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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민웅씨 미망인 정애정씨가 삼성반도체의 끔찍했던 근무환경을 폭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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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온양공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정애정씨. |
“삼성의 두 얼굴에 속지 마세요. 삼성에서 일하는 동안 정말 끔찍하고 무서운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편을 가슴에 묻고, 보내야 했습니다.”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32세의 꽃다운 나이에 사망한 고 황민웅씨. 그는 1997년 삼성반도에 입사해 설비엔지니어로 근무했다고 한다. 이후 2004년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던 중 2005년 7월23일 사망했다.
그는 사내에서 만나 결혼한 정애정씨(33)와 어린 두 자녀를 남기고 젊디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정애정씨는 7월21일 삼성 온양공장 앞에서 시작한 반달(반도체 노동권을 향해 달리다) 공동행동에 참석해 피켓을 들었다.
남편과 같은 사업장, 비슷한 근무환경에 있었던 그들 부부는 누구보다 서로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던 19살, 고등학교를 마치기도 전이다.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을 줄 수 있다는 사실과 우리나라 최대의 기업 삼성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찼다. 아마 그 안의 대부분 노동자들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곧 밖에서 막연하게 생각하던 삼성과, 직접 경험하는 일자리가 다름을 느꼈다고 한다.
그녀는 “남편은 지독한 화공약품 냄새를 맡으며 수년간 작업장을 지켰다. 대기보다 공기압력이 높은 작업장 안의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와 내 동료들도 이러한 작업장 안에서 성분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각종 화공약품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일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역겹던 냄새와 소음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감각이 마비돼 못 느끼게 된다. 작업장 안에서 근로자들은 후각과 청각이 마비된 일개 로봇과 다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돈을 벌어야 했기에 회사가 위험하고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자신과 남편, 동료들을 내몰아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처지였다고 한탄했다.
지난 7월23일(목)은 그녀가 남편 없이 살아온지 4년째 되는 날이었다. 고 황민웅씨를 기억하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삼성 온양공장, 기흥공장, 부천공장, 수원공장 앞에서 릴레이 추모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고 황민웅씨를 비롯한 삼성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모든 근로자들이 산재로 인정받아 떳떳하게 치료받고,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끝나는 날까지 함께 할 것이라며 그녀를 위로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