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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아홉에 입문한 각설이, "팔도가 내 집이오"

희로애락, 김숙희(47·둔포면 전통시장에서 만난 각설이)

등록일 2009년06월1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복순이(47, 본명 김숙희, 둔포면 재래시장에서 만난 각설이)

서른 아홉, 늦은 나이에 각설이로 입문한 그녀는 스스로 우스꽝 스러운 복장과 표정으로 장타령을 목놓아 부를때 삶의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어~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저~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너무나 귀에 익숙해서 한 가락씩 따라 부르기도 했던 각설이 타령. 누덕누덕 기운 옷에 우스꽝스런 분장을 한 각설이가 시장판에 나타나자 여지없이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망설임 없이 쏟아내는 각설이의 걸진 입담과 금방이라도 자신에게 달려들어 구걸할 것 같은 과장된 몸짓에 시장 상인들은 장사하는 것도 잊은 채 구경꾼 대열에 합류했다. 아무리 천하를 쥐고 흔드는 고관대작이라도 각설이의 구걸 대상인 민중을 괴롭히면 처절한 응징이 이어진다. 즉 정치인들이 민심을 거스르면 시장판의 각종 정보를 장악한 각설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고, 결국 꼼짝없이 발가벗겨져 치부를 보일 수밖에 없다.

6월2일, 아산시 둔포면 전통시장에서 각설이타령을 구성지게 뽑아내는 복순이(본명 김숙희, 47)를 만났다. 복순이가 각설이패에 입문한 것은 남들보다 한 참 늦은 39살 때의 일이다. 일찍부터 국악을 공부했던 그녀는 국악강사를 비롯해 유치원 교사, 레크레이션 강사 등 많은 일을 해왔지만 각설이만큼 매력적인 일은 없었다고 한다.

“남들이 다들 물어요. 뒤늦게 그 힘든 각설이공연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민중의 애환이 녹아있는 노랫말이 좋고, 그 노랫말을 민중에게 들려주는 우리가락이 너무 좋아요. 전국장터를 누비며 온 몸이 탈진할 정도로 한 판 놀고 나면, 그 뒤에 찾아오는 새로운 에너지와 희열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지요.”

처음에는 사춘기에 접어든 두 아들이 시장에서 장타령 하는 엄마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의상이나 소품을 감추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두 아들이 각설이가 된 엄마의 모습을 보더니, 우스꽝스러운 분장의 엄마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더라고.

그때부터 거칠 것이 없어진 그녀는 전국을 무대로 마음껏 끼를 발산하며, 공연을 펼쳐 나갔다.

전국을 무대로 활발한 공연활동을 하는 그녀에게 둔포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그녀가 각설이로 입문하자마자 첫 공연한 무대가 바로 둔포면 경로잔치였기 때문이다. 그 인연 때문에 이 날(6월2일)도 빼곡하게 짜인 일정 중에 하루를 빼서 둔포 장터로 달려왔다고 한다.

특히 이날 무대는 침체되고 있는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혼신을 다해 무대를 준비했다고 한다.

한편 그녀는 최근 각설이들 사이에 구전으로 전해지는 대사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각설이들 사이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노랫말과 걸진 입담들을 모아 책으로 엮을 계획이라고. 그래서 그녀의 전국 나들이는 더욱 활발해 질 수밖에 없다.

“각설이 인생 뭐 있나요? 내년에도 죽지 않고 둔포장을 다시 찾아올 랍니다. 그리고 힘닿는 데까지 각설이 인생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각설이가 판을 벌이면, 장터에는 이내 사람들이 모이고 흥이 돋는다.

그늘을 찾아든 장꾼들도 각설이 공연에 넋을 잃었다.

 

경로당에 모여 장기두던 어르신들도 창너머 보이는 각설이 공연에 넋을 잃었다.

 

막간을 이용해 복순이와 기념촬영를 가진 한 주민이 V자를 그리고 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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