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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민자를 비롯한 다문화가족 여성들이 모의투표를 체험하고 있다. |
“내년에 꼭 투표할 겁니다. 한국에서 20여 년을 살면서도 선거 때마다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이구나 하는 소외감을 느꼈는데, 벌써 두 번째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한국에서 20여 년간 거주했다는 일본인 노리코씨(48·아산시 배방읍 거주)는 연신 밝은 얼굴로 투표용지를 살피고 또 살핀다. 한국인들조차 헛갈리는 투표용지에 대해 오히려 자신있게 설명까지 해주는 친절을 베푼다.
아산시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정갑생)는 갈수록 증가하는 다문화 가정들이 민주시민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지난 10월27일(화) 아산시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선거문화 체험을 실시했다.
이날 행사는 아산시선거관리위원회, 한국여성유권자충남연맹 공동주관으로 개최했는데 일본, 중국, 필리핀, 베트남에서 한국에 정착한 다문화가정 영주권자 50여 명이 참석해 2010년 6월2일 치러질 지방선거 모의투표와 전자투표 등을 체험했다.
“돈 주는 사람 나빠요, 돈 받아도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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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관련된 교육이 실시되는 동안 다문화가족 여성들은 매우 진지하게, 그리고 밝은 모습으로 즐겼다. |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사람이 여러분에게 한 표 찍어 달라고 돈을 주면 받아도 되나요? 안되나요?”
이날 외국인영주권자 선거교육을 담당한 김영필 지도계장이 던진 돌발퀴즈다. 반응은 뜨거웠다. “저요, 저요” 여기저기서 외국인 여성들이 손을 든다. 문제를 맞힐 때마다 선관위에서는 준비한 기념품을 전달하기 바빴다.
기념품은 선거관리위원회 로고가 찍힌 흔한 볼펜 한 자루 였지만 선거권을 부여받은 이들에게는 추억으로 남길 소중한 선물이었다.
“돈 주는 사람 나빠요, 돈 받아도 안돼요”
필리핀에서 온 한 여성이 말했다.
“맞습니다. 그게 바로 기부행위라는 겁니다. 그러면 식사제공은 어떨까요?”
기념품이 다 떨어질 때까지 김영필 계장의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방청석에서는 연신 “안돼요, 안돼요”라는 말이 합창으로 이어졌다.
외국인들에게 처음 선거권이 주어진 것은 지난 2006년 실시된 5.31 지방선거 때부터다. 영주권을 취득한 후 국내에 거주한지 3년 이상 이어야 하고, 본인이 거주하는 자치단체에 등록한 외국인이어야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아산시에 등록한 외국인 유권자는 120여 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대부분이 결혼이민자며, 여성이 8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아산시선거관리위원회 맹천식 사무국장은 “아산시민들은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47.7%라는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 외국인 유권자들은 아주 적극적인 투표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투표가 얼마나 소중한 주권행사인지를 오히려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6월2일은 투표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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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선관위 김영필 지도계장이 지방선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이번 문제는 어렵습니다. 내년 선거는 언제 치러질까요? 그리고 투표용지는 몇 장을 받을까요?”
한동안 술렁이며,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한 여성이 6월2일이며, 투표용지는 8장이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자 일제히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내년 6월2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이들은 충남도지사, 충남도의원, 아산시장, 아산시의원, 충남도교육감, 충남도교육의원, 충남도의원비례대표, 아산시의원비례대표를 선출하게 된다. 그러니 총 8장이다. 놀랍게도 거뜬하게 답변하는 학구파 외국인유권자가 있었다.
이들 외국인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그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권리행사로 선출하게 된다는 사실에 매우 자부심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아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앞으로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에게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오전에 모의투표체험을 실시한 이들은 이날 오후에 아산시 영인면에 있는 피나클랜드로 이동해 막바지 절정의 단풍을 감상하며, 아산시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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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을 인식해야 하는 전자투표 체험도 진지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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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명부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이 사회의 구성원임을 확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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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이들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이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선거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선거문화 하나하나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