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공사가 한창인 아산신도시에 먼저 입주한 2700여 가구 주민들은 교육·치안·교통·문화 등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
현재 공사가 한창인 아산신도시에 먼저 입주한 2700여 가구 주민들은 교육·치안·교통·문화 등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미래형 명품도시 아산신도시가 과학적인 도시계획으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우뚝 섭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편리한 생활이 함께하는 미래형 신도시로 수도권의 기능을 흡수해 산업과 교육발전, 싱그러운 자연이 함께 숨 쉬는 미래형 도시입니다.”
아산신도시를 홍보하는 대표적인 선전 문구다. 또 아산신도시에 아파트를 짓는 대부분 건설회사들은 입주자를 모집하며, ‘미래형 교육도시’ ‘편리한 교통도시’ ‘품격 높은 주거문화’를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아산신도시 1단계지구는 현재 지구 전체가 대형 토목공사 현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1·7블럭 1671가구는 지난해 말 첫 입주를 마쳤다. 이어 올해는 3블럭 378가구가 6월부터, 8블럭 724가구는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대부분 입주를 마쳤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2·11블럭 1288가구, 2011년에는 Y-city, 펜타포트, 4·6블럭 3069가구가 입주해 2011년까지 공동주택 총 713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또 빌라와 단독주택까지 더하면 8600여 가구의 생활공간으로 거듭난다.
교육은 물론 전통과 문화, 레저생활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어 가치가 더욱 빛난다는 아산신도시의 장담은 언제나 가능할 것인가. 이미 입주를 마친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며 분노에 가깝다. 또 앞으로 속속 입주가 예정된 시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장을 취재 중인 기자에게 한 주민은 “미래 명품도시면 뭐하나. 지금 당장 입주한 주민들이 살수 없는데…. 어린자녀 학교 보내기도 불안하고, 한여름 악취에 창문도 못 열고, 공사장 비산먼지와 소음까지 말도 못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시민은 “외출 한 번 하려면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30분은 기본이고,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또 길을 건널 때도 레미콘이나 덤프트럭 등 각종 공사차량들이 먼지를 풀풀 날리며 너무 위협적으로 달려 목숨을 내 놓고 사는 기분이다”라며 거들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공사차량 뿐만 아니라 일반 차량들도 대부분 신호를 무시 한 채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밤거리 무서워서 못살겠다”
현재 입주민들은 가장 시급한 현안이 치안문제라고 말한다.
1블럭대표 이동근 회장은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절도와 가택침입, 부녀자 위해사건이 수차례 발생했지만 이 중 어느 한 사건도 해결된 것이 없으며, 사건발생 이후에도 방범순찰강화 등 개선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아산신도시 치안을 담당하는 배방지구대는 총원 32명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으며, 배방읍 뿐만 아니라 시내권의 권곡동, 모종동까지 관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아산신도시는 방치하는 수준이라고.
지난 9월29일 경찰초소를 설치하기는 했지만 상주하는 경찰관이 없어 실질적인 범죄예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이에 주민들은 아산신도시 내에 경찰병력이 상주하며 방범순찰을 강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주민들은 신도시 곳곳이 공사구간이라 야간이면 청소년들의 흡연이나 탈선장소로 이용된다며, 밤거리를 보행하기 힘들 정도로 불안감이 높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가로등 조명시설 보강과 순찰활동 강화가 절실하다고.
또 연화초등학교 횡단보도와 통학로에 신호위반과 과속차량들이 많아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곳 교사와 학부모들은 횡단보도와 통학로에 방범용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어린이를 사고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신도시에 치안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경찰병력이나 조직운영의 한계가 있다. 신도시 여건과 입주민들의 여론을 최대한 수렴해 상부기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인내하며 살아야 하나”
|
11월17일 아산시, LH공사, 아산교육청, 아산경찰서,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들과 마주앉은 아산신도시입주자 대표들은 시민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
아산신도시는 현재 1단계 4개블럭(1·3·7·8블럭) 공동주택 2774가구가 입주를 마치고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당초 명품도시라는 이름에 걸맞는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편의조차 제공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11월17일(화) 오전10시 아산신도시 사업본부에서 아산신도시 1블럭 이동근 회장, 3단지 송병훈 회장, 성구현 대표, 7단지 권희태 회장, 8단지 이강훈 회장 등 입주자연합회공동대표와 아산시, 아산교육청, 한국토지주택공사, 아산경찰서, 철도시설공단 등 관계기관이 모인 가운데 간담회가 열렸다.
