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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곡 5일장 역사 속으로

11월4일 마지막 장…11월9일부터 온양온천역으로 이전

등록일 2009년11월1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11월4일, 권곡 5일장이 마지막으로 열렸다. 이 장터는 이날을 끝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권곡동에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인도는 물론 차도까지 점유한 상인들로 인해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어왔다.

2009년 11월4일 새벽 5시 권곡동시장.

좌판을 여는 시장상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 탓에 두툼하게 차려입은 복장, 바닥을 깔고, 물건을 내리고, 손수레가 분주하게 오간다.

새벽 6시를 넘기자 권곡시장 인근은 순식간에 상인들로 가득찼다. 심지어 편도 2차선의 도로 한 차선은 상인들에 의해 점령됐다. 이때부터 이 구간의 상습정체가 시작된다. 길게 늘어선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 물건을 머리에 이고 지나는 촌로부터 물건을 가득 실은 오토바이까지 뒤엉켜 북새통을 이룬다.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이 시장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 아는 상인들은 없는 것 같다. 어떤 이는 30년 넘게 시장에서 장사를 해왔다고 하고, 어떤이는 채 3년도 안됐다고 한다.

집에서 기른 농산물을 들고 나오는 사람, 산에서 채취한 나물을 들고 나오는 사람, 갓 태어난 강아지와 고양이, 토끼, 염소를 들고 나온 사람까지. 권곡동 마지막 장이 열린 이날은 김장배추와 무가 가장 큰 면적을 차지했다.

사연도 가지가지다. 사업에 실패해 방황하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조금씩 빌린 돈으로 장사를 시작해 돈을 벌었다는 사람, 농사짓는 일만으로는 벌이가 안 돼 농사일은 다른 가족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5일장마다 다니며 농산물을 판다는 사람, 이웃의 권유로 장사를 시작했다는 사람, 부부가 함께 장사하는 사람, 대를 이어 가업으로 장사하는 사람 등.

이들 중에는 돈을 많이 번 상인도 있고, 근근이 생활하는 상인도 있다. 젊은 상인도 있고, 얼굴에 깊게 주름진 상인도 있다. 이들은 이렇게 돌아오는 4일·9일마다 권곡 5일시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러한 풍물도 11월4일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11월9일부터 온양온천역 철도하부공간에 새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시원섭섭 그리고 기대반 우려반

11월4일 오후, 권곡5일장 상인들이 온양온천역철도하부공간에 새로운 자리를 배정받기 위한 추첨행사가 열렸다. 상인들이 새로운 장터에 대한 기대와 우려로 초조하게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옮기기는 하지만 잘 모르겠어. 어쨌든 거기가 사람이 더 많이 사니까 장사가 잘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동안 여기서 장사하며 애들 키워서 시집장가 보내고 잘 했는데 시원섭섭하지 뭐….”

송악면에서 자신이 기른 농산물을 들고 나와 30여 년간 장사를 했다는 한 상인의 말이다. 그에게 권곡동은 젊은 시절을 다 보낸 일터며, 땀과 눈물로 얼룩진 삶터였다.

대부분 상인들은 온양온천역하부공간으로 장터를 옮기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보였다. 권곡5일장은 여러모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서로 일찍 나와서 자리 경쟁을 벌여야 했고, 인도는 물론 차도까지 점유해 행인들과 시비가 생기기도 하고, 더러는 사고까지 발생했기에 늘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온양온천역하부공간은 자신의 자리를 지정받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치열하게 자리다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11월4일 권곡동의 마지막 5일장이 열리던 날 상인 200여 명은 온양온천역 하부공간에 마련된 새 장터에서 추첨행사를 가졌다. 자신의 자리를 배정받아 5일마다 한 번씩 자신의 자리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은 새로 자리를 옮기는 11월9일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잔치를 열기로 했다. 음식도 1000명분 이상을 준비할 계획이다. 또 상권활성화를 위한 기원제를 올리며, 상인들간에 결속을 다지기로 했다.

현재 권곡동 5일장이 열리는 번영로, 한전 1, 2, 3길 일원 5000㎡ 일원에는 5일장이 열릴 때마다 300~500명의 상인들이 상행위를 해왔다. 특히 요즘 같은 김장철이면 600~700명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전국 최고의 5일장 기틀 마련

11월9일 온양온천역철도하부공간에 새로운 5일정기시장이 생겼다. 온양상설시장과는 일부 상권경쟁으로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반대로 연계상권 형성으로 상승효과가 더 클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권곡5일장을 원만하게 이전해 온양온천역 풍물 5일장이 활성화되면 온양전통시장과 더불어 온천관광시장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온천과 관광이 함께 어우러져 정감이 흐르는 토속적인 5일장으로 자리잡아 전국 최고의 5일장이 될 것이며, 지역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확신한다”

아산시 이종술 경제국장은 시장이전을 앞두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아산시는 지난 3~9월 6개월간 4회에 걸쳐 권곡 5일장의 실태조사를 마치고 온양온천역 풍물 5일장의 활성화를 위해 주차장 500여 대, 화장실, 수도시설, 조명시설, 방송시설, 조경 등 공공시설을 설치했다.

온양온천역 5일장 이전과 운영은 전적으로 상인회 자율적으로 하고 5일에 한 번씩만 장터로 개장해 운영하게 된다.

상인은 권곡동 상인을 우선배치하고, 지역농민 등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블록별로 책임자를 지정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고, 상거래 질서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시장도 크게 6블록으로 나눠 ▷1블록은 특산품, 공산품, 한약재 ▷2블록 농산물 ▷3블록 농임산물 ▷4블록 수산물, 반찬류 ▷5블록 화훼 묘목 ▷6블록 고추, 마늘 등을 배치해 정비된다.

이후 만성교통체증과 민원의 온상지였던 권곡시장 인근 인도와 차도는 그동안 방치되다 시피 했지만 앞으로 강력한 단속으로 도로기능을 복원시킨다는 방침이다.

아산시 경제과 김종구 재래시장 팀장은 “수도권 전철개통과 더불어 많은 외지 관광객이 찾아오는 온양온천역 하부공간에 전통시장이 열리면, 온천 이외에도 또 다른 관광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관광객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도 시민들이 많이 찾아와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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