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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마지막 바다 사라질 위기”

아산시-충남도-대림산업, 갯벌매립 추진...주민-"갯벌 생명체 몰살, 환경재앙 우려"

등록일 2009년07월2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아산시가 매립을 추진하고 있는 걸매리 해안 갯벌에서 어부들이 조개잡이를 하고 있다.

갯벌위로 모습을 드러낸 칡사리(칠게)가 기어다니는 모습이 앙증맞다.

아산시의 마지막 바다인 인주면 걸매리 해변.(바닷물이 빠지자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에는 칡사리를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걸매리 해안습지가 산업단지조성을 위해 매립되면 이 모든 생명체들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생명력이 넘치는 갯벌을 공구리로 메꿔서 산업단지를 세운다니 말이 되는가. 여기는 우리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잘 지키고 가꿔서 천년만년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아산시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마지막 바다며, 생명력 넘치는 갯벌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진흙이 쌓여 갯벌을 이루고 있는 인주면 걸매리 해안은 그동안 일반시민들에게는 존재여부조차 모를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이곳은 서해대교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경관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환경정화능력과 경제성이 재평가 되고 있는 광활한 갯벌로 이뤄져 있다.

걸매리 해안에는 매일 조금씩 진흙이 떠밀려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넓고 거대한 바다습지로 변화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갖가지 생명체들의 서식처로 변모하며,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게종류는 갯벌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개체수를 자랑한다.

이곳 어부들은 썰물 때 드러난 진흙 속에서 게, 조개, 망둥어, 장어, 우럭, 숭어 등 자연산 해산물을 포획해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 잡은 해산물은 수집상을 통해 마니아층에게만 한정 공급돼 전국 최고의 미식가들이 즐겨찾는 먹거리 명품반열에 올라있다.

특히 이곳 걸매리 갯벌에서만 관찰된다는 몇몇 어종들은 20여 년 전에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다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어민들은 사라져가던 어족자원을 되살리고 있는 갯벌의 생명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걸매리 갯벌의 생명력도 아산시가 개발계획을 수정하지 않는 한 곧 죽음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아산시는 이미 인주면 걸매리 해안을 매립해 산업단지로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이미 상당부분 사업을 추진해 진척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개발에 따른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경제가치가 보존으로 인한 영구적인 가치를 넘어설 수 없다”며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아산시, “갯벌 매립으로 막대한 개발이익 발생할 것”

걸매리 해안의 선착장이 붕괴되고 있지만, 보수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물이 들어오면 하루에 단 한번 배를 띄울 수 있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이곳 광활한 바다습지가 매립돼 석유화학, 비금속, 1차금속, 금속가공, 전자, 기계, 자동차 등 콘크리트구조물의 산업단지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 공유수면 매립계획이 처음 세워진 것은 1992년 삽교천과 아산만을 연계하는 광역관광지 조성에 대한 대통령 공약이 발표되면서 본격화 됐다.

이듬해인 1993년 건교부는 공유수면 6.83㎢(206만평) 매립기본계획을 확정 고시했다. 이어 1995년 아산항 재정비계획에 따라 5.82㎢(176만평)를 반영해 해양수산부에서 확정고시했다.

그리고 1996년 아산시가 인천해양수산청에 매립면허를 신청해 1997년 14개 중앙기관 중 13개 부처와 협의를 완료했다. 그러나 이때 환경부에서 매립목적 중 관광기능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을 통보했지만 아산시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향후 5년간 아산시가 매립면허를 받지 않자 2002년 매립기본계획은 자동적으로 소멸됐다.

그러다 2006년 아산시는 다시 공유수면 매립기본계획을 세워 반영할 것을 요청했지만 실수요자가 없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그러자 아산시는 2007년 실수요자로 (주)대림산업을 선택해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추진에 나섰다.

2008년에는 '2025년 아산도시기본계획'에 '공업형 시가화예정용지'로 반영했다. 또 지난 5월 대림산업과 함께 사업을 끌어가기 위해 SPC(특수목적법인)를 구성해 한국자치개발연구원에 타당성조사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아산시는 7월1일 아산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시정질문에서 임광웅 의원이 질문한 공유수면매립계획에 대한 경위를 설명하고,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의회의 승인을 받아 사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산시 건설도시국 최정현 국장은 “개발방향은 산업단지보다는 복합레저기능이 많도록 하겠다”며 “대림산업에서 자본을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아산시는 인·허가와 행정적 참여를 통해 개발이익이 개인회사로 모두 귀속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국장은 또 “처음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은 206만평이었지만 2005년 재정비계획에 확정고시 된 것은 175만평이다. 현재 대림산업에서 설계를 하고 있는데 50% 정도는 기반시설이고 25만평은 첨단산업단지, 25만평은 복합주거나 관광레저 등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민, “갯벌 매립은 바다생명을 죽이는 짓”

생활터전인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할 것이라는 아산시의 개발계획이 알려지자 인주어촌계 어민들이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아산만이 축조되면서 아산시 영인면의 바다는 사라졌다. 영인면 바다가 사라지면서 그 곳에서 고기잡이하던 어민들은 생활터전을 잃어버렸다.

이제 아산시에 마지막 남은 바다는 인주면 걸매리 해안뿐이다. 이곳에는 31명의 어민들이 어촌계를 조직해 아산시의 마지막 바다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요즘 갯벌매립을 추진하는 아산시에 대한 원망이 대단하다. 

이들에게 갯벌은 그저 단순한 생활터전 만이 아니다. 갯벌 자체가 생명을 탄생시키고, 길러주고, 천적으로부터 보호해주며, 죽으면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내주는 거대한 생명체로 여기고 있다. 결국 갯벌을 매립하는 것은 거대한 바다 생명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주면 걸매리 해안은 한때 서해대교와 아산항 축조공사가 한창일 때는 공사현장에서 발생되는 각종 오염원들이 떠밀려와 버려진 갯벌이었다고 한다.

인주어촌계 박용규 계장은 “갯벌에 한 번 나가봐라. 칡사리(게의 일종) 천지다. 또 숭어, 망둥어, 장어 등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거기다 20년 가까이 보이지 않던 황바리(게의 일종)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해대교와 아산항 축조로 바다의 물길이 바뀌어 지금은 새 살이 돋아나 상처가 아물 듯 갯벌이 되살아나고 있다. 오히려 서해대교와 아산항 축조 이전보다 더 많은 어종과 생명체가 갯벌을 터전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시의회 임광웅 의원은 “인주면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바다가 걸매리 갯벌이다. 간조 때는 수많은 생물들이 갯벌에서 뛰어논다. 이 생명의 바다습지를 꼭 매립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인주면 대부분이 개발지역인데도 불구하고 공유수면까지 매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환경청이나 해양전문가들은 갯벌을 살릴 생각은 않고 왜 매립하느냐고 오히려 반문하더라”고 말했다.

인주어촌계 어민들은 갯벌매립을 막기 위한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지금 그들 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 천년만년 물려줄 소중한 자연유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립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걸매리 해안에서 바라본 서해대교.

전국에서 서식지가 몇 안된다는 인주 걸매리 갯벌에서 생산되는 맛조개.(걸매리 갯벌에는 전국에서 보기 드문 풍부한 어족자원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이정구 기자>
☞기사예고
이곳 갯벌에 정박해 놓은 배는 매일 30분 간격으로 바뀌는 밀물시간에 맞춰 어민들의 이동과 조업수단으로 이용된다. 기자는 이곳 어민의 배에 동승해 환경전문가의 협조로 아산의 마지막 바다에 대한 생태탐사를 실시해 보도할 예정이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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