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은 먼저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TV 드라마를 통해 톱탤런트로 자리잡았지만 그간 영화 쪽의 활동이 뜸했다. 그동안에 찍었던 영화들도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해 흥행이 부진했던 것도 사실.
그런 그녀가 탤런트 외에도 영화배우로 확실히 인정받고 싶어 4년 만에 스크린에 도전장을 던진 야심작 ‘미워도 다시 한번 2002’(감독 정소영·제작 소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8년 처음 개봉된 이래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한국 멜로 영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워도 다시 한번’의 리메이크판. 원작을 연출했던 ‘한국 멜로의 대부’ 정소영 감독이 31년 만에 직접 메가폰을 잡았고, 최고의 드라마 작가 김수현씨가 16년 만에 영화 시나리오를 맡아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그간 방송에서 자아가 강하고 지적인 도시여성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이승연은 영화 속에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TV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애절한 사랑을 하는 여인의 섬세한 심리와 내면을 연기했다.
물론 여주인공의 캐릭터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많이 바뀌었다. 이전 영화와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수정(이승연 분)은 당당한 태도와 솔직한 웃음으로 항상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전문 직업인이고 일에 대한 프로 정신도 어떤 남자들보다 강하다. 하지만 유부남을 사랑하게 되고, 결국 혼자서 그 남자의 아이를 기르다 아버지에게 돌려보내게 되는 비련의 여인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 2002’는 일생에 단 한번뿐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증권회사 간부(이경영 분)인 지환과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 수정. 자신이 믿었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이 어긋나 버린 뒤였다. 너무 짧아서 더욱 아름다웠던 행복했던 순간들이 지나가고 지환의 사랑을 믿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사랑했기 때문에 수정은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이제 수정은 세상의 편견과 맞서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을 지켜나갈 것을 다짐한다.
영화에 이어 그녀가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 후속으로 3월2일 전파를 타는 KBS-2TV 새 주말 드라마 ‘내사랑 누굴까’(김수현 극본·정을영 연출)로도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이번 출연은 지난해 12월 막을 내린 MBC 드라마 “가을에 만난 남자”이후 2개월여 만. 김민종과의 결별 이후 결혼에서 한발 물러난 터라 그녀는 일에 푹 빠져 있다. 오직 연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드라마 역시 김수현 작가의 작품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다소 걱정되는 면도 없지 않지만 작가와 감독의 의도대로 잘 따라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따발총처럼 쏟아내는 대사가 너무 재미있다며 무척 신나 한다는 후문.
시놉시스상에서 이승연이 연기할 오지연이라는 배역에는 ‘달팽이 처녀’라는 글이 큼지막하게 씌어 있다. 달팽이 처녀라니,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궁금증이 앞섰는데 의외로 대답은 간단했다. 결혼만큼은 달팽이처럼 느리다는 얘기였다.
‘오지연’은 정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결혼이 늦어져 초조해 하면서도 여전히 제 취향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남자를 찾고 있다. 자신이 결혼을 못하고 있는 것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집이 강북에 있는 것도 자신이 결혼 못한 이유의 하나로 생각한 오지연은 집을 나와 후배 이하나(이태란 분)와 함께 강남에 있는 빌라에서 산다.
“오지연은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배종옥씨가 맡았던 역할과 비슷한 인물이에요. 사사건건 따지면서 빈틈을 보이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그런 여자 있잖아요.”
이 드라마에는 이승연을 비롯해 이태란·명세빈·윤다훈·류진·김정현 등 6명의 선남선녀가 출연해 색다른 사랑 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이승연 하면 탁월한 패션감각으로 드라마마다 많은 여성들의 찬사를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승연이 드라마에서 선보인 의상이나 소품들이 인기 패션코드가 되는 것은 자명한 일. 이번엔 한살 적은 친구로 등장하는 이태란의 극중 배역이 패션모델인 만큼 두 사람의 옷 입기 경쟁도 볼 만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이승연은 패션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한다는 의견이다. 이제 패션이나 외모보다는 ‘연기’로 제대로 평가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어쨌든 3월은 이승연에게 무척 중요한 달이다. 영화와 드라마가 하루 차이로 동시에 팬들을 다시 만난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는다. 이제 흥행이나 반짝 인기보다는 안정되고 성숙한 연기를 선보이는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