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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10월 이근영씨 농장에서 수확한 배를 산지폐기처리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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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동안 땀흘려 생산한 배가 과수원에 수북이 버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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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4월 수확한 배를 산지에서 매립했던 이근영씨 농장에는 또 다시 새하얀 배꽃이 피어났다.(작년에 벼려진 배는 이미 땅 속에서 기름진 영양분을 제공해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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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씨는 올해도 배값 폭락이 이어지면, 배농사를 포기하고 작목전환을 고민 중이지만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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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과잉생산된 배의 홍수출하를 방지하기 위해 아산에서 처음으로 배 산지폐기를 실시한 이근영씨(67·아산시 방축동) 농장을 다시 찾았다.
작년 10월30일 이씨는 출하를 포기하고 20㎏들이 300상자의 배를 산지 폐기해 땅에 묻었다. 당시 과수원 바닥에 버려졌던 6톤 분량의 배는 이미 땅에 흡수돼 사라지고, 잔해만이 조금 남아 있다.
그 위로 배꽃이 만개해 있다.
이씨는 당시 “이제 더 이상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올해는 홍수와 태풍피해가 없어 그 어느 해보다 배농사가 잘됐다. 하나하나 정성껏 수확한 농작물을 다시 파묻어야 하는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라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과수전업농민인 이씨는 작년에 연일 치솟던 기름값, 비료값, 농약값, 각종 농자재값,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컸었다고 한다. 수확기에는 탐스럽게 익은 배를 팔아 각종 영농자재비와 대출금도 값고 생활비를 마련하려 했으나, 오히려 부채가 늘었다는 푸념을 털어놨다.
이씨 농장의 배나무는 올해로 수령 19년의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 생산량도 최고조에 올라 있다.
그러나 그는 “올해도 작년처럼 제값을 못 받는 상황이 온다면,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산지폐기한 배는 20㎏ 한 상자에 8000원씩 보상금을 받았다. 제값을 받기 위해 최상품으로 별도 거래한 배도 15㎏ 한 상자에 1만원~1만3000원에 그쳤다. 현재 마트에서는 7㎏ 한 상자에 2만원~3만원씩 판매되고 있다.
산지 출하가격의 4~6배가 유통마진인 셈이다. 적정한 물량조절을 하면서 생산자에게는 더 많은 이익을, 소비자에게는 더 저렴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