다죠? 평택항과 당진항 아산호와 삽교호 사이에서 그 모진세월 참 잘도 견디셨습니다.

 이정구 기자
이젠 그 짐을 함께 나누는 지혜도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곳은 어촌계 어민분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아산시 그리고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연환경이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급팽창 하는 아산시는 자고나면 산과 들이 빌딩숲으로, 논과 밭이 아스팔트와 철길로 개벽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도 소중한 환경과 자연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걸매리의 모습은 또 다른 아산시의 가치가 아닐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구요. 많은 시민들이 여러분들을 응원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시간나는 대로 꼭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2010년 1월1일, <충남시사 편집국에서 이정구 기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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