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도 이런 기분 못 느껴 봤을 것이다.
설원 위에서 뛰어내리는 아찔한 미끄럼. 그리고 뒤이어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처럼 행복한 지는 몰랐을 것이다.
아산고교YMCA 회원들은 영인산을 찾았다.
여기에 모인 고교생들은 단순한 학생이 아니다.
고교 YMCA를 이끌어가는 어엿한 기획단들이다. 기성세대의 기획단은 명함 하나 파고 배내밀고 다니는 게 최고지만 여기서는 한마디로 놀 줄 알고, 리더십 있는 사람이 짱이다. 저마다 특질과 재질이 있는 짱들이다.
영화, 자원봉사, 수화, 만화 동아리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진 학생들 한두명이 모아져 동아리를 만들기 시작, 지금은 1백여명의 학생들이 저마다의 리더십과 장기를 자랑하며 한곳에 모였다.
지난 22일과 23일 1박2일간은 2002년도 더 씩씩하고 활기찬 짱들이 되기 위해 겨울 수련회를 기획한 것.
한해를 되돌아보면 복지시설 일손돕기에서부터 양로원 활동, 레크리에이션 지도 활동 등 다양하게 해왔지만 올해도 뭔가 신나는 일을 저질러 보는 게 모두의 소원이다. 그저 일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이 과정을 통해 10년 뒤에 나의 명함을 준비하는 작업이 될 수도 있고 이름만,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인간 길러내는 기성세대에게 감히 새 미래의 창출이라는 건방진 도전장을 내고 싶은 것이다.
영인산 눈썰매장에서 신나게 미끄러져 내리면서 이 모든 소망을 담아봤다.
송은희 영화동아리 회장은 “더 많은 청소년들이 더 많은 곳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주변에는 공부말고도 영화, 만화, 봉사 등 다양한 것들이 많으니까요. 공부만 한다고 공부가 되나요. 열심히 기획하고 여러 가지를 만들어 보면서 친구도 사귀고 사는 법을 배우는 것 같아요”라며 한껏 예쁜 표정을 짓는다.
눈썰매에 정신 팔려 사진 찍는 것도 잃어버렸지만 각기 어른이 돼도 즐겁게 살 것이라는 이들의 각오는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