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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매리 갯벌은 바다생명의 ‘자궁’

멸종 위기의 노랑부리백로·알락꼬리마도요 수백마리 관찰돼

등록일 2009년07월3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걸매리 해안 갯벌은 바다생명의 자궁이라고 할 만큼 많은 생명체들이 태어나서 자란다. 이 꿈틀거리는 갯벌 안에서 한 어부가 채취한 조개를 밀며 갯벌을 빠져 나오고 있다.

“아산만에는 바다 생명의 자궁과도 같은 수백만평의 인주면 걸매리 갯벌이 있다. 삽교호, 아산호 방조제에 이어 서해대교와 평택항만 공사 등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이곳이 다시 생명의 터전으로 복원되고 있다. 아산만의 생명터전, 걸매리 갯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이 충남시사에서 보도한(7월21일, 7월28일 보도) 아산시의 마지막바다 인주면 걸매리 해안의 갯벌매립계획에 대해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갯벌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명체의 실상을 밝히고, 갯벌 매립으로 우려되는 자연재해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환경련은 “걸매리 갯벌매립 예정지 현장탐사를 통해 관찰한 것는 칡사리(칠게), 맛조개, 떡조개가 갯벌을 뒤덮고 있으며, 조개잡이에 나선 사람과 어울려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등 도요새 무리 수천 마리가 어울려 먹이 다툼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곳에서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과 국제조류보호회의(ICBP)가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한 노랑부리백로와 알락꼬리마도요도 수백 마리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우럭 치어가 넘쳐나, 이곳이 아산만과 서해 바다 어종들의 산란장으로서 그 가치가 커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아산호와 삽교호에서 유입되는 풍부한 영양분과 퇴적물로 인해 깊은 펄 갯벌이 광활하게 조성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차수철 사무국장은 “아산시가 갯벌을 매립해 130만평에 이르는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간신히 숨을 쉬기 시작한 이곳을 다시 생매장 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갯벌매립은 서해 생태계의 사망선고

아산시의 마지막 바다인 걸매리 해안이 평화롭다.(걸매리 갯벌을 지키자는 움직임이 지역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자연은 엄청난 복원의 힘을 발휘해 걸매리 해안을 사람과 자연에 모두 이로운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아산만은 대규모 담수호를 끼고 있어 서해 연안 전체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는 중요 연안 중 하나다. 매립은 다시 복원되고 있는 이곳과 서해 생태계에 대한 사망선고이자 확인 사살이다.”

현재 대림산업㈜과 아산시는 2007년 10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산시는 이미 2008년 도시기본계획에서 이곳 110만평을 시가화예정지로 지정하고, 연안관리계획까지 수립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차수철 국장은 “갯벌의 가치를 다시 재론할 필요는 없다. 세계 최고의 갯벌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갯벌은 이제 인천, 서천, 강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아산만도 지난 30여 년간 지형이 사라지고, 생물종이 거의 전멸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며 서해안 개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차 국장은 이어 “만약 아산만을 다시 매립할 경우 좁아진 물길로 인한 재해도 예상된다. 아산호에서 내려오는 민물과 만조 때 밀물이 만날 경우 주변 연안이 침수되고, 바닥 지형은 빠른 유속으로 인해 심각하게 세굴 될 수도 있다”며 개발로 인한 자연의 재앙을 경고했다.

거기다 개발 여건 면에서도 아산만 일대 산업단지 조성사업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의문투성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체 55㎢ 부지에 7조44658억원을 투입하는 황해경제자유구역의 대규모 입지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이 사업의 성공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연안 갯벌을 대규모 매립하려는 발상 자체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은 ▷걸매리 갯벌 매립과 산업단지 조성계획 전면 백지화 ▷대림산업㈜의 아산만 산업단지 투자의향서 즉각 반려 ▷아산만 연안갯벌 보전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다.

“아산시 마지막 바다는 시민의 힘으로 지키자”

아산시가 매립을 추진하고 있는 걸매리 해안의 갯벌에는 사람과 새들의 영역이 따로 없다. 이 곳에는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의 노랑부리백로와 알락꼬리마도요 수백마리가 관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아산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인주면 갯벌매립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아산시는 미래가치에 대한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걸매리 갯벌의 매립으로 아산시는 그동안 수백 수 천년을 이어온 어촌의 역사와 문화를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며 “아산시가 미래가치를 높이는 길은 복원되고 있는 갯벌의 생명을 소중하게 지키는 일” 이라고 말했다.

영국에 10년째 살고 있다는 도영덕씨는 아산시장에게 갯벌매립사업을 철회해 달라는 호소문을 올렸다. 도영덕씨는 아산시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이역만리에서 글을 올린다. 생명을 품어내는 자연은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다. 몇 년 후 한국을 방문해 걸매리의 해산물을 맛 볼 것을 기대하며 마음을 담아 글을 올린다”며 갯벌매립을 철회해 달라고 했다.

인주 현지 주민들이나 출향인사들도 삼삼오오 모이면 걸매리 갯벌매립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인주어촌계를 중심으로 NGO단체와 손잡고 본격적인 ‘걸매리 해안매립 반대운동’을 벌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산농민회 인주지회 한기형 회장은 “아산시에 마지막 남은 바다 걸매리 갯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무한한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경제적 논리로 판단할 수 있겠냐”며 인주어촌계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혔다.

인주어촌계 박용규 계장은 “처음 갯벌 매립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앞이 깜깜 했다. 그러나 각계에서 갯벌매립을 우려하며 응원과 격려를 해주고 있어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걸매리 갯벌에 2회에 걸쳐 심층보도한 <충남시사>에도 “아산시의 마지막 바다인 걸매리 갯벌이 지켜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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