당초 입주자연합회를 구성한 아산신도시 주민들은 아산시 최고책임자인 강희복 시장과 간담회를 요청했으나 정남균 부시장이 대신했다. 간담회가 시작되자 신도시주민대표단에서는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아산신도시 입주민연합회 8블럭 이강훈 회장은 “아산시민으로서 정당한 행정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며, 지금처럼 아산시의 느슨한 행정관리가 지속된다면 입주민연합회는 관련된 모든 행정기관을 상대로 대대적인 집회와 집단행동을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산시 정남균 부시장은 “입주민들의 불편사항에 대해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며 “기관간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은 별도 협의를 갖고, 아산시의 행정지원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부서별로 검토해 주민들에게 통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아산신도시 입주민들이 시급한 현안으로 아산시의 대책마련을 요구한 내용이다.
▶장재초의 조속한 개교(장재초의 개교가 보류된 상태에서 탕정역의 초등·중학교 설립계획은 신도시 입주민을 기만하는 행위임. 우선순위에 따라 장재초의 조속한 개교를 요청.)
▶와이시티 초등학교 개교(월봉중학교옆 계획된 초등학교 조속한 개교)
▶장항선·경부선 철도소음 방지대책 수립(철도소음으로 설화고 학생들의 학습능력저하와 신도시 입주민의 소음으로 인한 불편 개선 요구)
▶연화초교 후문 설치(연화초 정문까지 멀리 돌아가야 하는 문제로 1·3단지 어린이들이 안전통학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공사중인 도로를 이용하고 있어 안전사고에 노출)
▶신도시내 조경수 추가 식재(소음 완충지역의 조경수 추가 식재와 신도시내 보행로에 조경수 식재 요청)
▶교차로 사고방지 대책(1·3단지앞 교차로에서 신호위반, 과속으로 빈번한 차량사고에 대해 과속카메라 설치 요구)
▶악취발생 근절(1·3단지 옆 양계장에 대한 LH공사의 조속한 보상, 신방지구의 폐수처리 냄새에 대해 원인을 조사하고 방지대책 수립)
▶광고시설물 규격설립과 행정지도(상업지역 광고시설물에 대해 아산시는 시설기준과 규격을 마련해 조기 대응해 줄 것)
▶유비쿼터스 설계에 입주민 참여(현재 설계중인 LH공사의 설계작업에 입주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
▶신도시 시내버스 증편·증차(할인마트조차 이용할 수 없는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하고, 정류장 비가림 시설물 조속히 설치)
▶공원 활성화(설치가 완료된 공원을 신도시 시민이 사용 못하도록 폐쇄하고 있음)
▶대민 서비스 강화(민원접수와 해결을 위해 아산시청 공무원과 대전충남LH본부 담당자를 신도시에 상주)
▶치안·보안 개선(경찰관 상주근무와 경찰서를 조기에 개소할 수 있도록 아산시의 협조)
▶도서관 설립(계획된 용지에 도서관을 조속히 개소)
▶건축현장 안전관리와 소음·비산먼지 관리강화(신도시내 건축중인 현장에 대해 아산시는 적극적인 행정지도 시행)
|
기자생각-이정구 기자 |
기자생각,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없다”
‘먼지 풀풀 날리며 위협적으로 질주하는 공사차량, 신호위반을 일삼는 통학로에 내 자녀를 내보내야 한다면?’ ‘심야에 무리지어 담배 피는 것도 모자라, 행인을 희롱하는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공원에 내 가족을 내보내야 한다면?’ ‘한여름 창문만 열면 지독한 악취가 풍기는 집에서 창문 걸어 잠그고 살아야 한다면?’ ‘절도, 가택침입, 부녀자위해 사건이 빈번한 아파트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한다면?’ ‘버스노선, 환승체계, 시간표도 모르는 버스를 비가림 시설도 없는 정류장에서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면?’
아산신도시에 입주한 주민들이 처한 상황이다. 현재 입주한 2700여 가구 중 절반 이상의 주민들이 이러한 환경에서 1년을 넘게 살았다.
아산신도시는 현재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처음부터 모든 시설을 완벽하게 구비할 수는 없다고 아산시나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들은 말한다. 물론 그 말에 동의 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동의할 수 없다.
주민들의 요구는 매우 당연한 권리며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또 주민들이 제기한 민원은 사전에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으며, 주민들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들이다. 이들이 처한 환경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무조건 해결해줘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에 아산시나 토지주택공사, 해당기관 등의 반응속도가 지나치게 느긋한 것은 아닌가 답답하기만 하다.
이제와 생각하니 ‘어쩔 수 없다’는 말보다 더 무책임한 말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