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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되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정책들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건설사와 자본가들을 위한 합법적인 투기를 장려하는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
아산신도시를 중심으로 같은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는 천안과 아산지역에 미분양아파트가 1만400가구로 조사됐다. 또 두 도시에서 현재까지 사업승인을 받은 1만4700가구가 2013년까지 더 지어질 예정이다.
천안시는 2월말 현재 36개 단지 1만9843가구 중 7875가구가 미분양 아파트로 조사됐다. 2월말 현재 다가동 웰스빌, 다가동 서해그랑블, 백석동 현대아이파크, 신방동 대우푸르지오, 용곡동 우림필유, 신방동 한라비발디, 용곡동 한라비발디, 신방동 한성, 백석동 계룡리쉬빌, 두정동 대우이안, 성거읍 파크자이, 용곡동 삼성쉐르빌, 성정동 금광포란재, 다가동 금호아파트 등 제법 규모를 갖춘 아파트들도 절반가량이 미분양물로 나타났다. 이 중 분양률 10%도 넘지 못한 아파트도 눈에 띈다.
특히 지난해 전국적인 미분양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최고 108대1, 평균 7.5대1의 경쟁률을 보여 화제가 됐던 쌍용동 동일하이빌도 1백20여 가구가 미분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기다 앞으로 아파트를 짓겠다고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천안시에 제출해 승인받은 곳만 23개 단지 1만5798가구에 이른다.
아산시는 15개 단지 9425가구 중 2554가구가 미분양 아파트로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용화동 아이파크, 권곡동 포스코는 분양률이 40%도 넘지 못하고 있다. 모동종 푸르지오, 모종동 한성2차, 배방면 STX, 신창면 친오애, 권곡동 서해그랑블1차, 권곡동 서해그랑블 2차, 신창면 코아루, 용화동 신도 등도 100가구 이상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이밖에도 현재 사업이 승인돼 건설을 계획 중인 아파트만도 5개 단지 2876가구로 나타났다.
다주택 소유자, 조건 없는 세금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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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의 한 주택전시관에 정부의 각종 지원혜택을 알리는 문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최근 자신이 분양받은 금액보다 더 싸게 판다고 내놓는 급매물이 부동산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관찰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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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의 한 주택전시관에 정부의 각종 지원혜택을 알리는 문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
지난달 정부와 충남도에서 발표한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대책은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결국 다주택 소유를 장려하는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이들에게서 당연히 받아야 할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은 이와 관계없는 도민들이 공동부담 해야 할 몫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 취득주민에게 취·등록세 75%를 감면한다는 골자의 주요 내용은 ▷2008년 6월11일 현재 미분양 주택에 대한 감면 기간을 2010년 6월30일까지 1년 연장 ▷2009년 2월12일 현재 미분양 주택을 대상으로 2009년 2월12일부터 최초로 분양계약해 2010년6월30일까지 준공·취득하는 경우 취·등록세 감면. ▷2008년6월12일부터 2009년2월11일 사이에 추가적으로 발생한 미분양 주택에 대해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잔금지급 또는 등기가 이뤄지지 않아 취득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2010년 6월30일까지 준공·취득시 취득·등록세 감면.
이는 중대형이나 소형 등 규모에 상관없이 1가구1주택 소유자뿐만 아니라 1가구 다주택 소유자라도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 조건 없이 감면한다는 것이다.
충남도의 이 같은 정책은 정부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집 없는 서민 입장에서는 내 집 장만의 기회를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는 불만이다.
무주택 서민위한 정책 어디에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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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YMCA 박기남 간사는 “실수요자와 무주택 서민들이 소비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집값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미분양아파트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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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좀 떨어지게 놔두면 안 되나. 이처럼 미분양 아파트가 늘면 늘수록 내 집 마련이 쉬워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10여 차례 미분양아파트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집 없는 서민을 위한 대책은 어디에도 없다.”
아산 YMCA 박기남 간사의 말이다.
박 간사는 “오로지 건설사와 자본가를 위한 정책뿐이다. 정부 지원정책은 이미 집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집을 가질 수 있도록 전매제한 완화, 양도세 감면 등 각종 배려를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거기다 무분별한 사업경쟁을 벌이며 분양가를 끌어올렸던 건설사에게는 손실을 보지 않도록 미분양아파트를 정부투자기관에서 보증을 서 주고, 정부투자기관인 주택공사에서 사준다는 대책 등이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을 막고 있다.
