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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의 한 RPC에서 공공비축미 340톤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
최근 아산시 인주면의 한 RPC(미곡종합처리장)에 보관 중이던 공공비축미가 사라져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인주RPC는 3000톤의 저장능력을 갖춘 개인 업체로 지난해 정부가 사들인 469.448톤을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제보로 공공비축미가 사라진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에는 일파만파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공공비축미는 전쟁, 재난발생 등 국가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정부가 농민들에게 사들여 전국 각지에 보관하는 국가비상식량으로 관리의 허점이 노출된 부분에 대해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RPC에 미곡을 판매한 후 대금을 받지 못한 농가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피해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긴급히 사태파악에 나선 아산시에 따르면 이번에 사라진 공공비축미의 잔량을 조사한 결과 130톤 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결국 공공비축미 340톤 4억8000여 만원 어치가 누군가에 의해 빼돌려진 것이다.
지역농민 피해 확산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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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우 채권변제순위에서 농민들이 후순위로 밀린다면 일부 농가는 파산이 우려될 정도로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게 된다. |
인주RPC와 거래한 개별농가도 30~4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들이 받아야 할 대금도 3억원~10억원 정도일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무성한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농민들은 향후 전개될 사태를 안타깝게 주시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채권변제순위에서 농민들이 후순위로 밀린다면 일부 농가는 파산이 우려될 정도로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게 된다.
인주RPC 대표의 지인 A씨는 “인주RPC에서 전국 각지에 납품한 곡물 대금을 받지 못한 돈도 10억원 정도로 들었다. 미수금만 회수 했어도 이번 사태는 오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거래처에서 주문은 계속 들어오는데, 인주RPC는 원료곡을 사들이지 못했다. 결국 현금이 돌지 않아 자금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거래처와의 신용관계를 지키기 위해 공공비축미를 손대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인주RPC 공공비축미 어떻게 관리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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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비축미 도난사고로 인주RPC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지역 주민들은 수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공공비축미 도난사고가 정부에 보고되는 시간은 무려 11일이 소요됐다.
처음 도난발생사고가 알려진 것은 3월5일, 아산시에서 충남도에 보고한 시점은 3월12일, 충남도에서 정부에 보고한 시점은 16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타 지역의 유사사고 발생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원료곡 바꿔치기 등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공비축미는 수확기에 정부가 농민들에게 곡물을 사들여 일정기간 전국 각지에 보관했다가 다시 시중에 방출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방출은 시장상황을 살피며 적정한 시기에 비축물량을 나누어 풀게 된다. RPC에서는 정부에 공공비축미 방출물량 만큼 대금을 정산 한 후 곡물을 시중에 유통시킬 수 있다.
올해 방출시점은 3월9일이었고, 인주RPC에서 곡물을 빼돌린 시점은 3월5일 이전이었다. 결국 국가재산을 사전에 유용한 셈이 돼버렸다.
지난해까지 RPC의 공공비축미 관리시스템은 경비업체에 의뢰했으나, 올해는 금융권의 보증보험으로 대신했다. RPC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권에서 책임져야 한다.
인주RPC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지역 주민들은 수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정구 기자>