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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욱(55·배방농협 조합장 당선인) 스스로 점퍼차림이 더 잘 어울고, 편안하다는 그는 오랜만에 양복차림으로 자신을 지지해준 조합원들에게 당선인사를 다니고 있다. 이한욱 당선인은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조합원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
인터뷰 <화요데이트> 이한욱(55·배방농협 조합장 당선인)
“농협은 조합장의 농협으로, 농협을 위한 농협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조합의 재산으로 여기저기 밥이나 사주러 다니고, 술이나 사주러 다니는 조합장이 되지는 않겠습니다. 이제 조합원을 위한 농협으로 바꾸겠습니다.”
지난 10월20일(화) 배방농협 조합장선거 개표결과 이한욱(55)후보가 당선됐다. 배방농협에서 25년간 근무해 온 이한욱 후보가 이종빈 현 조합장을 제치고 차기 조합장이 된 것이다.
농협직원 출신의 조합장 당선이 보기 드문 일은 아니지만 특히 이한욱 후보의 당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전무나 상무 등 고위 관리직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가 농협에 몸담아온 25년 근무기간 중 1년을 제외한 24년을 농협의 최 일선에서 일해 왔다. 조합원들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교육, 농산물출하, 판매, 생산관리, 자재관리 등 지도사업만을 해 온 것이다.
그가 일해 온 지도사업은 조합 내부에서도 기피부서 중 하나며 가장 고된 일을 하면서도 수익성을 비롯한 사업비중이나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곳이다.
그렇지만 묵묵히 일하는 그의 성실성을 높게 평가한 조합원들은 그를 조합장으로 뽑아줬다. 누구보다 농민 조합원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농민들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조합의 구조나 문제점은 누구보다 잘 압니다. 또 이러한 조합을 바라보는 조합원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도 잘 알고요. 일회성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 나설 계획입니다.”
이한욱 당선인이 농협에서 근무하면서 바라본 농협은 ‘조합장의 농협’ ‘농협을 위한 농협’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랬던 그가 조합장이 됐다. 지금껏 농민 조합원들이 답답해했던 부분은 조합장 선거가 있을 때마다 ‘조합원을 잘살게 해주겠다. 조합원을 부자로 만들겠다.’는 공약의 남발이었다.
그러나 그런 약속을 했던 몇몇 조합장들은 ‘차기 조합장 재선을 위한 치적 쌓기, 선심성 예산 퍼주기’에 급급해 무리한 투자를 하게 되고, 심지어 조합을 경영위기로 몰아넣기도 했다.
“조합의 돈은 10원짜리 하나 허투루 쓰지 않겠습니다. 10만원 이상의 사업비는 모두 공개할 계획입니다. 조합의 소중한 재산으로 여기 저기 선심 쓰며 비싼 밥과 술이나 사주고 다니는 못난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스스로 조합장의 막대한 권한을 대의원회와 전문가 영역으로 나눠 분배해 준다는 획기적인 발상을 했다. 또 투명한 경영으로 누구나 조합의 살림살이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한때 운영되다 폐지됐던 ‘시범포 운영’도 부활시킬 계획이다. 철저히 조합원들을 위한 농협으로 조직을 재정비한다는 구상이다.
배방읍 대부분 우량농지가 아파트, 도로, 산업단지로 잠식됐다. 심지어 한때 200만㎡ 이상 차지하던 배추밭도 100만㎡ 이하로 줄었다. 수백㏊의 기름진 논도 대부분 신도시로 편입됐다. 수많은 농민들이 농지를 잃고 떠났는데도 불구하고 배방농협의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배방농협 이한욱 조합장 당선인이 농민 조합원들을 위한 어떤 정책과 비전을 제시할지 앞으로 4년간 지켜볼 일이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