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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농사에 갈 곳 잃은 벼가마

아산시농민회, 시청·농협에 벼가마 150톤 야적시위

등록일 2009년11월1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아산농민회는 11월6일, 아산시청과 농협중앙회 아산시지부에 150톤의 벼가마를 야적한 후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가을걷이가 끝났다. 지난 한 해 정말 열심히 농사지었다. 그래서 올해도 풍년농사 이뤘다. 그런데 이제 이 쌀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올해도 추수를 마친 농민들이 일 년 내내 땀흘려 수확한 벼가마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이 막막하고 암담한 현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답답한 것은 농민들뿐인 듯하다. 어느 순간부터 정부도, 자치단체도, 농협도, 언론도 무뎌지고 있다. 생존권을 주장하는 농민들의 처절한 절규조차도 도시의 일시적인 소음 정도로 적응해 가고 있는 듯하다.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 보다는 한 바탕 시끄러울 때 귀 막고 있다가, 제풀에 지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또 뻔 한 사탕발림으로 어르고 달래서 농촌으로 돌려보낸다. 내년에는 높은 값 받을 수 있는 맛좋고, 몸에도 좋은 친환경 농사지어 살궁리 찾아보라는 식이다.

본보기로 성공확률 제로에 가까운 몇 명의 성공사례를 찾아서 보여준다. 농촌에서도 노력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고 선전하고 나면 또 다시 한 해가 간다. 내년이라고 올해와 무엇이 달라질까.

올해도 쌀값폭락에 분노한 아산시농민회(회장 장석현) 회원들은 11월6일(금) 150톤 분량의 벼가마를 시청앞 광장에 야적하고,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농협도 농민들의 분노를 비껴가지 못했다.

정부와 지자체에는 농정실패의 책임을 묻고, 농협에는 ‘돈장사로 돈벌어 농민돕겠다’는 일차원적이고 안일한 발상 좀 벗어나라고 야단쳤다.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일, 농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모든 국민을 든든하게 지키는 생명보험이라는 것을 모를리 없건만.

“과수원이고, 논이고 태풍이 한 번씩 휩쓸고 지나가야 한다니까.” 이따금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끔찍한 말까지 서슴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또 다른 좌절과 절망을 엿본다.

쌀값대란은 이미 예견 됐건만

야적시위에 들어간 아산농민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농업과 농촌의 현실을 바로 알리고, 시민들이 응원을 기대했다.

▶정부는 인도적인 대북 쌀지원을 재개해, 재고미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농업을 실현하라. ▶쌀 목표가격 21만원을 보장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라. ▶아산시는 작금의 쌀 폭락 사태에 책임성 있게 임해 농가 소득보장을 위한 긴급구제책을 마련해 벼농가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라. ▶농협은 돈장사에 눈멀지 말고, 쌀값폭락으로 시름하는 농가를 위한 농협중앙회 긴급자금을 즉각 투입하라.

11월6일 야적시위에 들어간 아산농민회는 성명서를 통해 쌀값대란은 이미 예견되고, 대책마련을 요구 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고 분노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2009년 쌀값 폭락에 따른 농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치솟고 있다. 풍년농사를 기원하며, 봄에 모내기를 하던 농민들의 꿈은 전국적인 쌀 재고량이 82만톤이라는 암울한 현실에 올해 내내 근심에 살아 왔다. 이미 농민회에서 쌀값대란을 이야기 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농협은 뒷짐만 진채 그저 관망만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인도적인 대북쌀지원 중단, 생산비 상승으로 야기된 이번 쌀대란으로 추수한 벼를 판매할 곳조차 없게 됐으며, 농가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부채에 시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전국의 농민들은 쌀값폭락으로 시·군청과 도청에 자식 같은 벼를 야적하며 작금의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쌀은 생명이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기본인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식’을 담보한다”며 “정부의 잘못된 농업정책과 지자체의 ‘나몰라’라 식의 대응, 그리고 농협중앙회의 금융지주회사 계획에 의한 농민 홀대 정책. 이 삼박자가 만들어낸 재앙은 결국 우리민족의 생명을 송두리째 앗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쌀값 폭락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잘못된 농업정책을 철회하고, 인도적인 대북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지자체인 아산시청은 작금의 쌀값폭락을 책임성 있게 임해 농민들의 소득보존과 농가안정을 보장할 특단의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지역민을 책임지는 지방정부답게 중앙정부에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아산농민들의 현실을 감안해 쌀값문제를 해결하도록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농협은 중앙회의 적자문제와 금융지주회사 사업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단위농협 적자문제와 농가소득안정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산시청 앞 광장은 쌀값폭락에 항의하는 농민들에 의해 갓 수확한 1톤들이 벼가마가 성곽처럼 높게 쌓이고 있다.

중장비를 동원해 시청 앞 광장에 벼가마가 계속 옮겨지고 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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