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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로 무려 230㎏의 체중감량에 성공한 슈퍼한우 순이의 몸에서 지난 4월30일 수정란을 채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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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체중이 1100㎏까지 나갔던 뚱녀 순이의 몸매가 몰라보게 날씬해 졌다. |
4월30일 오후2시, 충남 아산시 음봉면 원남리에 위치한 순이네 집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1100㎏의 체중에서 870㎏까지 무려 230㎏의 감량에 성공한 순이 몸에서 채란(수정란을 채취)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을 위해 순이는 주변의 각별한 보살핌을 받으며, 작년 8월부터 피눈물 나는 다이어트를 해왔다.(1월3일, 1월11일 보도)
‘순이’는 시온한우농장(대표 강창환)에 살고 있는 돌연변이 슈퍼한우의 이름이다. 일반 한우에 비해 몸집이 두 배쯤 크고, 겁이 많으면서도 호기심 강한 성격과 먹는 것을 유난히 밝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날은 아산시 축산역사의 한 획을 긋게 될 중요한 날이다. 때문에 시온농장 강창환 대표, 아산축협 맹준재 조합장을 비롯한 축산농가 관계자 10여 명이 숨죽인 채 순이의 채란과정을 지켜봤다.
10개 채란해 1개 수정란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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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몸에서는 총 10개의 난이 나왔다. 이 중 1개의 수정란만이 이식 가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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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농장에 임시로 마련된 실험실에서 채란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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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축산기술연구소 김홍기 박사가 이식 가능한 수정란을 분류하고 있다. |
이날 시온한우농장에는 충남축산기술연구소 유전공학팀(팀장 김홍기 박사)의 임시 실험실이 차려졌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농장의 빈 방에 적정온도를 맞추기 위해 난방기를 가동하고, 현미경을 비롯한 각종 장비들이 들어왔다.
이날 김 박사는 순이 몸에서 채취한 총 10개의 난 중 정자와 결합하지 못한 무정란 3개, 발생이 멈춘 퇴행란 6개, 이식이 가능한 수정란 1개를 각각 추출해 냈다.
순이 몸에서 추출한 귀중한 수정란 1개는 가장 이상적인 건강상태를 보이는 어미 소를 대리모로 간택해 이식했다. 수정란을 이식한 어미소에게 다음 발정기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일단 절반 이상은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건강한 어미 소의 배란주기는 20일이다. 일반적으로는 20일을 주기로 1개의 난자가 생성되며, 임신을 위해 발정기가 찾아온다. 이때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자리를 잡으면 임신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순이에게는 보다 많은 난자를 생성시키기 위해 과배란을 촉진하는 호르몬제를 투약했다. 그리고 일주일 전에 수정확률을 높이기 위해 발육상태가 좋은 우량정액(KPN622)을 두 차례에 걸쳐 보통때보다 6배나 많이 주입했다.
비록 3차례의 출산경력은 있지만 출산 이후 비육우로 분류돼 몸집만 부풀렸던 순이에게서 수정란을 얻는 작업은 매우 불투명했다.
김홍기 박사는 “순이가 과배란 촉진 호르몬에 반응하지 않으면 다량의 수정란을 얻어낼 수 없기 때문에 많은 긴장을 했다. 그러나 다행히 순이가 다량의 난자를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큰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올해 6살 된 순이(2003년 6월25일생)는 사람나이로 따지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4~5년 정도는 생식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순이를 통한 수정난 이식은 매우 전망이 밝다”며 “순이를 연구소로 옮겨 최적의 환경에서 과학적인 사양관리를 통해 우량한우 보급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순이 몸에서 채취한 수정란이 대리모의 몸에 착상해 정상적으로 발육된다면 283일 후에는 감동적인 순이2세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다. 수정란이식의 성공확률은 50~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이 2세, 연간 10마리 이상 출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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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가 수정란이식을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송아지는 연간 10마리이상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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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가 수정란이식을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송아지는 연간 10마리이상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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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가 수정란이식을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송아지는 연간 10마리이상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박사에 따르면 수정란 채취는 1년에 4회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1회에 평균 5개의 수정란을 채취해 이식한다면 연간 20개까지 이식할 수 있는 것이다.
수정란이식의 성공확률이 50~60%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10마리 이상 순이의 자손이 나올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다. 또 순이의 자손들이 일정기간 지나 스스로 번식능력을 가진다면 머지않아 수많은 슈퍼한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우의 육질구조는 유전력이 강하지만 체형이나 체중은 육질에 비해 유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순이 처럼 체격이 큰 한우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돌연변이 자체도 유전확률이 높기 때문에 순이 이상의 슈퍼한우가 나올 가능성도 상존하는 것이다.
어쨌든 순이의 몸을 통해 우량한우 증식에 보다 많은 길이 열린 것만은 사실이다.
순이, 체세포 복제 연구도 곧 시작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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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박사팀은 충남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순이의 체세포복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
충남축산기술연구소 김홍기 박사팀은 충남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순이의 체세포복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이를 이용한 수정란이식과 함께 한우 축산농가에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1999년2월 서울대학교 황우석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체세포복제를 통해 젖소 ‘영롱이’를 탄생시킨 바 있지만 한우는 처음이다.
당시 영롱이의 체세포복제는 난자세포에서 핵을 떼어낸 후 여기에 복제대상이 되는 소의 체세포(자궁세포)를 넣는 방법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전기충격을 가해 두 세포를 융합키고, 이 수정란을 대리모 자궁에 착상시켜 실제로 동일한 생명체를 만들어 낸 것이다.
