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
온양온천역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한 시민이 막걸리를 들고 들어와 잔을 올리고 있다.
산사에서 신도와 함께 내려와 분향소를 찾은 한 비구니 스님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노 대통령님! 시원하게 막걸리나 한 잔 들고 가세요."
25일,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역 광장에서는 한 시민이 막걸리 한 통을 들고 분향소를 찾았다. 그리고 한 잔 가득 따라 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건강이 그렇게 안좋으셨다면서요? 여기 오셨으면, 온양에서 제일 좋은 온천탕에 한 번 모셨을 텐데...세종대왕께서도 온양온천에서 휴양하시고, 백성들 잘 돌보셨다고 하는데...여기나 한 번 다녀 가시지."
또 다른 시민은 고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방명록에 꼭꼭 눌러 적었다.
국화 한 송이, 담배 한 갑, 막걸리 한 통, 고인께 보내는 편지 한 통. 고인 영정 앞에 모여드는 아산 시민들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온양온천역 광장에 분향소가 설치된 것은 5월24일 정오. 분향소가 설치되기도 전에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모여 들었다.
민주당 아산시위원회, 노사모, 아산시민모임을 비롯한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긴급하게 구성된 아산시추모위원회는 5월29일(금)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며, 오전7시부터 자정까지 조문객을 받고 있다.
5월25일(월) 오전 9시30분 강희복 아산시장, 김준배 아산시의회 의장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어 학생, 가족, 직장동료, 여행객 등 시간이 지날수록 추모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아산시 온양온천역 광장에 차려진 분향소는 민주당 아산시위원회 강훈식 위원장과 복기왕 전 국회의원이 상주역할을 맡아 조문객들을 맞았다.
일부 시민들은 직접 국화꽃 다발을 만들어 들고 왔으며, 몇몇 시민들은 술잔을 올렸다.
또 어떤 시민은 고인의 영전에 꽃다발을 바친 후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기도 했다. 고인이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찾았다는 담배를 끝내 못 피고 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시민들은 저마다 향로위에 담뱃불을 수북이 붙여 올렸다.
분향소 설치 이틀째인 5월25일에는 조문객 1000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5월26일 현재도 계속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아산시는 둔포면에서 27일(수) 개최될 예정이던 전통시장 개장기념행사를 1주일 뒤로 연기했다. 아산시의회는 5월25일부터 2박3일로 계획됐던 선진지 견학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밖에도 아산시 기관, 단체 등에서 계획됐던 크고 작은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아산시민모임은 5월25일 논평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사 독재 시절의 폭압 앞에서도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변호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마다 하지 않았다"며 "권위주의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고 지역균형발전에도 힘을 쏟았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직 대통령마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세상은 끝나야 한다. 용산참사 철거민들의 아픔이 치유돼야 하고 생존권사수를 외치며 자결한 화물노동자의 한도 풀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후 4시를 넘어서자 3~4명씩 무리지은 학생들의 행렬이 분향소로 이어졌다.
복기왕 전 국회의원(왼쪽)과 강훈식 민주당 아산시위원장이 상주 역할을 맡아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을 맞고 있다.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한 시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을 방명록에 남기고 있다.
분향을 마찬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며 비통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