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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였던 삼성과 이 사회에 원망만 쌓인다"

스물 세살 박지연씨가 겪은 좌절

등록일 2009년05월2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신청이 끝내 불승인으로 결정되자 박지연씨는 일터였던 삼성과 이 사회에 대한 원망을 털어놨다. 

박지연씨는 힘없는 사람의 고통이나 정당한 주장 조차도 외면하는 이 사회에서 좌절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 그 날의 악몽을 잊을 수 가 없어요. 갑자기 눈앞이 아찔해 지며 어지럽고, 숨차고, 구역질이 올라 왔어요. 이어 하혈이 시작됐는데 방진복까지 얼룩질 정도로 피가 흘러 나왔어요. 잇몸에서도 피가 나고, 얼굴은 시퍼렇게 멍 자국이 생겼는데 이것이 말로만 듣던 백혈병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박지연씨(23)는 2004년 12월27일, 충남 논산시 강경상업정보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해 주변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대기업에 취직해 월급과 보너스도 많이 받게 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삼성의 가족이 되었다. 

그러나 월급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입사 첫 달 70여 만원의 월급을 받았다. 차츰 임금이 인상돼 잔업이 없는 달은 90~100만원, 잔업을 많이 한 달은 130~140만원의 월급을 받아 나름대로 미래를 설계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당시 박씨가 하던 일은 약품을 이용한 불량검사와 엑스레이(몰드공정)를 이용한 검사였다. 몰드공정에는 방사선 발생장치가 2대 있었다고 한다.

"작업하는 동안 하얀 연기가 나고, 역한 냄새로 머리가 아팠어요. 특히 실험 중에는 보호장비도 없이 면장갑을 착용해 약품이 장갑에 스며들어 물로 손을 씻어도 쉽게 지워지지가 않았어요. 이러한 근무환경에서 매일 8~12시간씩 일해 왔어요."

젊음의 힘이 가장 왕성하게 샘솟던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의 한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박씨는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모든 꿈과 희망이 일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박씨는 지난해 서울의 한 병원에서 골수이식수술을 받고 현재는 통원치료를 받으며, 집에서 요양 중이다.

지난해 산업재해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뚜렷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불승인 처리했다. 박씨는 본인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보다 더 큰 실망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제 약값을 벌기위해 식당이건 어디건 일자리를 찾아다니며, 밤낮으로 일하고 계시는 아빠와 엄마를 보면 너무나도 안타깝고, 죄송스러워요."

근로복지공단은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산업재해를 신청한 5명(사망 3, 투병 2) 전원에 대해 5월19일 최종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삼성백혈병대충남대책위와 반올림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삼성에서 근무하다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근로자는 현재 22명이라고 밝혔다.

박지연씨는 "제 일터였던 삼성과 삼성편만 드는 근로복지공단 그리고 힘 없는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는 이 사회가 너무 원망스러워요"라는 말을 남기고 인터뷰를 마쳤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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