아산시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기능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다. 여윳돈으로 지금 사놨다가 경기가 풀리면 차익을 보는 것은 정당한 투자다. 정부나 건설사에서도 그렇게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와 투자의 차이 10년
1998년 여름
▶천안시 신방동에 사는 김정해(37·가명, 결혼 14년차)씨는 지난 14년간 맞벌이로 악착같이 돈 모으며 살았지만 아직도 내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했다고 한다.
1998년 평당(3.3㎡) 분양가 260만원선에 나온 106㎡(32평) H아파트(8500만원)를 망설이다 포기했다고 한다. 당시 김씨는 3500만원 전세에 살고 있었으며, 당시 본인이 동원 가능했던 돈은 6000만원 정도였다.
평소 남의 돈 쓰기를 꺼려왔던 그녀는 2000여 만원의 대출이 부담스러웠고, 조금 더 모아서 대출 없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생각에 분양 상담만 하고 돌아섰다.
▷천안시 불당동에 사는 박대순(37·가명, 결혼 12년차)씨는 같은 조건의 H아파트를 대출 3000만원 안고 분양받았다. 대출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어차피 살 집이라면 미리 사고 조금씩 갚아 나갈 마음에 결단을 내렸다.
2002년 여름
▶2002년 천안시 전역은 곳곳에서 아파트건설 붐이 크게 일었다. 김정해씨는 열심히 모은 돈으로 어렵게 9000만원의 돈을 만들었다. 4년 전 H아파트를 사고도 남을 돈이었다. 그러나 H 아파트는 1억원이 넘게 값이 올라 있었다.
김씨는 또 망설였다. H아파트를 살 것인가,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것인가. 그러나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니 3.3㎡ 380만원에 가까웠다. H아파트도 터무니없이 값이 올라 선뜻 사지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두 아파트 모두 빚을 얻어야 살 수 있는 상황이 마음에 걸려 결국 둘 다 사지 않았다.
▷박대순씨는 어렵게 대출을 갚아 나가고 있었지만 아직도 1000만원의 빚이 남았다. 그러나 집값이 올라 손익을 계산해 보니 실제는 오히려 3000여 만원이 수중에 더 남았다. 이때 박 씨는 맞벌이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전환했다.
그리고 퇴직금 등을 합쳐 집을 좀 더 넓힐 생각에 불당동의 D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2009년 봄
▶김정해씨는 중학교, 초등학교 다니는 두 자녀 학원비 등 가계지출이 점점 늘고 있다.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전처럼 돈을 모으기도 어려워 졌다. 이제 새 집 마련은 포기했다. 그녀는 현재 1억1000만원짜리 전세 집에서 살고 있다. 집 주인은 서울 사람이며, 전세 계약할 때 딱 한 번 얼굴을 봤다고 한다.
김정해씨는 말한다. “지난 10년동안 아이들 키워가며, 학원 보내며 1년에 평균 1000만원씩 빚 안지고 어렵게 돈을 모았다. 집값은 말도 안 되게 껑충껑충 뛰었다. 살림살이는 조금도 나아진 것 같지 않다. 갈수록 힘들기만 하다. 이게 정상적인 세상인가.”
▷박대순씨는 1987년 5500만원으로 시작해 아파트 3차례 옮겨 다니며 현재 불당동 D 아파트 139㎡(42평)에 살고 있다. 현재 3억8000만원에 거래되는 아파트다. 현재 대출금만 6000여 만원 정도 있다고 한다.
박대순씨는 “처음에 대출안고 집을 살 때 불안감도 있었지만 잘했다는 생각이다. 그때 과감히 집을 사지 않았다면 이런 집에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사실 지금도 욕심은 계속 생긴다. 내 집이 없었을 때는 집값이 비싸서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혹시 집값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도 생긴다”고 말했다.
박대순씨는 세 번의 이사로 김정해씨가 10년 모은 돈의 3배 이상 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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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아파트시장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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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분양한 아산신도시의 한 주택전시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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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기화되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노심초사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고 있다.
막대한 대출금을 끼고 분양을 받았지만 다달이 이자부담, 입주시점에 프리미엄이 발생하지 않거나, 누군가에게 팔지 못했을 때 입을 타격 등 불안할 수밖에 없다.
최근 생활정보신문에는 분양가 이하로 처분하겠다는 매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신이 분양받은 금액보다 더 싸게 판다고 내놓은 물건이다. 자금력이 없거나 앞으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급매물은 실수요 보다는 투자목적으로 분양을 받은 이유가 가장 크다고 분석된다.
