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주어촌계 박용규 계장이 소형선박을 몰고 어장으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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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놈들이 갯벌에 삽질 한다고 지랄여? 다 죽었던 바다가 이제 겨우 조금씩 숨을 쉬기 시작 했는디 다시 생매장을 하겠다구? 여기 어민들은 하루하루 복장 터져서 못살겄어. 제발 그냥 내비둬!”
어로활동을 마치고 돌아와 막걸리 한 사발을 벌컬컬컥 들이킨 인주어촌계 박용규(60·인주면 걸매리) 계장이 거칠게 내뱉었다.
최근 아산시가 ㈜대림산업과 손잡고 인주면 걸매리 해안의 갯벌 430만8000㎡(130만평)를 매립해 공단을 조성할 계획이 알려지자 어민들은 이를 결사적으로 막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매립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주면을 시작으로 아산시 그리고 환경단체들과 손잡고 ‘아산시 마지막바다 지키지 운동’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고기잡는 바다가 진짜바다 아녀?
“고기잡는 바다가 진짜 바다아녀? 안그려? 공장 짓고 물건 맹그는 걸 꼭 바다에서 해야 하능겨? 아산에 산업단지가 얼마나 많은디, 한 뼘 남은 바다까지 메꿔가면서 공단을 세우겠다고 저 야단인지 당췌 모르겄네.”
아산시와 충남도는 사업파트너로 선정한 대림산업㈜과 함께 해양습지를 매립해 그 위에 석유화학, 비금속, 1차금속, 금속가공, 전자, 기계, 자동차 등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용규 어촌계장은 걸매리에 남아있는 아산시의 마지막 바다를 지키기 위해 어민들을 소집했다. 그리고 강력한 저항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주어촌계 어민들에게 바다는 단순한 일터가 아녀. 아버지는 고기잡고, 어머니는 시장에 내다 팔며 살림을 꾸려 나갔어. 농민들이 논밭에서 농사짓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이 바다와 질척한 갯벌이 논밭여. 어릴 때 발가벗고 뛰놀던 놀이터였고, 우리 모두를 건강하게 길러준 어머니 품속 같은 곳이여.”
이 곳에 고향을 둔 출향민이나 아산시민들에게는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휴식과 재충전을 제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산시 마지막 바다만은 꼭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박 계장은 자연의 놀라운 힘을 무서워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인주바다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내줬어. 먼 바다로 나가지 않더라도 고기잡이를 할 수 있게 해줬고, 갯벌은 풍부한 어패류와 해산물을 안겨줬지. 그러다 저놈의 아산호와 삽교호에 제방을 쌓는 바람에 황금어장이 모두 죽어버렸어.”
박계장에 따르면 20~30년 전만 하더라도 걸매리 해안은 진흙이 아닌 모래섞인 갯벌 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산호와 삽교호 제방이 둘러쳐지며 모래가 아닌 진흙뻘로 바뀌어 버렸다.
당시 걸매리에서 가장 많이 잡히던 어종은 뱅어, 삼치, 준치, 강다리 등이었다. 그리고 갯벌에서는 대합, 참맛, 삐쭉이, 소라, 바지락, 칠게, 농게, 청게 등이 사계절 풍성하게 생산됐다.
그러다 아산호와 삽교호가 자리잡으며, 이 모든 생명체들이 사라지고, 죽은 펄만 남았었다. 그러다 이제 서서히 자연의 회복력으로 옛 모습을 되찾으며, 사라졌던 어종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하는 순간 아산시가 갯벌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걸매리 해안에는 갯벌매립을 추진하는 대림산업측과 아산시, 충남도 관계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지역 민심을 크게 동요시키고 있다.
해파리가 우글우글 거리는 것 좀 봐
“어쩌면 아산시는 바다에 삽질하다 큰 재앙을 당할거여. 아산호와 삽교호 주변에 사람 머리통만한 해파리가 우글우글 거리는 것 좀 봐. 자연은 사람에게 한 없이 내주다가도, 인간의 욕심으로 환경파괴와 생태계 교란을 불러왔고, 앞으로 어떤 더 큰 재앙을 몰고 올지 모를 일여.”
박 계장은 현재 ‘아산시의 마지막 한 뼘 남은 바다를 지키자’며 어촌계원들을 중심으로 시민·환경단체·출향인사 등과 연대활동을 시작했다.
“바다 130만평을 메꾸기 위해서는 산이 몇 개나 허물어질지 알 수 없능겨. 또 바다수위는 그만큼 올라갈테고, 반대로 육지수위는 그만큼 낮아지능거 아녀? 바다 생명이 죽고, 산 주변의 육지생태계도 파괴되고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여. 그라구 사람 욕심이란게 끝이 있나? 개발해서 이익금이 생기면 더 넓은 바다를 자꾸 메꿔나가겄지 뭐.”
아산시 마지막 바다인 걸매리 갯벌에서 나서 자라고, 그 터를 지켜온 박용규 계장과 30명의 어민들은 그들의 서툴고 투박한 언어로 아산시 마지막 바다인 걸매리 갯벌을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반면 각분야 전문가들의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아산시와 충남도, 대림산업은 경제논리를 앞세워 막강한 법과 행정의 힘까지 등에 업고 어민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인주어촌계 박용규 계장을 비롯한 어민들과 아산시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아산시가 매립을 추진중인 아산시 마지막바다인 걸매리 해안이 아직은 평화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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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