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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근로프로젝트사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이 환경미화작업에 투입돼 전봇대의 포스터를 제거하 하고 있다. |
“농촌지역은 요즘 일손이 부족해 난리가 났는데 그쪽으로 인력지원을 해주든지, 전부 길바닥에 앉아서 풀이나 뽑고 있고, 심지어 낮잠까지 자더라. 희망근로사업이 과거 공공근로사업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희망은 고사하고 여기저기 민폐만 끼친다. 식당에서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원성이 대단하다.”
6월~11월까지 정부가 경기침체 극복과 민생안정 대책으로 일자리를 통해 취약계층의 생계를 지원하고, 어려운 지역상권의 소득을 증대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고 내놓은 ‘희망근로프로젝트’가 시작한지 불과 보름만에 삐거덕 거리고 있다.
아산시는 61억1795만5000원(국비 82%, 도비 7%, 시비 11%)의 예산을 배정해 본청을 비롯한 사업소와 읍·면·동 33개 부서에서 58개 희망근로프로젝트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892명이 투입돼 벌이는 사업 내용이 생산성과 효율성면에서 필요성이 극히 의심된다는 것이 주된 지적이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거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이 꽃거리 조성사업, 공원정비, 환경정비, 쓰레기 수거 등 허드렛일 수준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이에 대해 6월16일(화) 아산시의회(의장 김준배) 의원회의에서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항상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와 겹쳐져 본 사업은 농촌의 인력난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에게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한 달에 20일 정도 일하면 월 83만원의 급여가 지급된다. 하루일당으로 치면 4만원정도 되는 셈이다. 거기다 보험료, 간식비, 교통비, 월차수당 등도 별도로 책정된다.
최근 농촌지역에서는 파와 마늘을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다. 또 같은 시기 과수원은 봉지씌우기 작업에 인력을 투입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파를 수확해 일정한 단위로 묶는 작업의 일당은 3만원~3만5000원 수준이라고 한다. 해 뜨면서 일을 시작해 해가 저물면 일이 끝난다. 하루 10~12시간 노동은 기본이다. 과연 어떤 사람이 농촌에서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그러나 희망근로프로젝트 사업장에서는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한다.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의 목표나 양도 없고, 못했다고 해서 크게 문제 삼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일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농촌이나 식당 등에서 인력난을 호소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급조된 인력, 급조된 일자리, 어영부영 할당된 예산 쓰기 급급
일자리를 만들어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어려운 지역상권의 소득을 증대시킨다는 막연한 사업계획은 처음부터 무리수였다.
급조된 인력에 급조된 일거리를 나눠주는 사업이 생산적 일리 없다. 아산시 희망근로프로젝트 담당부서에서 조차 일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말 그대로 배당받은 예산을 억지로 꿰맞춰 집행하기 바쁜 상황이다.
근로의지만 있고, 근로 능력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희망근로사업 대상자의 53%가 60~80세 고령층이다.
아산시 지역경제과 김일규 과장은 “안타까운 것은 IMF때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공공근로사업을 시행한바 있고, 아직까지도 그 사업은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그 당시의 근로형태가 일이나 노동보다는 생계유지차원에서 돈을 나눠준다는 개념의 실업대책이었다. 그래서 그 관행에 아직까지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시에서 강력히 통제해야 하는데 사실적으로 거기 참여하는 사람을 보면 22년생도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안전사고 예방이 더 큰 문제다. 그러한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생산적이면서도 사회적 비난이 없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차라리 생계비를 지원해라”
아산시의회 조기행 의원, 임광웅 의원 등은 차라리 지역 노동시장을 교란시키는 희망근로프로젝트 대신 생계비를 지원하라고 질타했다.(사진은 아산시의회 회의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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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행 의원은 “근로의지도 없으면서 시간만 때우고 돌아가면 된다는 식의 근로자 의식도 큰 문제다.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주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냥 줘버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농촌일은 힘들고 보수도 적지만 시급하게 해야 되는 일이다. 반대로 희망근로프로젝트는 농촌에 비해 힘도 덜 들고, 상대적으로 보수도 많다. 또 시급하게 해야 하는 일도 드물다. 어떤 일이 더 우선시 돼야 하는가”라며 “농촌은 그나마 있던 인력들도 희망근로프로젝트에 빼앗겨 버려 2중 3중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응규 의원은 “근로의사만 있고, 근로능력이 없는 경우, 이 기준을 어떻게 산정한 것인가. 근로능력도 없는 사람을 사업에 투입해 국가예산이나 지방예산을 지출하는 것은 문제다. 아산시에서 꼭 필요한 사업을 개발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거묵 의원은 “61억원이면 아산에서 큰 사업을 할 수 있는 돈이다. 화단정리 같은 거 아주 조금만 하고, 생산성 있는 곳에 사업도 하고, 인력도 배치하라”고 말했다.
임광웅 의원은 “지금 농촌지역에는 대파 출하작업이 한창인데 인력난 때문에 난리다. 지역과 현실에 맞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기행 의원 말대로 차라리 생계를 위해서라면 연금을 지급하라”고 말했다.
개인능력 무시한, 획일적인 일자리
표. 아산시 희망근로프로젝트 참여접수 연령별 분포현황
연령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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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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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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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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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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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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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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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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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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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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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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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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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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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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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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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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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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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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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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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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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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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6월11일 기준 아산시 총 인구는 24만7655명. 인구에 비례해 아산시에 할당된 희망근로프로젝트 목표인원은 892명이다. 그러나 실제 신청인원은 1463명으로 나타나 목표대비 64%가 더 많았다.
희망근로 접수자 중에는 20대 73명(5%), 30대 148명(10%)를 보였고,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경험했던 40대와 50대도 각각 218명(15%), 260명(18%)를 차지했다.
이들 중에는 컴퓨터에 친숙하고, 재무나 회계에 밝은 고급인력도 상당수 포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어진 업무는 획일적인 단순노무에 불과하다.
결국 희망근로프로젝트는 일자리창출사업도 아니고, 사회복지사업도 아닌 또 다른 기형적인 선심성 사업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기다 일비의 지급형태는 내수소비진작을 위해 현금 70%, 상품권 30%를 규정하고 있다. 상품권은 재래시장이나 동네슈퍼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지만, 기존 아산시에서 발행하고 있는 재래시장상품권과 다를 바 없는 극히 제한적인 상품권이다.
마을 안길청소, 화단 가꾸기, 도로 껌 딱지제거 등 단순 일회성 사업이 ‘희망근로프로젝트’의 전부다. 기존 공공근로사업과 다를 바 없는 ‘희망근로프로젝트’ 사업이 정부의 야심찬 진두지휘하에 전국적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현장 곳곳에서는 농촌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도시 근로자의 인력시장을 교란시키는 등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아산시는 892명이 참여하는 61억원 규모의 사업이지만, 전국적으로는 1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25만명이 참여하는 1조7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 역시 무엇을 위한 사업인지,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어떤 인력을 선발해서 쓸 것인지 목표와 경로설정도 불분명한 채 첫 발을 내딛기 전부터 비난에 휩싸이고 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