김홍기 박사는 “순이는 한우의 유전자원으로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체세포복제를 계획하고 있다”며 “충남대와 체세포복제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아산축협(조합장 맹준재)을 비롯한 한우 축산농가들의 슈퍼한우 순이에 대한 기대감은 대단하다. 이번 기회에 충남 아산시를 슈퍼한우의 본고장으로 특산품을 개발 하자는 의견이다.
맹준재 조합장은 “순이의 몸에서 생산된 한우를 아산시에서 우선 기를 수 있도록 아산시는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축협에서는 품종관리를 한다면 10년 후에는 아산시만의 차별화된 특산품 한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순이의 다이어트 성공, “오늘은 양껏 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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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의 자손들이 아산을 슈퍼한우의 본고장으로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사진 가운데가 수퍼한우 순이) |
2003년 6월25일 태어난 순이는 세 차례 출산한 이후에 비육우로 분류돼 하마터면 누군가의 식탁에 오를 뻔했다.
비육우로 분류된 이후 순이는 무려 1톤100㎏까지 성장했다. 보통 거세된 수컷 한우가 성장을 마치고 출하될 때 무게가 700㎏인 점을 감안하면 순이의 성장은 경이적이었다. 간혹 수컷 한우에서 1톤이 넘는 사례가 있지만 암컷 한우가 1톤이 넘은 경우는 없었다.
순이게게 부모는 물론 할아버지까지 한우의 순수혈통 족보를 갖추고 있다. 시온농장 강창환 대표는 그래도 의심스러워 유전자분석까지 의뢰해 순수혈통 한우임이 확인했다. 순이는 순수한우지만 돌연변이로 체구가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그러다 작년 8월 가축 유전자원을 연구하던 김홍기 박사와 순이가 눈이 맞았다. 김 박사는 청양군에 있는 연구소와 아산시 음봉면에 위치한 시온농장을 오가며 순이와 교감을 갖기 시작했다.
순이는 김 박사의 프로그램에 의해 관리됐다. 한 끼 9㎏까지 먹어치우던 식사량도 30%로(3㎏) 줄였다. 더 가혹한 것은 먹는 양을 줄인 것도 모자라 운동량은 몇 배로 늘렸다. 생식능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난소 주변에 생긴 두꺼운 지방층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덕분에 죄 없는 순이 동료들도 함께 굶주려야 했다. 순이 혼자 우리에 넣었을 때 먹이량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운동을 하게 만들기는 힘들었다. 허기진 순이가 전혀 움직이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마리를 한 우리에 가두고 먹이양을 줄이니 먹이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며 자연스럽게 운동량까지 늘릴 수 있었다.
이렇게 지난 8개월간 힘겨운 몸 관리 덕분에 1100㎏ 순이는 870㎏의 날씬하고 멋진 몸매를 가꿀 수 있었다.
김 박사는 “1시간 여 동안 채란을 하는 동안 순이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순이 몸이 회복되려면 최소 6주는 지나야 한다. 그동안 고생한 순이에게 충분한 휴식과 함께 당분간 맛있는 먹이를 먹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순이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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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틀에 묶인 순이를 강창환-김홍자 부부가 계속 달래주며 위로하고 있다. |
“순이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내야지요. 순이 자손이 많이 번창 할수록 한우산업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큰 몸집으로 시온한우농장을 든든하게 지키던 순이는 이제 농장을 떠나야 한다. 충남축산기술연구소에서 유전자원을 연구하는 김홍기 박사팀에게 연구를 위해 넘기기로 한 것이다.
순이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유전자원 가치로 따지면 수 억원을 주고서도 구할 수 없는 귀중한 몸이라는 것이 지역 축산관계자들의 평가다. 그러나 강창환 대표는 순이를 1500만원에 넘겨주기로 했다. 이는 일반 시세보다 30% 높게 책정한 충남축산기술연구소의 구매 표준금액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창환 대표는 “실제 1억원이상의 금액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애초부터 순이의 몸값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다만 축산기술연구소 김홍기 박사팀이 순이를 이용해 한우산업의 혁명을 가져오길 기대하는 마음에 기꺼이 넘겨주기로 한 것”이라며 “덩치 큰 순이 자손들이 수입소 시장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온농장 강창환(53)대표와 아내 김홍자(48)씨는 못내 섭섭하고 허전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들 부부가 사육한다면 1년에 송아지 1마리를 생산하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러나 김홍기 박사팀에 보내면 상황이 달라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순이 몸에서 회당 5개의 수정란을 채취해 대리모에 이식하면 확률적으로 연간 10마리 이상의 생산이 가능하다.
이날 순이를 비좁은 철창에 가두고, 순이 몸을 고정시키는 동안 두 부부는 잔뜩 겁에 질린 순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진정시키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치던 순이도 두 부부의 손길이 닿자 곧 진정됐다. 이날 채란을 마친 순이는 일주일 후에는 시온농장을 떠나 충남축산기술연구소가 위치한 청양군 정산면 학암리로 보내질 예정이다.
순이와 이별 준비를 하는 강창환·김홍자 부부는 남은 몇일을 위해 순이에게 특별 간식을 챙겨주며 지극 정성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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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감지했는지, 채란의 고통이 큰 것인지 순이는 눈물을 흘렸다. 촉촉히 젖은 눈망울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러 내렸다. |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