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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학대 유치에 치열한 신경전

선문대·순천향대·호서대·단국대 서로 최적지 주장

등록일 2009년10월1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순천향대, 선문대, 호서대, 단국대 등 최근 약대유치를 위한 지역대학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사진은 순천향대를 방문한 아산시의회 의원들의 기념촬영 장면.)

“최근 천안의 한 대학에서 약대유치를 위한 시민서명운동을 벌인 것으로 안다. 이는 시민정서를 끌어들여 지역감정에 호소해 정치논리로 해결하려는 교육자다운 양식조차 없는 행동이다.”

순천향대학교 손풍삼 총장이 약대 유치 경쟁상대인 단국대 천안캠퍼스를 겨냥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손 총장은 10월9일(금) 순천향대를 방문한 아산시의회(의장 김준배) 의원들을 향해 순천향대가 약대를 유치할 수 있는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자칫 정치논리에 휘말리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의회차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정부가 약대 정원을 2011학년도부터 390명 늘리기로 결정함에 따라 전국 4년제 대학들이 일제히 약대 유치전에 뛰어 들고 있다. 정부방침에 따르면 기존에 약대가 없는 충남을 비롯해 대구, 인천, 경남, 전남 등 5개 시도에 50명씩 총 250명의 정원을 우선 배정하겠다는 것. 나머지 140명은 경기 100명, 부산 20명, 대전과 강원에 각각 10명이다.

충남에 50명의 정원배정이 알려지자 지역대학들의 유치전이 물밑에서 치열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대학간에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으며 약학대 유치전으로 인한 몸살을 예견하고 있다.

과열되는 약학대 유치경합에 올인

의대가 뿌리임을 강조하는 순천향대는 이미 지난 7월초 약학대 설립추진위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시약사회를 비롯해 천안, 아산, 당진, 예산, 홍성 등 충남 북부 5개지역 보건소와 교육협력 협약을 맺는 등 약학대학 유치에 포석을 다지고 있다.

서울, 부천, 천안, 구미 등 전국 4곳에 종합병원을 운영 중인 순천향대는 탄탄한 의료인프라를 자랑하고 있다. 손풍삼 총장은 아산신도시에 20만㎡ 규모의 약대, 의대 캠퍼스와 종합병원 건립계획을 밝히며 충남지역에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비중을 강조했다.

순천향대 김태현 교학부총장은 “아산신도시에 1200병동을 갖춘 종합병원 건립계획은 이미 재단과 논의를 마쳤기 때문에 큰 이변이 없는 한 틀림없이 추진된다”며 “주공의 토지보상 지연과 지가상승 등으로 애로를 겪고 있지만 총 3500억원이 투자되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문대학교 김봉태 총장은 “2011년부터 모집될 약학대 신설을 위해 200억원을 들여 설계를 완료했다. 또 선문대는 이미 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신약개발을 위한 제약회사, 해외병원 등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아산신도시 개발계획에 연계된 종합병원 준비와 관련학과 개설 등 의료복합단지 조성을 위해 3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의대, 한의대, 치대, 종합병원 등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을 망라한 의료종합캠퍼스타운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문대는 재단의 청심병원과 미국, 일본, 몽골 등 해외 자매병원을 통한 저명한 교수진 확보도 자신하고 있다. 특히 세계 194개국과 원활한 교류를 통해 세계적인 의료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호서대학교(총장 강일구)도 지난 7월 약학대학 유치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벤처의 요람으로 이미지를 구축해온 호서대의 유치전략은 타 대학과 성격을 달리한다. 호서대는 국내 20여개 의약바이오산업체와 산학협력을 진행하는 등 독자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약학대학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단국대학교(총장 장호성)는 약학대학 설립추진위를 발족한데 이어 지난 8월부터 병원과 치대병원을 찾은 시민 1만5000여명으로부터 약학대학 설립에 대한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시약사회와 의사회 등과 교류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지역에 구축한 의료인프라를 자랑한다. 단국대는 내년까지 천안캠퍼스에 1만7000㎡ 규모의 약학관 부지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단국대 관계자는 “단국대는 충남에서 의대와 치대를 보유한 유일한 대학이다. 교수진은 물론 의료인프라도 매우 우수하다. 약대유치를 희망하는 시민들의 서명이 평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모르지만 이를 문제삼는 것 자체도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충남지역에서는 건양대학교와 공주대학교가 약학대 유치경쟁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50명 정원 유치하려고 수천억원을...형평성 논란도

아산시의회는 아산시 소재 3개 대학이 유치전에 뛰어들어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누구 손도 들어 수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 특히 자세한 내막도 모른채 순천향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언급했던 한 의원은 선문대와 호서대도 유치경쟁에 가입했다는 말에 난처한 상황이 됐다.

한편, 학교측의 약대유치전을 보는 일부 학생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지나치게 편중된 예산지원계획을 비판하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장한다.

약대 유치를 준비 중인 한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한 학생은 "인문대나 사회대 계열 학생들은 마치 구색갖추기용 들러리로 전락한 느낌마저 든다"며 "왜 대학의 성장동력이 의대나 약대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50명 정원을 확보하려고 수천억 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일반 학생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그만큼 줄인다는 것 아닌가. 대학의 교육이념이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학의 한 학생은 "얼마전 로스쿨 유치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대학당국의 행정력이 오로지 로스쿨 유치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솔직히 이럴 때마다 비선호 학과 학생으로 느끼는 소외감이 더욱 크다. 이번 신설되지도 않은 약학대와 벌써부터 차별받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의대나 약대가 대학의 대외적인 인지도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유치를 희망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약대 신설과 지역별 정원할당은 2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학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치열한 유치경쟁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과열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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