‘분양권 전문상담’이라는 명함을 건네는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전문가라고 하지만 사실 시장변화를 예측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개점휴업 상태인 부동산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 단편적인 예다. 솔직히 현 시점에서는 실소유가 아니라면 여윳돈의 장기투자 둘 중 하나가 아니라면 붙들고 있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아산시 배방면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2006년 아산신도시 최초로 분양한 3·8블럭 휴먼시아까지 분양가 이하로 나오기도 한다. 지금이 바닥일 것이라는 생각 반,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생각 반이다”라고 말했다.
작년 7월 전국적인 부동산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흥행 대박을 터뜨린 아산신도시지구내 Y시티는 3000~4000 만원까지 웃돈이 붙었다가 현재 500만원~150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50여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일부 저층에서는 분양가 이하로도 팔겠다는 보유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이시티와 같은 시점에 분양한 천안시 쌍용동 동일하이빌도 최고 108대1, 평균 7.5대1의 당첨경쟁을 보였지만 현재 120여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또 최고 5000~6000만원까지 형성됐던 프리미엄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일부 층에서는 분양가 이하의 거래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집값하락 지켜보는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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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신도시를 중심으로 동일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는 천안과 아산에 미분양 아파트만 1만400가구로 알려졌다. 거기다 2013년까지 1만8700가구를 더 짓는다는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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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신도시를 중심으로 동일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는 천안과 아산에 미분양 아파트만 1만400가구로 알려졌다. 거기다 2013년까지 1만8700가구를 더 짓는다는 계획이다. |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두 얼굴의 희비는 아파트값 등락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집값 하락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계층은 당연히 집 없는 서민층이다. 미분양아파트가 부동산 가격을 큰 폭으로 하락시켜 준다면 기존 주택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도미노 현상으로 집값의 거품을 제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앞서 인터뷰 했던 천안시 신방동 김정해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전세(1억1000만원)와 매매가(1억3000만원)가 200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이제 와서 내 집 마련을 서두를 생각은 없다. 이대로 살면서 적당한 집을 물색하다가 맘에 드는 집이 나오면 구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몰랐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파트 값이 비정상적으로 올랐던 것이 사실인 만큼 분명히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반면 투자를 위해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안고 뒤늦게 투자에 나선 계층은 하루하루를 불안해하고 있다.
Y시티를 분양받은 임동호(40·아산시 용화동)씨는 “Y시티 당첨당시 마치 로또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당첨되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하루가 멀다고 부동산에서 얼마간 웃돈을 주겠으니 팔라는 권유가 계속됐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에 전화를 하니 그 부동산은 이미 종적을 감췄다. 입주시점에 수요자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분양권 전문부동산이라는 한 부동산 대표는 “작년보다 (프리미엄이) 많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경기회복과 함께 반등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부동산 대표는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급반등은 없을 것으로 본다. 실수요자 위주의 회복이 아니라면 분양 때와 마찬가지로 입주시점에 반짝 상승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자생각 - “집값 좀 떨어지게 놔두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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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기자. |
정부정책은 집이 몇 채씩 있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 합법적인 투기기회를 제공하는 정책들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로 미분양 아파트로 인한 집값하락을 기대하는 무주택 서민들의 바람과는 거리가 먼 제도다.
천안과 아산에 미분양 아파트만 1만400가구다. 거기다 2013년까지 1만8700가구를 더 짓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아파트가 자본가들에 의해 주거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 이용돼 왔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당연히 팔릴 것이다’라는 전제하에 앞다퉈 집을 지어왔다.
무분별한 땅파기와 집짓기로 물량은 넘쳐나도 분양가는 매년 폭등하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건설사의 돈벌이 수단과 집이 몇 채씩 있는 자본가들의 재산증식 수단은 기막히게 일치해왔다. 건설사와 자본가들의 아주 잔인한 집 없는 서민 수탈정책이 정부의 묵인하에 이뤄졌다.
분양원가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실체도 없는 집을 조감도 몇 장 보고 서로 달려들어 사겠다고 아우성치게 만든 기형적인 제도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가. 집 없는 서민들이 내 집 한 칸 장만하는 과정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의 연속이다.
집 한 채 마련하려고, 자녀 교육시키려고 일생을 몸부림치는 모습에서 삶의 질은 기대하기조차 힘들다.
집 없는 서민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번 기회에 집값 거품 좀 푹푹 꺼지게 제발 그냥 좀 내버려 두길 바란다.
농산물은 조금만 넘쳐도 가격이 폭락한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농민들이 도산해왔다. 그때마다 정부는 뒷짐 짓고 구경만 하지 않았는가.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정부가 지난 1년을 고민하고, 10여 차례 내놓은 정책 어디에도 집 없는 서민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정부는 더 이상 건설사와 자본가만 만을 위한 정부가 되지 말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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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