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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근로자들이 산재신청을 했으나 불승인처리되고 있다. 이들은 차라리 업무환경과 백혈병이 무관하다는 증거를 대라며, 울분을 토했다.(사진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앞 시위장면) |
“삼성편 제대로 들려면, 차라리 백혈병과 작업환경이 무관하다는 증거를 찾아서 가져와라. 기업 뒤에 숨어서 근로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그대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존재하는가.”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선춘자 위원장은 산업안전공단이 일방적으로 삼성편만을 들고 있다고 주장하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7월28일(화) 삼성반도체 집단백혈병 피해자 중 한명인 송창호씨에 대한 산업안전공단의 평가위원회가 개최됐다.
송창호씨는 2008년 악성림프종에 걸린 것을 확인하고 현재 치료중이다. 삼성반도체온양공장에서 근무했던 김옥이씨(백혈병 투병중)와 같은 시기에 입사해 함께 근무했던 송창호씨는 국정감사 기간에 언론에 주목받은 삼성백혈병 문제를 보고 본인의 병이 산업재해임을 알았다며 작년 11월에 산재신청을 했다.
당시 산업안전공단의 현장역학조사에 참여한 송창호씨는 현장이 한군데도 본인이 근무하던 때와 같지 않다고 주장하며, 전문위원의 참여를 보장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산업안전공단 측은 거절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5명에 대한 산재신청에 대해서도 전원 불승인처리한 바 있다. 당시 5명의 백혈병 환자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주장하는 산업전문의의 소견이 실명으로 첨부됐으나, 익명의 전문의들에 의해 묵살됐다.
이번에도 송창호씨 관련 의견서를 제출한 단국대학교 산업의학 전문의 김현주 교수는 “송창호씨가 세척작업을 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공간에서 면봉 등에 TCE를 묻혀서 세척작업 한 후 쌓아 놓은 면봉 등에서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상당히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장기간 교대근무로 인해 암 발생 억제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저하된 상태에서 인간에게서 림프종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트리클로로에틸렌과 동물실험에서 림프종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진 납에 노출돼 왔다는 점, 즉 림프종 발생과 관련된 세 가지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노출됐다는 점에서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밝혔다.
산업안전공단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집단 발병과 관련 이날 6번째 역학조사평가위원회를 개최했다. 총 13명의 심사위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그들의 신분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대해 선춘자 위원장은 “백혈병이 삼성의 근무환경과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김현주 교수, 공유정옥 박사 등은 떳떳하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관련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공단측은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의들의 신분을 무슨 이유인지 철저히 숨기고 있다”며 “당당하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못하고, 숨어서 근로자들을 사지로 내모는지 그들의 진짜 속내를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현재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만 김옥이, 박지연씨에 이어 송창호씨가 투병중이다. 또 송창호씨와 같은 시기부터 근무했다는 이 모씨가 올해 초 림프종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새롭게 알려졌다.
이에대해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산업안전공단은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타날 때 까지 외면하고 방기할 것인가 답답하다. 그렇다고 근무환경과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증거도 대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삼성편만 드는 그들의 양심도 무섭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