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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풍년, 넘치는 곳간이 오히려 부담”

생산비 폭등에 쌀값 폭락 농민 이중고

등록일 2009년10월1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가을걷이가 절정인 요즘 갓 추수한 볏 가마가 농협창고 앞에 수북이 쌓이고 있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요즘 아산시 최고의 곡창지대로 알려진 선장면, 영인면, 둔포면, 인주면 일대는 넘실대는 황금물결이 지평선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벼 수확이 절정인 현재 50~60% 정도의 수확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말이면 대부분 가을걷이가 끝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곳 곡창지대 곳곳에서는 볏 나락 탈곡소리와 콤바인, 트랙터, 화물차 이동소리가 어우러져 절묘한 화음을 이루고 있다. 농업 역사상 유래 없는 최고의 대풍을 이뤘다는 작년과 비교해 올해 역시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아산시의 올해 벼 재배면적은 전년 1만1256㏊에 비해 56㏊ 감소한 1만1200㏊로 나타났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상여건이 좋아 병충해 피해가 거의 없고, 이삭 당 낟알수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아산지역 총 수확량은 8만4000톤 이상으로 전망되고 있다.

10월7일 통계청이 발표한 이삭 당 낟알 수는 평년(79개) 수준으로 나타났으나 아산지역 현지 농민들은 80~82개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생육기인 7월 잦은 비로 생육이 다소 지연되고 이삭당 낟알 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였으나 이후 기상여건이 좋아져 벼 낟알이 충실하게 영글었다. 덕분에 단위당 수량도 전년에 비해 전혀 줄지 않았다고 한다.

수확이 끝나고 11월 이후 정확한 통계가 이뤄지겠지만 생산 예측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 현지에서도 수확해보니 작년보다 오히려 수확량이 늘었다는 농민들도 많다. 작년은 벼농사 역사이래 가장 큰 풍년을 이룬 것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일부 농민들은 가장 큰 풍년은 작년이 아니라 올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문제는 쌀값이다. 현재 아산지역 뿐만 아니라 충남 쌀값의 기준이 되고 있는 영인농협과 둔포농협도 전년에 비해 1만원 정도 낮게 책정되는 분위기다. 넘치는 곳간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대풍년이 들었지만 농민들은 쌀값 하락을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삭당 낟을 수가 농업역사 이래 가장 큰 풍작이었던 작년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작년에 이어 대풍년이 들었지만 농민들은 쌀값 하락을 먼저 걱정하고 있다.

농민들이 수확한 벼를 자루에 담고 있다.

풍년도 반갑지 않은 농촌들녘 ‘씁쓸’

농협 창고 앞에 1톤들이 볏가마가 수북이 쌓여있다.

“올해 아산시 벼 생산량은 8만4000톤으로 예상하고 있다. 10월초 현재 산지 쌀값은 전년도 16만3000원/80kg 보다 약 2만5000원 감소한 13만8000원/80kg 선으로 거래되고 있어 전년 대비 농업인들의 수익이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아산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김의균, 임광웅, 이한욱 의원 등의 질문에 이종술 경제국장의 답변내용이다. 

실제로 현지 농민들의 사정은 매우 심각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역시 생산량이 대폭 증가해 일부 품종은 아예 매매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종술 국장은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정부 비축미의 시장 방출을 쌀값이 안정될 때까지 억제 하고, RPC를 통한 수매물량을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발표했지만 농업인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차원의 대책은 없을까. 익명을 요구한 농협의 한 관계자는 “모든 농협이 작년에 높은 가격에 쌀을 매입했다. 그 여파로 일부 농협에서는 경영 압박을 느낄 정도로 부담스러워 한다. 특정농협에서는 조합장선거를 의식해 농민 조합원들의 원성을 듣지 않으려고 무리수를 두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농협에서도 작년 수준으로 수매가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올해 한 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표 아산시 지역농협별 수매가 현황 (단위 원,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음)

단위농협

2008년 수매가

2009년 수매가

비고

온양/신창농협

53000

51000(주남)

49000(추청)

47000(삼광외)

 

선도농협

54000

52000(주남)

47000(모든 종)

 

염치농협

53000

51000(주남/삼광)

30000

선지급금 지급

인주농협

53000

30000

선지급금 지급

인주민간RPC문제

탕정농협

52000

51000(주남)

미결정

 

둔포농협

 

 

영인농협보다 1000원 더 준다고 함 12월 중결정

배방농협

52000(삼광)

53000(새추청)

50000(새추정)

지도사업비 +2000원

조합장선거를 앞둠

송악농협

 

 

 

영인농협

53000(일미/삼광)

56000(새추청)

40000

선지급금 지급

음봉농협

50000(주남)

53000(삼광/새추청)

40000

선지급금 지급

넘치는 재고에 쌀값은 폭락

추수를 마친 가을 들녘을 바라보는 농민들에게 수확의 기쁨보다 근심이 더 커 보인다.

“추수가 한창인 요즘 전국적으로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쌀값 폭락만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쌀값의 폭락은 농업의 근간을 흔들어 다른 작물의 동반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산농민회(회장 장석현)에 따르면 올해 생산비 중 비료값만 30% 인상됐다고 한다. 또 2007~2009년까지 비료값뿐만 아니라 농자재가격 인상, 유류세 인상, 면세유와 각종 보조금의 축소·폐지로 농업에 233% 이상 생산비 증가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햇벼 시세는 전국적으로 40㎏ 한 가마에 4만3000원선에 맞춰지고 있다. 작년 아산시 평균 5만30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만원이 하락한 것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쌀값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현지 농민들의 말이다.

아산농민회 장석현 회장은 “정부는 재고미 증가와 쌀값하락에 대해 소비감소를 문제삼는다. 물론 소비감소가 쌀값하락에 영향을 안줄수는 없다. 그러나 그 것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며 주된 원인은 무분별한 수입개방과 대북쌀지원의 중단 때문이다. 이로인해 20만톤에 육박하는 재고미가 넘치고, 올해 농사가 끝나면 그만 큼 더 늘 것이다. 내년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산농민회 이연재 간사는 “이미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제외한 개인 방앗간 시세는  전년도 16만3000원이던 쌀 1가마에 10만원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같은 쌀값 폭락은 농가부채를 넘어서 줄도산이라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농민회는 수확이 끝난 후 정부의 농정실패를 물어 농민 1인당 벼 1가마 야적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모든 문제를 정부로 떠넘기며 발뺌하는 아산시와 농민을 상대로 장사꾼 논리만 내세우는 농협에 그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정부·농협·농민 사이에 한바탕 진통이 예견되고 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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